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이른바 '막가파식 예방적 살처분'에 제동을 거는 법률 개정안이 국회서 발의되었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최근까지 문제가 되고 있는 '고병원성 AI' 관련 살처분이 계기이지만, 법 개정 시 ASF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어 주목됩니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화성시 갑)은 15일, 고병원성 AI에 대한 정부의 ‘무조건적 예방적 살처분’ 조치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내용의 '가축전염병 예방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의안번호 2109498)했다고 밝혔습니다.
고병원성 AI는 지난해 10월부터 최근(3.10)까지 전국 가금농장에서 103건, 야생조류에서는 224건이 발생해 산란계, 육계, 오리 등 모두 2,904만 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했습니다.
살처분 과정에서 정부는 무 자르듯이 '반경 3km 룰'을 적용했습니다.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농가의 반경 3km 내에 위치하는 가금농가는 전염병 확산의 사전 대응을 명목으로 예외없이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했습니다. 확산 가능성과 실제 관련있는 농가의 형태, 전염병 관리 실태, 사육장의 위치와 지형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이 때문에 농가와 여론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관련 기사).
‘예방적 살처분’에 대한 논란만큼 관련 법령도 허술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먼저, 현행법에는 전염병 감염이 확인됐을 때 실시하는 ‘살처분’과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예방적 살처분’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없습니다. 또한 예방적 살처분에 대한 유예를 ‘병성감정이 필요한 경우(감염 여부 확인)’로만 한정하고 있어 정부의 ‘무조건적’인 예방적 살처분 조치를 부추긴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에, 송옥주 의원은 이번 개정안에 ‘제20조의2(예방적 살처분 명령)’을 현행법에 추가해 먼저 가축전염병에 대한 직접 대응과 예방적 대응에 따른 살처분 조치를 명확하게 구분했습니다.
예방적 살처분 유예 요건에 전염병 감염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역학조사 및 정밀검사 결과 지속적인 음성 판정’을 포함시켜 집행에 보다 신중을 기하도록 했습니다.
아울러, ‘지방가축방역심의회의 심의’를 추가해 살처분 조치를 실제 집행하는 지자체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지방가축방역심의회가 살처분 유예를 심의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송옥주 의원은 “정부의 고병원성 AI 확산 방지 노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선긋기식으로 범위를 정해 예방적 살처분 집행을 종용하는 비과학적 정책은 개선이 필요하다”며, “살처분 조치가 축산농가를 비롯한 지역사회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하면 보다 신중하고 합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기존 정책의 경직성은 가축전염병 예방을 위한 축산농가의 노력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 실제 축산 현장의 현실과도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송 의원은 오는 19일 오후 2시 여의도 산림비전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가축전염병 관련 방역대책 대안 마련을 위한 '가축전염병 대응 개선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