교조주의(敎條主義): 특정한 교의나 사상을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 현실을 무시하고 기계적으로 적용하려는 태도 -표준국어대사전
최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는 다큐멘터리로서는 드물게 넷플릭스 상위 순위권 안에 머물며 대중적 인기를 끌었습니다.
'씨스피라시'의 감독 알리 타브리지는 환경 단체의 논리대로 플라스틱을 줄이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플라스틱 빨대의 바다 유입량은 전체의 0.025%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바다 오염 쓰레기는 어망(46%)임을 알게 됩니다.
나아가, 감독은 개인의 쓰레기보다 상업적 어업용 쓰레기가 훨씬 큰 바다 오염원이라는 사실 뒤에는 환경단체와 대기업의 커넥션(이해 관계)이 있음을 고발합니다.
'씨스피라시'처럼 기존의 환경 문제 인식에 대한 상식을 바꾸는 책이 있습니다. 명망있는 환경운동가 마이클 셀런버거는 저서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을 통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종말론적 환경주의'가 어떻게 지구를 망치고 있는지 과학적 데이터와 식견을 바탕으로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그가 30여년을 환경보호 운동에 종사했으며 2008년에는 '타임'지로부터 '환경영웅'으로 선정된 이력을 생각해 본다면, 우리가 무작정 비판없이 받아들였던 환경에 대한 믿음과 상식을 상당 부분 부정하게 될 것입니다.
마이클 셀런버거는 저서에서 '고기를 먹으면서 환경을 지키는 법'에 대해 말합니다.
식품이나 토지 사용 분야가 아니라 에너지 분야에서 탄소 배출 절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방목 축산이 아니라 공장식 축산을 통한 집약적 축산이 오히려 더 경제적이며, 축산을 지속가능하게 하고, 자연을 덜 파괴한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고기 섭취를 줄이고, 산업화된 농업을 중단하고, 들판에서 풀을 뜯고 자란 고기를 먹는다면 지구를 대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는 환경주의자와 과학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마이클 셀런버거는 '채식주의자들은 환경 보호라는 미명 하에 자신들의 개인적인 선호를 따르도록 다른 이들에게 요구한다'라며 '그 누구도 자신의 관점을 교조적으로 남에게 강요할 수 없다'라고 전했습니다.
최근 여러 이상 기후 현상으로 지구의 종말을 알리는 종말론적 환경주의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러한 극단적 환경주의는 불과 일 년 사이에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의 가치 기준을 환경에 맞추도록 몰아 붙이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근래 발생한 문제가 아닙니다. 전 세계가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할 중차대한 문제는 분명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광풍처럼 몰아치는 탄소중립, 기후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는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인류는 저비용의 효율적 산업 발전을 추구해왔으나, 역사상 처음으로 고비용의 비효율적 산업 발전을 선택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방향성에는 기후 변화를 막아야 한다는 절대적 가치 판단의 기준이 적용됩니다.
기후 변화의 주된 원인으로 이야기되는 탄소를 없애기 위해서는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합니다. 높은 기술력을 갖춘 나라나 기업에게는 미래 부의 원천이 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선진국 중심의 코로나19 백신과 같은 상황이 탄소 중립에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과 같은 기준의 고비용의 비효율적 산업 구조로 경제 발전을 이루어야 합니다. 지구를 위한다는 당위성으로 높아진 식료품 가격과 비싼 에너지는 가난한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합니다.
기후 환경 변화 이전에 우리는 가난한 난민의 대이동을 볼 수도 있습니다.
교조주의적 환경주의는 옳은가? 종말론적 환경주의는 잘못된 이미지와 결합하여 허구를 사실로 둔갑시키기도 합니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종말론적 환경주의는 인류와 자연을 보호하려는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하기보다 환경을 도덕적 기준으로 끌어올려 사회를 재단하고 사람을 규정지을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기후 변화 문제는 과학적 사실에서 출발하여 인간을 중심으로 한 합리적 방법으로 해결되어야 합니다. 누군가의 이득이나 믿음이 아니라 모두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환경주의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이근선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