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감(寶鑑)은 귀한 거울이라는 의미이다. 돈심보감(豚心寶鑑)은 돼지의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처럼 농가들이 새로운 눈으로 돼지를 살피고 스스로 되돌아보게 해 주는데 작으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시간은 앞다투어 향기를 뽐내는 봄꽃들의 축제를 향해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주말의 결혼식장에도, 이름 있는 산의 등산로 입구에도 물웅덩이에 갓 태어난 올챙이 떼마냥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활기를 더하는 때이다.
이제 무거운 옷 대신 좀 더 가벼운 봄 옷으로 분위기도 바꾸고 새로운 의욕으로 가득 충전을 해보자.
물은 100°C가 넘어야 비로소 끓기 시작하고 밥도 익는다. 언제나 밥을 짓는 사람의 마음은 100°C 그 이상일지라도 정작 불이 약하면 물은 끓는 점에 도달하는데 실패하고 밥도 설익고 만다.
이번 돈심보감 편에서는 거의 모든 농장에서 실천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는 농장은 그다지 많지 않은 내·외부 구충과 관련된 문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이미 다 잘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대부분의 농장에서 흔히 보이는 '돼지 옴'과 같은 외부 기생충은 극심한 가려움과 스트레스를 주고 포유 및 이유자돈에서는 '삼출성 표피염'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높은 폐사율도 보여주고 있다.
내부 기생충 역시 감염율이 매우 높고 돼지의 소화기를 비롯해 폐, 간 등 주요 장기를 손상시키며 면역물질 생성 억제로 인해 질병에 쉽게 노출되고 증체율과 수태율도 떨어진다.
농장에서는 해마다 이 맘 때가 되면 누구나 잊지 않고 실시하는 것이 '내·외부 기생충 구제'이다. 그런데 당연하다는 듯 구충을 했다는 농장에서 필자의 눈에는 여전히 달라진 게 크게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아니 십중팔구가 그렇다. 왜 그럴까?
봄을 맞아 많은 농장들은 내·외부 구충을 위해 투약을 하고 주사 치료도 하면서 적어도 올 가을까지는 괜찮겠거니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마음처럼 그렇게 된다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기생충의 생활사와 기생충 약제들의 효과와 범위 등 구충의 원리를 잘 이해하고 똑부러지게 하는 농가들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구충을 이미 실시한 농장들에서도 겨우 한 달만 지나면 또 다시 긁어 대는 모돈들이 나오는 건 기본이고, 눈에 잘 띄지 않는 내부 기생충도 여전히 왕성한 번식 활동을 하게 된다.
▷돼지의 개선충 동영상>>
1. 돼지 개선충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조치
농장을 방문해 보면 임신돈을 포함해서 포유자돈, 이유자돈 할 것 없이 긁고 비비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농장에서 웅돈은 옴에 대한 관리가 가장 소홀한 경우에 해당되고 후보돈부터 임신돈, 포유자돈, 비육돈까지 피부가 깨끗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작년에 PSY 40두를 달성하고 있는 덴마크의 브라이드가든 농장을 방문했을 때 산차가 꽤 높은 임신돈의 피부가 마치 육성자돈처럼 윤기가 흐르고 선홍색으로 뽀얗게 유지되고 있는 것을 보며 상당히 놀랐던 경험이 있다. 해당 농장은 개선충이 완전히 박멸된 농장이었다.
아래 사진이 다소 어둡고 질이 떨어져서 아쉬운 면이 있지만, 실제 육안으로 보이는 모돈의 피부는 지금껏 우리나라의 농장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경우였다.
아마도 많은 농장들이 최근 구충을 했거나 계획을 갖고 있을 것이다. 구충을 하고 나서 한 달이 지난 다음에 우리 농장은 과연 괜찮을까? 아니면 도로아미타불이 되어 있을까?
돼지 옴을 쉽게 확인하는 간단한 방법은 임신돈사에서 돈체에 살짝 물을 뿌려보면 알 수 있다.
돼지 몸에 물이 뿌려지면 옴은 돼지의 피부 속을 파고 들어가면서 돼지의 가려움이 심해져 여기저기서 긁어대는 모습을 곧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구충을 했다면 한 달이 지난 뒤 한번 돈체에 물을 살짝 뿌려서 테스트를 해 보길 권한다. 긁는 모돈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면 구충이 잘 되었다고 판단해도 좋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많은 농장들이 외부 구충에 실패하는 원인은 왜일까?
원래 돼지의 기생충은 알에서 성충으로 성장하는 기간이 워낙 빠르고 번식 사이클이 짧아서 어지간해서는 박멸이 힘들다. 옴의 경우는 성충이 월 40~50개의 알을 낳을 만큼 번식 능력이 왕성하고 충란이 다시 성충이 되기까지는 겨우 2주 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런 옴을 깨끗하게 박멸한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많은 농장은 구충을 하면 절반도 제거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고 살아남은 기생충은 금방 기하급수적으로 증식되어 금새 한 달 전과 같은 수준으로 오염이 된다.
그 이유는 바로 아무리 효과적인 외부기생충 구제제라도 충란에 대해서 완전한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는데다 사료섭취가 저하되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체내 유효 농도에 못 미치는 개체가 발생하는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여 해결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선충을 제거하는데 필요한 충분한 유효 농도와 알이나 유충이 성충이 되기까지 약제 효과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필요한 투약 기간을 알아야 하고 분무 또는 도포 형태(예: 아미트라즈, 세바실푸어온, 네구벤질액 등)를 통한 추가적인 조치가 병행되어야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개선충의 알과 유충은 돼지의 피를 빠는 성충이 될 때까지 2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투약 효과는 총 3주 정도는 지속되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한 원리을 이해했다면 개선충의 제거에 유일하게 적용되는 이보멕틴 제제의 정확한 용량 용법을 알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이보멕틴은 주사제와 사료첨가용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임신돈처럼 사료섭취량이 적은 개체에는 주사제가 좀 더 유리하다. 다만 주사제의 경우 피하 접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3주 이상 약효를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에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시판되고 있는 이보멕틴 제제의 종류와 유효농도, 품질 수준은 다양하므로 가급적 효과가 잘 검증된 것을 선택하되 제조사가 권장하는 용량 용법을 잘 읽어보고 적용하는 것이 좋다.
간혹 피하주사가 아닌 근육주사용 제제도 무방하다고 홍보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지속성이 떨어져서 옴의 성충만 제거하는 경우라 충분한 효과를 보기가 어렵고 한 달만 지나면 금새 긁어대는 개체가 늘어나는 걸 볼 수 있다. 만일 이근부에 피하주사를 하기가 어려울 경우 아래 그림과 같이 미근부 꼬리 아래에 주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보멕틴 제제의 사료 첨가 역시 투약의 시작과 끝이 최소 3주는 되어야 하며 섭취량이 적은 임신돈의 경우 특히 10ppm 이상의 투약 농도를 잘 지켜야 한다.
원칙적으로 1주 투약-1주 휴약-1주 투약을 권장하지만, 규모가 작은 농장의 경우는 3주 연속 투약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이보멕틴 제제의 피하주사나 사료첨가를 하고 나면 아미트라즈, 세바실 푸어온, 네구벤질액 등과 같은 분무, 도포용 약제를 병행하는 것은 구충의 효과를 높이는 좋은 방법이다.
네구벤질이나 아미트라즈 제제와 같은 분무용 약제의 경우 돼지뿐만 아니라 돈사에도 뿌려준다. 돼지에 뿌릴 때는 미리 약제가 잘 스며들 수 있도록 돈체에 물을 뿌려 촉촉하게 해 준 다음 대부분의 옴이 서식하는 목덜미와 귀의 안쪽, 겨드랑이 등 구석구석에 약액이 닿도록 충분히 분무해 준다.
또한 표피의 터널에 머무르고 있는 충란이 부화될 때 재차 치료를 실시해야 모든 충체 및 유충에 대해서 효과를 발휘할 수가 있으므로 1주나 열흘 정도 지나 재차 분무를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농가에서 꾸준히 많이 사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도포제인 세바실 푸어온은 돼지 체중 10kg당 본제 4ml를(모돈 체중 200kg의 경우 80ml/두 도포) 계량기 사용법에 따라 두 귀 중앙에서부터 꼬리가 시작되는 곳까지 등뼈를 따라 일직선으로 고르게 부어준다. 귀 내부에 옴이 심할 때에는 계량기 꼭지를 끼우거나 주사기를 이용하여 귓속에 1∼2ml 씩 추가 투여한다.
아래 그림에서 A는 털이 등 위로 수북하게 올라온 웅돈에게 세바실을 뿌려 준 경우인데 털에만 약제가 묻어 있고 피부에 침투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 B의 경우는 약값이 아까워서 그랬는지 어깨 부위에만 뿌려주고 말았다.
따라서 도포용 약제를 사용할 경우에는 충분한 양을 뿌려주어야 하며 돼지의 털이 무성하여 약제를 뿌려도 피부로 스며들기 힘든 상황에서는 먼저 돈체에 물을 뿌려주어 털이 몸에 붙거나 축축한 상태를 만들어 놓고 나서 뿌려주는 것이 효과를 높여주는 방법이다.
돼지 옴에 대한 구충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봄, 가을에 한 번씩 실시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한계가 있고 충분한 수준으로 구제가 안 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따라서 일년에 2회만 구충을 할 경우엔 옴의 피해를 피하기가 어려워 필자는 분기에 1회를 추천해 주고 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후보돈 도입 시, 분만 2주 전 모돈의 구충을 별도로 실시하고 자돈들도 50일령에 구충을 별도로 실시해야 효과적인 구충이 가능하다.
2. 돼지 회충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조치
돼지회충은 돼지의 소화기계에 기생하는 가장 대표적인 기생충 중의 하나이며 또한 돼지회충 감염이 심한 농장은 상대적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 다른 내부기생충에도 감염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내부기생충 감염 정도를 판별할 수 있는 좋은 척도로 활용할 수 있다.
회충의 암컷은 하루에 충란을 최소 20만개 이상이나 배설할 만큼 무시무시해서 한 번 감염이 되면 아주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증폭되며 분변을 통해 배설된 충란은 생존력도 아주 뛰어나서 수년 동안 생존이 가능하다.
따라서 돼지의 옴과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농장에서 돼지 회충을 박멸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배설된 충란은 감염유충 → 경구감염 → 장내부화 유충 → 장벽천공 → 복강 → 간(제 3기 유충) → 심장 → 폐 → 기관지 → 기관 → 인두 → 소장(4,5기 유충) → 성충 → 충란 배설로 이어지며 이 사이클은 약 50일 가량 소요된다.
이렇게 회충의 유충은 돼지의 체내에 이행하여 간과 심장, 폐 기관지 등을 뚫고 다니며 조직을 괴사시키거나 폐렴을 일으키는 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특히 간 조직에 손상을 주게 되면 간 표면에 섬유소성 결합조직이 생겨 유백색의 흉터들이 다수 발생하는데 그 흉터들이 우유를 뿌려놓은 것과 유사하다고 해서 밀크스팟(Milk Spot)이라고 부른다.
또한 유충은 폐와 기관지로도 이행하여 호흡곤란이나 기침, 폐렴, 기관지염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특히 돼지 유행성 폐렴(MH)이 다발하게 되어 PRRS와의 복합적인 피해도 늘어날 수 있다.
성충은 장내에서 장염이나 장폐색, 빈혈, 설사, 구토 등의 피해를 일으키고 돼지 소장 내 환경에서 문제 없이 생활하기 위해서 숙주의 면역반응을 억압하는데 이로 인하여 회충 감염돈은 다른 질병에 쉽게 노출되게 된다.
다시 말해 호흡기가 잘 치료가 되지 않고 계속 심한 농장은 내부 기생충의 유무를 필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많은 농장에서 이보멕틴을 내,외부 동시 구제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여 이보멕틴 한 가지만 사용하고 마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맞지 않다. 이보멕틴이 회충의 성충은 제거해주지만 유충과 충란은 죽이지 못하기 때문에 이보멕틴으로 구충을 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펜벤다졸 사용을 병행해야만 완전한 구충을 할 수 있다.
회충을 구제할 때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일반적으로 장점막을 뚫고 장기를 따라 이행 중인 유충들은 성충보다 구제되는 정도가 떨어지는데, 체내 이행 기간이 약 2주 정도 소요되므로 원칙적으로는 1차 구충 실시하고 나서, 2주 후에 다시 한번 구충을 하는 것이 요구된다.
아래 표에서 이보멕틴 제제가 제거하지 못하는 기생충의 종류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가 있다.
회충을 포함한 내부 기생충 구제제로 가장 흔히 사용되는 펜벤다졸(Fenbendazole)은 일반적으로 40g 역가의 제품들이 시판되고 있으며 가급적 고농도 단기 투약보다는 저농도 장기 투약이 유충 구제에 더 효과적이다.
이보멕틴으로 옴 등 외부 기생충을 구제하고 나서 반드시 펜벤다졸로 내부 기생충에 대해 추가로 조치를 하고 호흡기 문제가 많은 100일령 육성 비육돈 구간은 별도로 투약하여 돼지의 성장 정체를 예방할 수 있다.
형식적인 봄, 가을 2회 구충으로는 무시무시한 번식력과 생존 능력을 가지고 있는 내, 외부 기생충의 피해를 면치 못한다. 지금 농장에 귀를 흔들거나 몸을 긁는 모돈, 자돈들이 여기저기 보인다면 어설픈 구충을 했다는 뜻이다.
적어도 분기에 한 번 정도는 구충을 하고 지금까지 언급된 내용을 참고하여 조치 방법을 제대로 적용하는 것이 기생충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물은 99°C에서는 결코 끓는 법이 없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