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PED(돼지유행성설사병) 상황이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으로 파악됩니다. 제주 농가들이 도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 동물위생시험소는 지난 3월 초 도내 양돈농가를 대상으로 PED 발생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관련 기사). 당시 성산과 구좌, 한림 지역 농가에서 4건이 연달아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동물위생시험소에 따르면 그로부터 약 3개월이 경과한 6월 현재 제주도내 PED 발생건수는 76건으로 늘어났습니다. 지난해 전체 발생건수 15건과 비교하면 올해는 가히 폭발적인 양상입니다. 게다가 현재진행형입니다.
76건은 58농가에서 확인되었습니다. 재발생이 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58농가는 제주 전체 농가(255호, 통계청 3월)의 22.7%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동물위생시험소는 가축재해보험 미농가를 중심으로 병 발생에도 신고를 하지 않는 사례를 감안하면 실제 PED 발생농장 숫자는 훨씬 더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종합해보면 이미 올해 4농가 가운데 1농가 꼴로 발생한 것으로 의심됩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도내 가축운송차량 바퀴에서 바이러스가 심심찮게 검출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주 농가들은 PED가 도내 전체 농가에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22일 대한한돈협회 제주특별자치도협의회(회장 김재우, 이하 도협의회)는 도의 안이한 방역대책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내기에 이르렀습니다.
도협의회는 그간 PED 발생 정보가 농가에 적극적으로 공유되지 않은 것을 먼저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도내 거점소독시설 및 통제초소가 비전문가로 구성된 민간 위탁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10초 소독', '1분 소독' 등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관련 자료 요구에 도가 무성의하게 그리고 늑장 답변한 것에 분통을 표했습니다.
도협의회는 "제주도정의 초동 방역 실패로 인하여 PED 발병 농가들의 자돈이 출하할 시점인 가을에는 농가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농가와 현장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질병 박멸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즉각 추진해 줄 것"을 도에 촉구했습니다.
관련해 제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수의사는 "PED로 인한 농가의 피해가 심각하고 계속 확산되고 있는데도 제주도정이 행정력 부족을 이유로 조심해라, 백신과 소독 잘하라는 식의 구호만 남발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며, "가축방역관의 역할을 현장 수의사에게도 맡겨 농가와 소통케 하고 PED 예방 활동을 지원토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