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분뇨를 하루 만에 '탄소감옥'이라 불리는 '바이오차'로 바꾸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습니다(관련 기사). 앞으로 가축분뇨 처리 방식 확대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지 주목됩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하 ‘에너지연’) 대기청정연구실 유지호 박사 연구진은 축산농가 현장에서 가축분뇨를 바이오차로 즉시 전환하는 공정, MTB(Manure To Biochar; 탈수-전처리-건조-열분해 통합 공정)를 개발했다고 25일 밝혔습니다. 연구진이 개발한 공정을 활용하면 일일 10톤 규모의 가축분뇨를 바이오차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MTB 공정의 핵심은 축분이 지닌 수분을 20% 이하로 줄이기 위한 탈수 기술과 건조 기술입니다. 연구진은 에너지연이 보유한 건조 공정, 한국기계연구원의 탈수 공정, 두리테크의 전처리 공정, 유기산업의 열분해 기술을 모두 모아 통합 시스템을 설계하고 제작해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를 이용하면 기존 열로 가열하는 형태인 로터리 킬른 방식 대비 전체 에너지 소비량을 10분의 1 이하로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MTB 공정은 한국기계연구원에서 개발한 스크류 유형의 고액 분리기부터 시작됩니다. 분리기는 탈수 역할을 하며 축분이 지니고 있는 수분을 60% 이하로 낮추는데, 이때 사용되는 에너지는 로터리 킬른 방식 등 열을 이용한 기존 공정 대비 1% 수준에 불과합니다. 탈수를 거쳐 덩어리 모양으로 분리된 축분은 두리테크가 개발한 3단 블레이드 분쇄 장치에 의해 1cm 이하 크기로 잘게 쪼개집니다.
이후 에너지연이 개발한 F-COMB 건조 장치를 이용합니다. 장치 상부에서는 축분이 떨어지고, 하부에서는 열풍이 투입되는 형태로, 축분이 지그재그로 떨어지게 해 열을 최대한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이를 통해 단 1분의 짧은 시간으로도 축분의 수분을 20%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건조된 축분은 유기산업이 상용화한 TLUD 열분해 반응기를 이용해 최종 바이오차로 만들어집니다.
해당 공정은 충남 청양군의 실증단지에서 일일 10톤의 가축분뇨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로 실증이 이루어졌습니다. 아울러 최근 100시간의 공정 운전을 성공적으로 마쳐 상용화 가능성도 입증했습니다.
연구진은 F-COMB 건조 장치의 경우 에너지효율, 제작비용, 편의성에서 모두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국내는 물론 중국, 호주, 인니 등 친환경적 폐기물 처리와 재활용을 추진하는 해외 수요까지 확보하고자 일일 100톤 이상의 처리 규모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연구책임자인 유지호 박사는 “국내 가축분뇨의 대부분은 퇴비화되고 있으며, 이때 발생하는 온실가스, 초미세먼지 원인물질을 저감시키는 방안이 부재하다”라며, "이번에 개발한 공정은 가축분뇨를 현장에서 바이오차로 즉시 전환할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 공정으로 축산분야의 환경문제, 온실가스 배출을 방지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3년 축산환경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총 5087만1천 톤의 가축분뇨가 발생했습니다(관련 기사). 이 가운데 돼지 분뇨는 1967만9천 톤(39%)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들은 주로 퇴·액비, 정화 등으로 처리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바이오차를 축산분야 탄소중립 핵심기술로 선정하고, 축분 바이오차 활용 확대를 위한 규제 개선과 생산시설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관련 기사).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