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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심보감(19)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농장에서의 정액 품질 관리

(주)카길애그리퓨리나 이일석 이사 (leeilsuk@hanmail.net)

“보감(寶鑑)은 귀한 거울이라는 의미이다. 돈심보감(豚心寶鑑)은 돼지의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처럼 농가들이 새로운 눈으로 돼지를 살피고 스스로 되돌아보게 해 주는데 작으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해마다 빨라지는 고온 현상으로 인해 이미 4월 초에 38선 이북에 까지도 벚꽃이 활짝 피고 말았다. 그런데 지난 주말엔 난데없이 몰려 온 꽃샘 추위에 서둘러 피어버린 꽃들이 안절부절 어찌할 바를 모를 일이다. 

온갖 달콤한 열매를 맺어주는 과일 나무 위를 부지런히 옮겨 다니며 꽃가루를 나르는 꿀벌들이 몸살이라도 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앞선다.

꿀벌은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주요 작물 중 71종에 달하는 식물들의 수분작용을 담당하는 아주 중요한 곤충으로 꿀벌이 죽으면 곡물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굶어 죽는 사람들도 생길 수 있다.

혹시 좋아하는 과일 값이 해마다 오르는 이유가 최근 꿀벌들이 줄어들어서 그런 건 아닐까?

쉴 새 없이 꽃가루를 나르고 슬퍼할 겨를도 없이 바쁜 꿀벌 덕분에 우리의 식탁이 풍성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일이다.



이번 돈심보감 편에서는 번식돈의 수태율과 산자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액의 품질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특히 여름철에 중요도가 높아지는 정액의 품질을 지금 시점에서 다루는 이유는 문제가 생기고 나서 고치겠다고 하면 '이미 소 잃고 나서 외양간을 고치는 격'이어서 미리 대비하고 실행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 번식성적을 크게 좌우하는 정액의 품질
정액의 품질은 AI센터에서 관리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다. AI센터도 일반농가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돼지를 다루는 곳이고 정액 제조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늘 완벽할 수가 없을뿐더러 보관 과정에서도 문제가 많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마치 농장에서 돼지를 출하하면 1+ 등급도 있지만, E등급도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농가에서는 후보돈이 들어오게 되면 호흡기가 있거나 지제, 유두, 외음부 등에 결함이 있는지 확인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클레임을 제기하고 혈청 검사까지 해가며 신경을 쓰곤 한다.

그런데 번식 성적을 개선하는데 있어서 후보돈의 품질 못지 않게 중요한 정액의 품질에 대해서는 제대로 확인을 하거나 관심을 갖는 농가가 별로 없다.

정액의 품질은 수태율과 산자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고 직접 정액의 품질을 확인하는 것은 종부 적기를 찾기 위해 웅돈을 이용하여 승가 테스트를 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그러한 작업이 생략될 경우 번식 성적에 문제가 생겨도 무엇 때문인지 알 수가 없고 만일 수태율이나 산자수에 따라 인센티브를 적용받는 종부 담당자라면 급여 감소뿐만 아니라 자존심에도 큰 구멍이 생기게 된다.



아래 그래프는 과거 모 농장에서의 월별 수태율을 보여주고 있다. 2013년 말부터 2014년 초까지 해당 농장은 이전 여름에도 크게 문제되지 않았던 수태율이 급격히 하락하여 수개월간 70% 초·중반까지 떨어지는 경험을 했고 이후 여름에는 40%대까지 떨어지는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다시 2015년 말 겨울에도 수태율이 뚝 떨어져서 원인을 찾느라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는 90% 이상의 양호한 수태율을 꾸준히 보이며 이전보다도 높고 안정적인 성적을 나타내 주었다. 

그렇다면 해당 농장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위 농장의 케이스를 거울삼아 아래에 몇 가지 정액 품질 관리를 위한 실천 사항을 제안해 보도록 하겠다.

2. 정액 보관고의 관리
위에서 S농장의 겨울철과 여름철 급격한 수태율 하락은 정액 보관고의 관리에 큰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즉, 정액 보관고의 위치가 단열이 안 되는 곳에 있었고 오래되어 노후화된 정액 보관고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것이 큰 손실을 가져왔던 것이다.

AI센터에서 아무리 품질이 좋은 상태로 농장에 정액을 공급한다고 하더라도 농장 내 정액 보관고가 고장이 나거나 온도를 지속적으로 17~18℃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면 정액의 품질은 급격히 나빠지게 된다. 

게다가 아주 추운 겨울이나 여름에 보관고가 외기의 온도에 영향을 많이 받는 위치에 있을 경우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정액보관고가 허름하고 단열도 안 되는 작은 컨테이너(그림 왼쪽)에 있다면 여름에는 에어컨이 돌고 겨울에는 히터가 도는 사무실(그림 오른쪽)로 옮겨 주는 것이 좋다.

만일 당일 정액을 공급 즉시 사용하지 않고 혹한기나 혹서기에 단열이 되지 않는 곳에 위치한 정액 보관고에 정액은 보관해 두었다면 교배 시점에는 정자가 모두 사멸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정액 보관고를 외기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소로 옮겼다고 해서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정액 보관고는 시간이 지나면서 노후 되고 성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관고 내에는 반드시 최고-최저 온도계를 구비하여 두고 온도 변화가 얼마나 일어나는지 수시로 확인해 보아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요즘에는 냉장고나 정액 보관고의 온도가 어느 정도 일정한지 쉽게 점검해 볼 수 있는 디지털 기기가 저렴한 가격에 시판되고 있어서 정액 품질 관리를 하는데 매우 유용하다(아래 그림의 우측 참고).





아래에 정액 보관고를 관리하는데 필요한 체크 리스트를 참고하여 정액의 품질이 문제가 되어 번식 성적이 저조해지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





3. 정액 품질 검사를 위한 화상 현미경의 활용
농장 내에서의 정액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정액 보관고를 잘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지만, 처음부터 문제가 있는 정액이 공급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따라서 구입한 정액의 품질에 문제가 없는지 매번 검사를 하는 것은 교배가 한꺼번에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양돈장에서 대량의 번식 실패를 막기 위해 매우 필수적이고 중요한 일이다.



특히 웅돈이 고온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기형이나 미성숙 정자가 증가하고 정자의 활력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보통 정자가 만들어지고 배출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웅돈의 고환에서부터 6주에서 8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온 스트레스에 노출된 웅돈의 정액 활력은 선선한 초가을이 되어도 개선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상기 실험과 같이 고온 스트레스에 노출된 웅돈의 정액은 활력 유지 능력이 떨어져 6시간 안에 모두 사멸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하절기에는 농장에서 2차 종부를 좀 앞당겨 시행하고 3차 종부까지 하는 방법과 심부주입을 시행하면 정액 활력 저하로 인한 수태율 저하를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에는 화상 현미경이 저렴하면서도 사용법도 그다지 어렵지 않아서 농장에 하나쯤 구비하고 올 여름철을 대비하여 미리 연습하고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참고로 이상에서 언급되었던 정액 보관고의 온도 변화를 모니터링 하기 위한 디지털 기기나 화상 현미경 세트는 축산분야 전문 기자재 및 서비스 업체인 팜솔루션(연락처 : 031-305-8880)을 통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가 가능하다.



화상 현미경을 통한 정액 검사는 다음과 같은 매우 간단한 절차를 통해 진행할 수 있다.

1) 현미경, 슬라이드 글라스, 커버 글라스, 디지털 가온판을 준비한다.
2) 슬라이드 글라스를 다룰 때는 손의 지문이 묻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시험관의 중간을 잡지 말고 양쪽 끝을 잡고 취급한다.
3) 정액팩(병)을 3~4회 흔들어 잘 혼합해 준 다음 슬라이드 글라스 위에 잘 혼합된 정액을 한 방울 떨어뜨리고 커버 글라스를 덮는다.
4) 디지털 가온판을 2분 이상 가온하여 온도가 38도 정도가 되도록 한다. 가온하지 않은 정액은 수면상태로 죽어서 떠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5) 커버 글라스를 덮은 후 최소한 4~5군데로 현미경 시야를 옮기면서 정액을 관찰한다.
6) 정액 활력 검사는 약 1분 정도 지켜보는 것이 좋다. 하절기에 고온 스트레스를 받은 웅돈의 정액은 검사 시작할 때의 활력은 좋게 보이다가 급격하게 활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7) 정자의 활력도와 생존율, 기형 정자 비율 등을 확인하여 1~10까지 점수로 표시해 준다.

정자의 활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는 50 ~ 70% 이상의 정자가 활발한 전진운동을 하여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현미경 시야를 벗어나는 경우라면 매우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50% 이상의 정자가 전진 운동이나 소용돌이 운동을 보이지 않고 제자리를 맴돈다면 활력이 좋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질이 좋은 정액은 기형율이 5~15%를 초과하지 않으나, 보통의 정액은 10~20% 정도의 기형율을 가지며 만일 기형율이 30% 이상일 때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래에 보이는 정액 검사 일지에서 하단 3번째의 검사 결과를 보면 기형 정자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생존해 있는 정자수도 적을뿐더러 활력도 역시 평상 시의 절반 수준 밖에 안 되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

혹시 잘못 제조되었거나 관리 상의 문제가 있었던 정액을 교배에 사용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분명 해당 주의 교배 성적은 형편없이 떨어지고 관리자는 원인도 모른 채 모돈이나 분만사 관리자를 탓하면서 불만이 쌓이고 좌절감을 맛보게 될 수가 있다.

앞으로는 농장에 입고되는 정액의 결함 여부를 점검하여 불합격된 정액은 필히 폐기하거나 반품하여 수태율나 산자수가 하락하는 것을 피할 수 있도록 하자.



정액의 품질 검사 동영상 보기 >>


요즘은 축산분야에도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저렴하면서도 편리한 기기가 많이 발달되고 있어서 그러한 기술들을 잘 활용하면 농장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수태율과 산자수를 높이기 위해 정액의 품질을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만한 수단이 없고 노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듯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마트에서 과일을 살 때도 꼼꼼히 확인하고 맛을 봐가며 고르는데 정액의 품질은 말할 필요도 없다.

수십 마리 모돈의 번식 성적을 좌우하고 한 번의 실수로 수백, 수천만 원의 손실이 나게 할 수도 있는 정액의 품질은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관리해야 할 대상이다..

앞으로는 정액의 농장 입고 시 품질과 보관 품질이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지 꾸준히 모니터링 하는 관리를 통하여 다산성 모돈의 유전 능력을 충실히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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