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축산관련단체협의회(회장 손세희)는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농어업회의소법안에 대해 성명서를 내고 반대 의견을 표했습니다(관련기사). 지난해 윤석열 정부는 농업인 단체의 반대를 이유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습니다.
올해도 똑같이 축단협 등의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농업관련 법안들이 좌초될 위기에 처하자, 9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회의원 12명은 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24 농민단체 대표자 초청 주요 농정과제 간담회'에는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한국농축산연합회, 농민의길, 전국먹거리연대, 축단협이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신정훈 의원은 "국회는 각 직능간 계층간 전쟁터이다. 농업이 국회 전쟁터에서 실패하고 물러서고 있다"라며 "정부와 싸우기도 힘든데 농민들간의 이견을 조정하지 못해 농업·농민을 위한 법안이 좌초되는 경우가 너무 안타깝다"라고 말했습니다.
농민의길 남종우 대표는 "이 자리에 양곡관리법과 농안법에 대해서 반대 성명을 낸 단체들이 지금 와 있다. 그 단체는 과연 농민인가 농식품부 직원인가 좀 의심스럽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자리배치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왔습니다. 오른쪽에는 경종농가 단체장들이 왼쪽에는 축산단체장들이 마주보고 앉아 서로의 입장을 고집하는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왼쪽에 앉았지만 농업관련 법안에 찬성을 표한 한우협회와 축산단체들과 어색한 기류도 흘렀습니다.
이호중 농림전문위원은 본회의 직회부 법안 경과 보고 및 주요내용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이호중 위원은 "2022년 농가별 연평균 농업소득은 949만원에 불과하여, 이는 1994년보다 84만원 적은 것으로 물가인상 고려한 실질소득은 56.3%나 하락한 것이다"라며 "농산물가격 변동성이 제조업 제품 평균 변동성의 1.5배가 넘는 수준"이라고 농업의 어려움을 전했습니다.
덧붙여 "현재 추진되는 법은 양곡, 채소, 과일 등 주요 농산물에 대해 기준가격 정하고 떨어지면 차액을 보존해주는 제도로 미국이나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고, 우리나라 7개 광역 지자체와 62개 시군에서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것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도입하자라는 것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원택 의원은 "농업은 어떤 품목을 가리지 않고 모두 중요하고 필수적이다"라고 전제하고 "농업에 대한 현재 투자가 없다면 나중에 가서는 몇십 조를 투입해도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 복구가 안될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예산 657조라고 하는데 농업 예산은 18조 3천억밖에 안된다. 농업 예산 2.8%에서 5% 정도만 되면 모든 농업관련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다"라고 전했습니다.
관련하여 축단협 회장을 맡고 있는 손세희 회장은 "농업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달 28일 본회의에 상정되는 농업관련 법안의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한돈협회는 곤란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하지 못하면 한돈협회 탓이 되었습니다.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다음 22대 국회에서 또 다시 한돈협회가 반대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성명서 하나로 한돈산업지원법 등 국회에서 한돈산업 관련 법안은 입도 뻥긋 못하는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이근선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