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대관령 -1.7℃
  • 북강릉 1.0℃
  • 흐림강릉 1.3℃
  • 흐림동해 3.1℃
  • 서울 3.2℃
  • 흐림원주 3.7℃
  • 흐림수원 3.7℃
  • 대전 3.3℃
  • 안동 4.5℃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고산 10.9℃
  • 구름많음서귀포 13.4℃
  • 흐림강화 2.2℃
  • 흐림이천 3.7℃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김해시 7.1℃
  • 흐림강진군 8.7℃
  • 흐림봉화 5.0℃
  • 흐림구미 5.8℃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창 4.2℃
  • 흐림합천 7.3℃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돈심보감(23) 문열이가 대장이 된 이유] 초유의 기적

(주)카길애그리퓨리나 이일석 이사 (leeilsuk@hanmail.net)

“보감(寶鑑)은 귀한 거울이라는 의미이다. 돼지의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처럼 농가들이 새로운 눈으로 돼지를 살피고 스스로 되돌아보게 해 주는데 돈심보감(豚心寶鑑)이 작으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이 활짝 열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청순하기만 하던 봄이 농염하게 무르익고 젊은 청춘은 왕성한 에너지를 주체하기가 버겁다.

축제와 캠핑의 계절이기도 한 이 때, 머뭇거리던 돈가도 본격적으로 차고 오르는 시기인 만큼 돼지를 키우는 농가들의 마음 속에도 설레임과 즐거움으로 가득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번 돈심보감 편에서는 산자수는 늘어나는데 포유 중 위축돈 발생이나 폐사율이 높아지는 농장의 고민을 완벽하게 해결해 줄 '초유의 기적'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1. 문열이가 대장이 된 이유

어느 날 농장에서 돼지들과 눈을 맞추고 있던 필자에게 K 농장주가 잠깐 와보라며 손짓을 한다.

“이부장, 이리 좀 와 봐봐. 재미있는 거 보여줄게.”
“하하~ 무슨 좋은 거라도 있나요?”
“저기 저 앞 젖 물고 있는 놈이 말이야. 첨에 태어날 때 제일 작은 문열이였거든...”
“아, 그런가요? 전혀 그래 보이지 않는데요?”
“그렇지? 그런데 지금은 여기서 저 녀석이 대장이야. 큰 놈들도 못 당해. 하하하.”
“어떻게 문열이가 그렇게 된 거죠?”
“맞춰봐. 이부장도 이건 아마 맞추기 어려울걸? 하하.”
“글쎄요. 좋은 영양제라도 놔주셨나 봐요? 답이 뭐래요?”
“하하. 비슷하긴 한데 그런 건 아니고…”

K 농장주는 알쏭달쏭 궁금해 하는 필자를 보고는 의기양양하게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도저히 모르겠는데요. 힌트 같은 건 없어요? 하하하.”



잠깐 뜸을 들이던 K 농장주는 얘기를 이어갔다.

“내가 제일 작게 태어난 저 녀석을 갖고 한번 실험을 해 봤지. 태어나자마자 초유를 짜서 몇 번을 먹여 줬거든. 원래 포유자돈들이 분만하고 몇 일간은 좋은 젖을 차지하려고 싸움을 많이 하는데 저 쬐깐한 놈이 큰 놈들하고 붙어서 전혀 안 밀리고 오히려 다 밀어내 버리는 거야. 햐~ 신기하더라고. 그걸 보고 나서 초유가 참 대단하단 걸 알게 됐지.”



그 때까지 초유의 중요성에 대해 책으로만 배웠던 필자의 지식은 사실 현장에서 누군가를 설득하고 실행에 옮기게 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별로 쓸모가 없었다.

초유 먹이는 일 이외에도 수많은 일들이 발에 치이는 농장에서 농장주나 관리자들은 '하면 좋다'는 것까지는 알아도 웬만해서는 추가적인 비용이나 노력이 들어가는 일을 하려고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가 당시 현장에서의 보고 들은 생생한 경험은 초유의 개념을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손으로 옮겨놓은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초유가 백신을 백 번 하는 것 보다 낫다’라는 교과서적인 얘기를 듣는 것과 스스로 직접 눈 앞에서 펼쳐지는 초유의 기적을 목격하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르다.



아마도 위에서 K 농장주와의 대화를 통해 초유 먹이기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고 고민하기 시작했다면 아래와 같은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초유 먹이기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렇다면 과연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들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혹시 초유 먹이기의 혜택은 농장주에게만 돌아가고 실제 일을 하게 되는 관리자에게는 일이 늘어나는 것 이외에 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닐까?

그에 대한 답은 무엇일지 좀 더 고민해 보기로 하자.

2. 초유 관리의 원칙과 효과

초유 먹이기는 생후 얼마나 빨리 하느냐가 그 결과에 엄청난 차이를 보여준다.

아래 그래프는 생후 자돈이 어미와 접촉하기까지의 시간에 따라 생존율이 현저하게 달라지는 것을 보여주는데 생후 20분 이내에 어미의 젖을 물려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반면 1시간이 지난 상태에서는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2시간 동안 젖을 찾지 못하면 거의 대부분 폐사로 이어지게 된다.

궁극적으로 분만사에서 포유자돈의 생존율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초유를 빨리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전부라고도 말할 수 있다.



분만 후 간호분만을 하지 않고 방치한 자돈의 경우 대부분 20분이 지나서 어미의 젖을 접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이는 포유자돈의 초기 폐사율을 20% 가까이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고 실산자수에서 포유개수 두수까지 손실로 기록되며 이후의 포유 중 폐사율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초유 먹이기는 기본적으로 간호분만을 통해 빠르게 양수를 닦아주고 말려주어 체온 저하를 막고 어미 젖을 물려주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초유는 분만 후 시간이 지날수록 전신면역을 담당하는 IgG 항체 수준뿐만 아니라 흡수율이 모두 급격하게 낮아지게 되기 때문에 분만을 시작한 지 3시간 이내의 것이 진정한 초유라고 말할 수 있고 적어도 6시간 이내에는 초유를 먹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모돈의 총 분만시간을 고려해 볼 때 3시간 이내의 완벽한 초유를 모든 자돈들에게 먹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분만 후 초유의 품질은 지속적으로 떨어져서 나중에 태어난 자돈과 젖을 빨 힘이 부족한 허약자돈들은 충분한 초유 섭취의 기회를 잃게 되어 질병에 대한 면역이 저하되고 생존율도 현저히 낮아지게 된다.

이런 불량한 자돈들은 설령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이유 후에도 문제를 계속 일으켜서 보이지 않게 농장의 수익을 갉아먹게 되니 차라리 도태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따라서 평소 간호분만을 잘 해 주는 농장이라고 하더라도 초유를 강제 급여하는 추가적인 관리를 통해 눈에 띄게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분만사에서 실산자수와 이유두수 간의 차이가 복당 1.5두 이상인 농장, 포유 중 폐사율이 높은 농장, 이유 후 설사, 호흡기 등으로 위축이나 폐사가 꾸준히 발생하는 농장에서는 초유를 강제 급여함으로써 생산성을 크게 개선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3. 초유의 강제 급여와 적용 사례

초유를 먹이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들과 알고 있어야 하는 것들을 살펴 보자.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아기 젖병과 같은 용기를 준비하고 첫 번째 자돈이 태어나자 마자 모돈의 유방을 맛사지 한 후 초유를 짜서 모아준다. 이 때 오염된 첫 젖은 먼저 살짝 짜내 버리고 나서 깨끗한 초유를 담는 것이 좋다.



초산 또는 2산차 모돈은 초유가 충분하지 않고 품질도 크게 떨어진다. 따라서 3~5산차 모돈은 초유 분비량과 질이 매우 우수하므로 미리 많은 양을 채취하여 모아두었다가 전체를 혼합하여 사용하는 것이 좋고 경우에 따라 냉동 보관했다가 나중에 사용할 수도 있다.

보통 3~5산의 모돈에서 채취할 수 있는 초유의 양은 300~400ml이며 약 10분 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자돈 두당 20ml 급여량을 기준으로 모돈 한 마리에서 한 번에 채취되는 초유는 15~20두의 자돈을 아주 건강하게 키워낼 수 있게 된다.

또한 그러한 초유 급여 과정에서 수반되는 간호 분만, 유방 맛사지 등의 추가적인 노력은 농장의 생산성을 끌어 올리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태어나는 모든 자돈들에게 급여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노동력이 부족한 경우 선택적으로 급여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즉, 초산돈은 초유의 질이 낮아 태어난 자돈들의 면역력이 떨어지고 고르지 않기 때문에 가급적 전체 자돈들에게 급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경산돈의 자돈들은 체미돈과 6~7번째 이후로 태어난 자돈들에게 급여하는 것을 권장한다.

참고로 초유를 급여할 때는 반드시 주사기에 가느다란 튜브를 연결하여 자돈의 목구멍 깊숙이 넣고 천천히 주입해야만 자돈의 기도로 초유가 넘어가거나 목이 붓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아래 그림은 분만사뿐만 아니라 자돈사에서도 20%가 넘는 높은 폐사율을 경험했던 농장에서 필자가 직접 초유 급여를 제안하여 한달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 내에 확실한 폐사 감소 효과를 보았던 사례이다.

당시 해당 농장에서는 초유 급여가 기적이라고 평가될 수 있을 만큼 폐사 문제가 줄어들고 자돈들의 이유체중도 몰라보게 좋아져서 매일 폐사돈을 처리하고 주사 치료에 매달려 있던 직원들의 노동력을 감소시켜주고 일에 대한 몰입도를 크게 높일 수 있었다.



초유를 채취하고 급여하는 일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며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엄청난 효과를 생각한다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초유의 강제 급여는 단지 생산성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 포유자돈뿐만 아니라 이유자돈 이후 단계에까지 위축이나 폐사 등의 문제로 인하여 발생하는 직원들의 치료 노력을 감소시켜주고 사육에 대한 자신감과 의욕을 고취시키는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숙련되지는 않더라도 가르쳐 준 기본 관리에 대해 정직하게 실천하는 우수한 외국 노동자들 중에서 초유를 급여하는 관리를 전담하도록 하고 특별한 보상 프로그램을 통해 농장의 기본 프로그램으로 정착시킨다면 매우 좋은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간호분만과 기적의 초유 먹이기 동영상 바로 가기 >>


우리나라 농가들에서 지속적으로 다산성 모돈의 도입이 증가되는 현실이지만, 낮은 생시체중과 이유성적 불량으로 인하여 폐사 증가, 출하일령 지연과 밀사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등 오히려 실패 사례가 많이 나타나는 점을 볼 때 초유 강제 급여의 중요성은 더할 나위 없이 커지고 있다.

초유 급여에 대한 원칙과 프로그램을 정해 놓고 꾸준히 실천한다면 분만사에서 비육사까지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하고 복잡해 보이던 많은 문제들이 실타래처럼 풀리는 기적을 경험해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돈심보감(豚心寶鑑)22편 보기 21편 보기 20편 보기 19편 보기 18편 보기  17편 보기 16편 보기 15편 보기 14편 보기 13편 보기 12편 보기 11편 보기 10편 보기 9편 보기 8편 보기 7편 보기 6편 보기 5편 보기 4편 보기 3편 보기 2편 보기  1편 보기
배너

관련기사

배너
총 방문자 수
9,126,586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