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축성 비염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글을 3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1회: 돼지 호흡기의 구조 및 세균 혼합감염 (PPDC) 위험성
▶2회: 자돈들의 콧속은 건강할까? - 비진행성 위축성비염의 숨은 위험(바로가기)
▶3회: 우리 농장 돼지는 편안히 숨쉬고 있을까? - 위축성 비염 평가 방식의 전환(바로가기)
최근 극심한 미세먼지가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길에 다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스크를 하고, 집집마다 공기청정기를 비치하려고 알아보고 있다. 말 그대로 숨쉬고 살기도 힘든 세상이 되었다.
겨울과 봄마다 반복되는 미세먼지 문제를 겪으면서 온 국민이 '깨끗하게 숨쉬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새삼 느끼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 농장에 있는 돼지들은 편하게 숨쉬고 있는 걸까?
돼지는 입과 코과 붙어있는 구조로 땅을 파고 다니는 습성상 사람보다 많은 먼지에 노출되게 된다. 하지만 다행히도 돼지의 비갑개 구조는 과학적이며 훌륭한 공기청정기의 역할을 하고 있다.
돼지 코는 천연 공기청정기!
돼지 코는 위의 사진처럼 비갑개 연골이 마치 나비 모양처럼 콧속에 자리잡아 다른 동물보다 몇 배나 넓은 점막이 코에 분포하고 있다. 들이마신 공기는 돼지 코 점막에 분포한 모세혈관을 통해 온도가 데워지고 습도도 높아지게 된다.
특히, 회오리 모양인 코의 비갑개 구조에 의해 빠른 공기유속과 난기류가 형성되게 되고, 비교적 큰 크기의 입자들(30µm 이상)은 기관에 도달하기 전에 점막층에서 걸러진다. 이 과정에서 1차적으로 공기 중 먼지의 대부분은 코와 인두에 분포한 점막층에 의해 부착되게 된다. 이렇게 점막층에 부착된 먼지들은 점막 섬모들의 제거운동에 따라 비강에서 제거된다.
작은 크기의 입자들은 기관과 기관지에 분포한 점막에 부착되게 되고, 역시 주기적인 섬모 운동을 통해 외부 이물이 부착한 점액을 제거한다(1 분에 4-15mm 이동). 최종적으로 섬모운동을 통해 비강에서 내려오거나 기관지에서 올라온 점액은 구강 뒤쪽 인두로 모여 삼켜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직경 5 µm 이하의 입자만 폐포에 도달하게 되며, 이렇게 도달한 이물의 제거는 폐 대식세포의 몫으로 돌아간다. 이처럼 미세먼지(10µm, PM10)도 거를 수 있는 돼지호흡기의 여과기능 덕분에 돼지가 들여마신 공기는 비교적 깨끗한 상태로 폐포에 도달하게 된다.
우수한 공기청정기 기능을 가능하게 하는 돼지 호흡기의 핵심부품은 필터 역할을 하는 돼지 코속의 '비갑개'이다. 농장에서 비산되는 먼지와 섞여 침입할 수 있는 병원체에 대해 1차적인 방어막 역할을 하는 것도 역시 돼지 코의 역할이다.
돼지 코의 필터인 비갑개가 무너지면 무슨 일이 생길까?
우리가 흔히 '글래서씨병'이라고 부르는 PPDC(porcine polyserositis complex, 돼지 다발성장막염 복합증)와 비갑개 상태의 연관관계를 보기 위해 54개 농장 케이스를 비교해 보았다.
PPDC가 확인되면 보통 '글래서씨병'으로 간주하고 Haemophulus parasuis(헤모필러스 파라스위스)만을 원인으로 생각하나, PPDC는 Mycoplasma hyorhinis(마이코플라즈마 하이오라이니스)나 Streptococcus suis(스트렙토코쿠스 스위스)와 같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복합증이다.
자돈 부검으로 다발성장막염이 확인된 PPDC 케이스에서 관련된 병원체를 검출하고, 해당 개체에서 비갑개 위축여부를 아래 표와 같이 비교해 보았다.
▶돼지 PPDC 케이스 54건에서 분리된 병원체와 코 비갑개 위축여부
다발성장막염 (PPDC) 케이스에서 분리된 병원체 |
54건 중 양성케이스 |
양성케이스 중 위축성비염 확인 |
양성케이스 중 위축성비염 없음 |
Haemophilus parasuis 헤모필러스 파라스위스 |
23/54 42.6% |
20/23 87.0% |
3/23 13.0% |
Mycoplasma hyorhinis 마이코플라즈마 하이오라이니스 |
34/54 62.7% |
31/34 91.2% |
3/34 8.8% |
Streptococcus suis 스트렙토코쿠스 스위스 |
30/54 55.6% |
24/30 80.0% |
6/30 20.0% |
Bordetella bronchiseptica 보르데텔라 브론키셉티카 |
17/54 31.5% |
16/17 94.1% |
1/17 5.9% |
Pasteurella multocida 파스튜렐라 멀토시다 |
27/54 50.0% |
25/27 92.6% |
2/27 7.4% |
다발성장막염이 확인된 자돈 케이스에서 글래서씨병의 원인균인 Haemophilus parasuis(헤모필러스 파라스위스)와 위축성 비염이 동시에 관찰된 비율은 87%로 높게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Mycoplasma hyorhinis(마이코플라즈마 하이오라이니스)가 검출된 사례의 91.2%에서도 자돈의 비갑개 손상이 확인되었다.
이를 통해 자돈 비갑개의 위축이 다발성장막염 PPDC를 유발하는 세균성 병원체 감염과 높은 연관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1차 방어막인 돼지 코가 뚫리면서 세균 감염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농장에서는 PPDC 발생시 다양한 해결방법을 시도하지만, 이미 많은 피해를 본 후에 지나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앞으로 제대로 된 질병 예방을 위해 우리 농장 돼지가 제대로 숨쉬고 있는지도 먼저 고려되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우수한 공기청정기인 '돼지 코'가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 보길 권장한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