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축산관련단체협의회(회장 손세희, 이하 축단협)는 성명서를 통해 양곡관리법·농안법 개정안에 사실상 반대 의견을 표명했습니다(관련 기사). 앞서 7일 손세희 회장과 조진현 전무가 각각 축단협 회장과 사무총장 자격으로 양곡관리법·농안법 개정을 주장하는 국회 야당의원들의 농성장을 방문한 것을 생각해 본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 일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축단협을 맡고 있는 한돈협회는 지난해부터 양곡관리법 개정 반대 성명서를 꾸준히 내고 있습니다. 축단협을 맡은 올해도 양곡관리법·농안법 개정 반대 성명서를 내고 있으니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농업에 있어서 암묵적으로 서로 지키는 선이 있습니다. '남의 밥에 침은 뱉지 말라'는 것입니다. 농촌을 기반으로 함께 사는 이웃으로 대한민국 사회에서 농업이 처한 어려움을 알고 있기에, 농업에 있어서 남의 밥에 침은 뱉지 말라는 말은 특별히 지켜야 할 암묵적 배려가 되었습니다.
경종농가들이 특별히 축산 관련 법안에 딴지를 걸고 나선 적이 있나 생각해 보면 축단협의 성명서는 참 야박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양곡관리법·농안법 개정으로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면 축산업 예산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입니다. 정부 예산이 구멍가게 예산이 아닐진대 얼토당토한 논리입니다. 똑같은 논리대로라면 한돈특별법 제정 추진은 생각조차 하지 말아야 합니다.
지난 5월 축단협 등의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양곡관리법·농안법 개정이 좌초될 위기에 처하자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회의원 12명이 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관련 기사). 이 자리에서 국회의원들은 '축산과 경종이 한정된 예산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 예산 전체를 늘려나가려고 노력해야 한다'라며 '큰 예산이 수반되는 새로운 사업은 시도조차 못 할 수 있다'라고 축단협을 설득했습니다.
이번 축단협의 성명서에 국회 농업 정책 관계자는 "아마도 정부가 부탁해 한 일이라고 추정된다"라며, 그럼에도 "안 해도 될 일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개탄했습니다.
다른 농업 정책 관계자는 "기준 가격(공정 가격)의 결정, 쌀 생산 과잉 조절을 위한 여러 정책들의 병행 등이 함께 이야기되고 있는데, 다른 이야기는 생략하고, 쌀 예산이 증가하면 축산 예산이 감소한다고 미리 예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라며 "그냥 농식품부 주문을 받아 내는 입장문에 불과한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말했습니다.
'돼지와사람'은 지난 7일 야당 농성장 방문 후에 25일 양곡관리법·농안법 개정 반대 성명서를 낸 이유에 대해 축단협에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축단협 관계자는 "성명서 내용과 동일하다"라며 "쌀농가를 위한 양곡관리법 개정은 동의하지만 예산 확보 없는 정책은 타 농업과 축산농가의 피해가 될 수 있어 우려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이근선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