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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심보감(40) 익지도 않은 사과를 따지 마라] 분만유도제(PGF2α)의 올바른 적용

(주)카길애그리퓨리나 이일석 이사 (leeilsuk@hanmail.net)

“보감(寶鑑)은 귀한 거울이라는 의미이다. 돈심보감(豚心寶鑑), 돼지의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처럼 농가들이 새로운 눈으로 돼지를 살피고 스스로 되돌아보게 해 주는데 작으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지난 주 대한민국을 잔뜩 긴장시켰던 역대급 ‘태풍’은 역대급 ‘허풍’으로 판정이 났다. 제주도 근처 바다의 낮은 수온 때문에 기운이 다 빠져버렸다나 뭐라나… 전기료를 1년에 20억원어치나 잡아먹는 '기상충'의 슈퍼컴퓨터가 동네 슈퍼 할머니의 무르팍 예감보다 못한 건 아닐까?!

 

아무튼 대한민국 허리를 두 동강 낼 것만 같았던 이번 태풍 '솔릭'이 큰 피해를 주지 않고 지나갔으니 다행이긴 하다.

 

그나저나 바로 엊그제 중국의 여행객이 ASF(아프리카돼지열병)를 순대와 만두 보따리에 싸 들고 들어온 사실이 밝혀지면서 한돈 무림계가 발칵 뒤집혔다. 풍전등화(風前燈火)와도 같은 한돈의 미래를 걱정하며 글을 쓰려니 눈앞이 캄캄해지고 기운이 빠져서 뭘 써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을 것이고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 돈심보감에서는 주간에 분만을 유도하고 간호분만을 통해 생시 자돈의 사고율을 줄여주며 주말의 분만을 피하기 위해 실시하는 유도분만이 지닌 문제점은 무엇이고 분만유도제(PGF2α)는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올바른 이해를 돕고자 한다.

 

잘 알고 있다시피 '유도분만'은 임신 황체를 융해·퇴행시키는 PGF2α 제제(제품 예: 루텔라이즈, 디노린, 씨엘라이즈, 이리렌, 보비프로스트 등)를 분만에 가까운 모돈에게 주사하여 24~36시간 이내에 강제로 분만을 유도함으로써 집중적이고 효율적인 분만 관리를 하기 위함이다.

 

분만유도제는 제약사에서 정상 분만 예정일 3일 이전부터 투여(모돈당 2ml)가 가능한 것으로 표기하고 있고 일반적으로 오전 9~10시경에 처치하여 이후 24시간 이내에 30% 가량, 36시간 이내에는 대부분 분만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주간에 집중 분만을 통한 간호분만으로 생시 사고율을 줄이고 주말 근무를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하는 유도분만이 자칫하면 오히려 자돈의 사고율을 높이고 모돈을 망가뜨려서 쉬고 싶은 관리자를 더욱 피곤하게 만드는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유도분만을 하더라도 계절에 따라 주간에 분만이 유도되는 확률이 상이하고 특히, 분만예정일이 실제 정상 분만일과 차이가 큰 경우 해당 모돈은 조산을 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오게 되어 자돈의 생시체중이 작고 허약하여 초유 섭취를 제대로 못하거나 설사가 심해지는 등 다양한 문제를 유발시킬 수 있다.

 

 

1. 분만유도제의 처치와 주간 분만 빈도

 

그렇다면 유도분만을 하게 되면 계절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왜 문제가 생기는지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도록 하자.

 

돼지의 주간(08:00~18:00)과 야간(18:00~08:00)의 분만 비율(%)은 계절에 따라 다소 차이가 생기는데 아래 그래프에서 일반적인 경우(파란색 그래프) 여름에는 주간 분만율이 높고 겨울에는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온도 관리가 어려운 겨울철에 야간에 분만하는 모돈의 비율이 더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것은 간호분만이 제대로 안될 경우 자돈의 생존율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걸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유도분만을 하더라도 여름철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와 별 차이가 없어서 굳이 비용을 들여가며 호르몬제를 처치할 이유가 없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반대로 겨울철에는 주간 분만율이 낮은데도 PGF2α 제제의 처리로 인해 다른 계절에 비해 주간의 분만 비율을 91.1%까지 높게 끌어올릴 수 있어서 기대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아래 그래프를 보면 어떻게 하는 것이 여름에도 주간 분만의 비율(%)을 높일 수 있을 지에 대한 힌트가 들어있다. 즉, 계절에 따라 PGF2α 제제의 투여 후 첫 새끼가 분만하는 시간에도 다소 차이가 생기는데 평균적으로는 26~28시간이 걸리지만 여름에는 유독 18시간 남짓으로 짧다.

 

 

이것을 볼 때 여름에는 오전 9~10시 사이에 처치를 할 경우, 새벽 3~4시에 분만하게 되어 주간 분만율이 낮아지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따라서 여름철에는 다른 계절과는 달리 오후 3~4시경에 분만유도제를 처치해 주어야 다음 날 오전 9~10시경에 분만이 이루어지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어떤 원인에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분만 시간이 긴 모돈일수록 주간 분만 빈도는 급격히 낮아지고 야간에 주로 분만하게 된다는 점을 아래 그래프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이는 다시 말해서 야간에 분만하는 경우가 분만에 걸리는 시간도 더 길어진다는 걸 의미한다.

 

 

분만 시간이 길어지면 생시 사고율이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산자수가 높거나 과거 분만 간격이 길었던 모돈을 확인하여 주간 분만을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위의 연구 결과로 추정컨데, 아마도 모돈의 분만 간격도 어두울 때보다는 밝을 때 더 짧아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만일 그렇다면 야간 분만 빈도가 높아지는 겨울에 조명 강도와 시간을 좀 더 늘려주는 것이 분만 사고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참고로 위의 그래프 등 비교 연구 자료는 과거 농식품부의 과제로 중앙대학교에서 모돈 2,086두를 대상으로 분만 실태를 조사 연구한 결과를 인용하여 정리한 것이다.

 

2. 유도분만제의 처치와 분만 예정일

 

다음에 기술하는 내용들은 분만유도제(PGF2α) 처치의 성패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문제에 해당하는 것으로 특히 모돈의 분만 예정일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분만유도제를 사용하고 나서 크게 후회할 일을 만들게 된다.

 

왜냐하면 실제 돼지의 임신기간은 115일로 알려져 있지만 개체별로 놓고 보면 그 편차가 꽤 커서 개체에 따라서는 임신기간이 110일 미만에서 125일 이상까지 아주 다양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농장에서는 임신 113일이나 114일째 PGF2α 제제를 일괄적으로 처치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만일 정상 분만일이 118일이 넘어가는 모돈은 제조사가 권장하는 호르몬 처치의 적기에도 벗어나고 영글지도 않은 자돈이 너무 빨리 태어나게 되어 생시체중이 작아지고 허약하여 초유를 제대로 먹지 못하거나 젖을 빠는 힘이 약해서 모돈의 유방염이나 무유증을 부추기며 분만 초기 설사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는 추위로 생시체중이 낮아지는 동절기로 갈수록 특히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과거 모 농장에서 지속적으로 모돈의 무유증과 함께 포유자돈 초기 설사가 심하게 문제되는 농장에서 분만사 팀장과 대화를 하던 중 우연히 분만유도제를 처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당시 대군 농장에서 업무 집중과 효율성을 위해 유도분만은 별 문제를 삼지 않고 권장을 하던 분위기여서 무심코 지나칠 수 있었지만 해당 농장에서 뭔가 잘못 적용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하며 확인한 결과, 평소 산자수가 높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생시 체중이 1.1kg 수준으로 상당히 약하다는 걸 추가로 발견하였다.

 

필자는 분만유도제의 적용에서 문제가 있다는 판단 하에 유도분만을 중단해 보는 것으로 제안했고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게 되었다.

 

 

 

해당 농장은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분만유도제 처치 중단 후 분만일이 기존 보다 평균 2.14일이 늘어났고 복당 평균 생시체중은 기존 1.1kg에서 무려 0.44kg이 늘어난 1.54kg으로 커졌다. 또한 고질적인 무유증과 생시체중 저하로 인해 자돈의 조기 설사도 크게 개선되었다.

 

실제로 해당 농장에서는 교배 이후 113일째 분만유도제를 처치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돈의 정상 분만예정일보다도 2~4일 가량 빠른 유도분만이 이루어지면서 크나큰 손실을 겪었던 것이다.

 

아직 덜 익은 새파란 사과를 확인하지 않은 채 먹게 되면 시기만 하고 잘못하면 설사를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충분히 익었을 때 따는 것이 충실한 과즙의 풍부한 향과 달콤한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법이다.

 

 

그렇다면 실제 다양한 농장에서 모돈의 임신기간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까?

 

아래 표는 카길애그리퓨리나의 돈컴 전산기록 농가들 중 무작위로 선정한 10곳의 지난 1년 6개월간 총 31,280복에 해당하는 모돈들의 성적과 임신 기간을 분석해 본 것이다.

 

 

일반적으로 모돈의 평균 임신기간은 115일이지만 농가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는데 위 10농가의 데이터에서는 임신기간이 114일 이하인 모돈의 비율이 35%가 넘고 117일이 넘어가는 경우도 13%나 되었다.

 

농장별로 보면 매우 상이한 결과를 보여주는데 농장의 돼지 품종이나 교배 날짜의 기록 방식에 따라 차이가 생긴다.

 

자, 여기서 퀴즈 문제를 하나 풀어 보도록 하자.

 

위에서 과연 분만유도제를 처치하고 있는 농장은 어느 농장일까? 그리고 교배된 날짜의 기록 방식이 특별히 다른 농장은 어디일까?

 

 

분석된 데이터를 놓고 보았을 때, 'SC농장'은 분만일이 115~116일에 매우 집중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분만유도제를 사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농장이며 분만 예정일에 아주 가깝게 정확히 처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HH농장'과 'TK농장'은 임신기간이 120일이 넘는 모돈들도 일부 존재하지만, 117~118일째 분만 비율이 상대적으로 많이 낮은 편이어서 분만유도제를 처치를 했을 가능성이 다소 높아 보인다.

 

또한 맨 아래쪽 'MB농장'은 다른 농장에 비해 모돈의 임신기간이 113~114일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볼 때 교배 날짜를 기록함에 있어서 마지막 교배일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분만유도제를 처치함에 있어서 정상적인 분만일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과 교배일을 현황판에 어떻게 기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분만 예정일의 변화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과 경험이 없다면 오히려 실패의 우려가 커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추가적으로 이번 유도분만과 관련된 내용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발견하게 되어 공유하고자 한다.

 

다음 표는 산자수에 따른 모돈의 임신기간을 분석해 본 것인데 결과적으로 모돈은 산자수가 높을수록 임신기간이 짧고 반대로 임신기간이 길면 산자수는 낮아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왜 그럴까?

 

 

 

아직 이 부분에 대한 연구 결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필자가 추정해 볼 때 재귀일령이나 발정 강도와 밀접한 상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재귀일령이 빠르고 발정이 강한 모돈은 수태율과 산자수가 높은 경향이 있고 교배 시점이 동일하다 하더라도 그러한 모돈들의 배란 시기가 좀 더 이르고 정액도 빠르게 난관에 도달하여 0.5~1일 가량 빨리 수태가 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위 그래프를 보면 농가마다 관리 수준에 따라 산자수는 다르지만, 동일 농장에서 산자수가 높은 그룹의 임신기간이 더 짧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만두가 넘는 모돈의 데이터를 볼 때 0.5일(12시간) 이라는 재귀일령의 차이는 산자수가 10두 미만이냐 15두 이상이냐가 결정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미뤄 짐작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단순해 보이는 분만유도제를 사용함에 있어서도 잘못하면 큰 사고를 칠 수도 있고 적절히 사용하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다.

 

정리하자면 분만유도제 사용에 있어 필히 분만사에서 산자수를 고려한 생시 체중이 문제되는 수준은 아닌지 체크하고 관리자가 바뀌면서 분만 예정일을 추정하는 기준인 교배일의 기록 방식이 달라지진 않았는지, 실제 정상 임신기간은 얼마나 차이가 생기는지, 계절에 따른 분만 시간의 차이는 어떠한지 등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아야만 한다.

 

이제 유도분만을 하고 있는 농가들은 지금까지 늘 해오던 대로 아무런 의심 없이 습관적으로 일을 할 것이 아니라 한 번쯤 실수의 가능성을 의심해 보고 좀 더 정확한 농장 상황과 적용 방법을 이해하여 혹시라도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 가서 화풀이 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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