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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유예 불구 축산계열화사업자 등록해도 문제

돼지의 경우 위탁사육농장이 사실상 '갑', 축산계열화사업자 법률 책임 준수 지켜질지 의문

일선 양돈농가들이 또다시 '농림축산식품부가 정말 현장을 잘 모르는구나'할 만한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바로 '축산계열화사업자 등록제' 입니다. 비록 한돈협회의 건의로 6개월 유예되었으나, 본격 시행 이후 더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난 1월 16일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축산계열화사업의 등록 제도를 신설하는 '축산계열화사업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하 축산계열화법)'을 개정·공포하고(바로보기), 그리고 이달 16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가려 했습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 양돈계열화사업자 등록을 위한 법인요건 등 충족을 위해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제시를 받아들여 6개월 유예를 결정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15일까지 축산계열화사업자에 해당하는 양돈농가는 시·도에 계열화사업자를 등록해야 합니다. 

 

 

사실 이번 '축산계열화사업자 등록제' 관련 일선 현장에서 혼란을 야기한 부분은 법인요건 보다는 등록할 대상농가 여부였습니다. 

 

농식품부가 정의한 축산계열화사업자는 '계약사육농가와 사육계약을 체결하고, 가축·사료 등 사육자재의 전부 또는 일부를 무상공급하는 자를 말합니다. 계약사육농가는 계열화사업자에게 가축을 다시 출하해 사육비용을 받습니다. 

 

 

일반 양돈농가들은 축산계열사업자를 통상의 선진과 하림 등의 인티업체(Integration)만을 생각했습니다. 정부가 공개한 계열화사업자 현황 분석을 봐도 그러합니다. 지난 1월 16일 보도자료에서 농식품부가 파악한 계열화 사업자의 수는 모두 103개에 불과했습니다. 당초 일반 양돈농가는 염두해 두지 않았다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법 시행을 앞두고 최근에야 돼지를 위탁사육하고 있는 일반농장들도 축산계열화사업자로 등록해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통상의 2 사이트, 3 사이트라 불리는 사육형태에서 불쑥 축산계열화법이 끼어든 모양새입니다. 

 

사실 축산계열화법 취지에도 일반농가의 위탁사육 형태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농식품부는 해당 법 개정에 대해 가축, 사육자재 및 사양기술 표준화에 더해 불공정거래 행위에 따른 '위탁축산농가'의 권익보호와 위한다고 하지만, 이는 가금농가에 해당되지 양돈농가와는 거리가 멉니다. 축산계열화법을 돼지농가에 적용하더라도 법 취지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 양돈농가는 "돼지 위탁사육농가는 사실상 갑이다. 본농장에서 위탁계약에 따라 위탁사육거래를 하고 있지만, 위탁농가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는 위탁사육농가 숫자는 적고 위탁을 맡기려는 농가는 많은 현실 때문입니다. 돼지 위탁사육농장은 본농장이 싫으면 다른 농장과 위탁계약을 쉽게 바꿀 수 있습니다. 때문에 본농장이 위탁사육농장에 구체적인 사육방법이나 시설기준을 요구하는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가금산업에서 축산계열화사업자가 통상 절대 '갑'인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한편 해당 양돈농가가 성공적으로 축산계열화사업자 등록을 할 경우 '가축전염병예방법'이라는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축산계열화사업자로서 법률상 책임과 의무가 더해지기 때문입니다.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축산계열화사업자는 계약사육농가에 대하여 분기별 1회 방역교육을 실시하고, 방역기준의 준수 여부와 축산업 허가기준 준수 여부를 점검하여야 합니다. 또한 이를 계약사육농가의 소재지 시·군에 통지하여야 합니다. 아울러 계약사육농가에 대해 죽거나 병든 가축에 대한 신고 의무가 부여됩니다. 물론 이들을 위반 시에는 과태료 또는 징역·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위탁사육 가축에서 구제역, 돼지열병, PRRS 등의 법이 정한 가축전염병 발생 시에는 위탁사육농가와 축산계열화사업자에 대한 정보가 모두 공개되며, 가축에 대한 보상금이 지급될 경우 축산계열화소유자가 아닌 계약사육농가에 우선 지급됩니다. 

 

한 산업관계자는 "농식품부가 연달아 어처구니 없는 규제를 만들어내는데 제대로 알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채하며 시행하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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