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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심보감(31) 혹시 밤새 ‘안녕’하셨는지요?] 모돈의 돌연사와 대책

(주)카길애그리퓨리나 이일석 이사 (leeilsuk@hanmail.net)

“보감(寶鑑)은 귀한 거울이라는 의미이다. 돈심보감(豚心寶鑑), 돼지의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처럼 농가들이 새로운 눈으로 돼지를 살피고 스스로 되돌아보게 해 주는데 작으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얼마 전 천안에 있는 C 농장에 들러 볼 일이 있었다. 2층으로 만들어 진 농장은 두터운 벽체로 단열뿐만 아니라 군사 시스템에 보일러와 냉방 설비까지 완벽하게 갖춰져 농장주의 돼지에 대한 애착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농장을 들어서면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만드는 아름다운 정원이 눈을 사로잡는다. 손님을 반겨주는 이름 모를 온갖 꽃나무와 분재들 중에서 페튜니아라는 꽃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페튜니아는 겉으로 보는 것과는 달리 건조하고 추운 환경에서도 매우 잘 적응하여 사계절 꽃을 피우는 여러해살이 풀꽃이다. 짙은 분홍의 향을 뿜어 내는 페튜니아의 강한 생명력과 에너지가 더위에 지친 고단한 일상에 생기를 더해주고 있는 듯하다.



7월이 시작되고 본격적인 장마와 함께 태풍 소식도 가세하고 있다. 그리고 장마가 끝난 자리에는 35도를 넘나드는 숨막히는 불볕더위가 밀려오게 될 것이다.

필자는 지난 4월부터 혹서기를 대비하는 관리에 대한 핵심 내용들을 돈심보감에 지속적으로 연재해 왔다. 꼼꼼하게 읽어보고 잘 준비했던 독자라면 아마 올 여름이 자신감과 기대로 넘칠 것이다. 그러나 특별한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올 여름 농사에서 예전보다 좋은 성적표를 받기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에 지나지 않는 일이다.

여름이 오게 되면 어제까지 멀쩡하던 모돈들이 아침에 들렀더니 밤새 안녕했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묻는 농장주의 전화가 걸려오곤 한다. 더위에 지친 모돈들이 멀쩡할 일이야 있겠냐마는 어제까지만 해도 밥은 다 드셨다니 그 정도면 멀쩡한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흐르는 염천에 300kg이 넘는 새끼 딸린 모돈을 끌어내려면 장정 서넛이 매달려 땀으로 목욕을 해야 겨우 해결이 가능하다.

구슬땀을 흘려가며 폐사한 모돈을 장사 치르고 나면 어려운 일을 마무리했다는 뿌듯함 보다는 텅 비어 버린 분만틀을 바라보며 허탈함이 대신한다.

이번 돈심보감에서는 여름철 모돈의 갑작스러운 폐사를 일으키는 원인과 예방 대책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더위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면 대부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들일 수도 있지만, 벌써부터 숨이 가쁜 모돈들의 스트레스가 차곡차곡 쌓이는 터라 좀 더 잘 알고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더위에 헐떡이는 임신말기 모돈 


1) 클로스트리듐 노비(Clostridium novyi)에 의한 급성 폐사
'클로스트리듐'이라고 하면 주로 포유자돈의 설사('클로스트리듐 퍼프리젠스')를 떠올리는데 모돈의 급사를 일으키는 '클로스트리듐 노비'라는 녀석은 성격이 좀 다르다.

모돈의 폐사를 일으키는 클로스트리듐 노비는 돼지의 장에 존재하는 정상균총에 해당되므로 딱히 박멸할 방법도 없다. 그러나 돼지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이 세균의 이상 증식이 일어나 다량의 독소가 생성되면서 간을 손상시켜 폐사에 이르게 만든다. 

초콜릿색으로 변한 복부가 풍선처럼 부풀어 있는 돼지는 항문과 비강에서 피가 섞인 거품이 나오고 부검해 보면 간 조직은 검게 괴사되어 있고 복강 내에는 혈액으로 가득 차 있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만성 폐렴이나 장염과 같은 다른 질병이 있는 개체는 이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고 한다. 아마도 더위와 함께 스트레스가 더 심해지고 면역력이 낮아지면서 노비 균이 쉽게 증식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클로스트리듐 노비는 페니실린 계통(아목사실린 포함)의 약제에 대한 감수성이 높으며 바시트라신도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필자도 과거 모돈의 급사가 증가되는 농장에서 빠른 음수 투약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었던 경험을 많이 가지고 있다.

장마철에는 다양한 종류의 세균이 활발하게 증식되고 사료 부패도 빨라지며 음수의 위생 수준도 떨어지는 불리한 시기이므로 문제가 생기고 나서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기 힘든 상황으로 만들지 않도록 미리 예방적 크리닝을 통해 문제를 경감시키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참고로 더운 여름 돈사 내부의 높은 곳에 위치한 물탱크는 상층부의 높은 열로 인해 수온이 상승하여 물 섭취량을 현저히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물탱크 내부에 침전물, 이끼 등이 오염되어 있을 경우 높은 곳에 위치한 물탱크는 청소하기가 매우 곤란하다. 

물탱크를 바닥에 두고 가압 순환모터를 이용하면 돼지들에게 좀 더 시원한 물을 공급할 수 있고 음수 투약을 요할 때 빠르고 쉽게 조치가 가능하다.

2) 방광염과 신우신염에 의한 급성 폐사
방광과 신장은 체내 대사의 최종 단계로 노폐물을 정화시켜 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만일 그러한 기능에 문제가 생기게 되면 식욕이 떨어지고 요독증 등으로 인해 폐사로 이어진다.

방광염이나 신우신염은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대장균, 연쇄상구균, 유박테륨균(Eubacterium Suis, 이하 'E. suis')와 같은 세균들이 관여하여 대부분 암퇘지의 요로 또는 종부에 의한 감염에 의해 일어난다.



감염된 모돈은 혈뇨나 혼탁뇨를 배설하거나 농성 분비물이 나타나기도 하며 대개 발열은 없고 식욕 부진과 체중 감소를 보이다가 갑자기 폐사하는데 폐사돈을 부검하면 방광과 신장에 고름 덩어리가 들어 있다.

바닥에 분필가루 같은 하얀 결정체가 보이면 방광염을 의심해 보아야 하며 오줌을 누는 자세가 엉거주춤하거나 오줌의 색이 혼탁한 경우에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방광염은 음수량이 부족하여 배뇨 횟수가 줄어들면 발병율이 증가된다. 모돈의 짧은 요도를 통해 들어오는 분변이나 오염물질을 배출시키는 기능이 수시로 작동되지 않으면 방광까지도 쉽게 오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균 증식이 활발해지고 많은 음수량이 요구되는 여름철에 물이 제한되지 않도록 니쁠 수압을 체크하여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



또한, 모돈의 후구 쪽에 분변이 쌓이지 않도록 자주 치워주고 바닥의 상태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 철망 구조의 임신스톨에서는 발생률이 낮은 반면, 콘슬랏 구조에서는 발생률이 높은 이유는 모돈의 음부가 오염물질과 훨씬 더 쉽게 접촉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모돈이 견좌 자세를 자주 취하게 되면 음부가 지저분해져서 감염이 쉽게 일어난다.





특히, 이유 시부터 교배 후 21일간의 기간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한다. 모돈의 뒷쪽에 분변이 쌓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왜냐하면 E. suis와 대장균은 모두 알칼리성 오줌에서 빠르게 증식하며 교배 후 첫 3주 정도의 기간에 모돈의 오줌이 알칼리성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교배 시에는 수퇘지나 카테터 주입과 함께 요도에 이어 방광이 오염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즉, 웅돈 생식기의 포피를 주 1회 짜내 주고 베타딘 5배 희석액이나 페니실린 등의 항생제를 포피게실 내에 주입하여 박테리아나 세균 오염을 감소시켜 줄 수 있다.

또한 카테터 주입 시에는 방광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주입하는 각도에 주의하고 외음부를 미리 잘 닦아주어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것은 기본이다.





치료는 린코마이신이 E. suis에 효과가 있고 대장균이나 다른 세균이 관여하는 경우에는 암피실린이나 아목시실린과 같은 광범위 항생제를 병행 투여한다.

이유 시나 교배 시 모돈에게 지속성 페니실린이나 아목시실린을 주사하는 것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며 주로 감염이 일어나는 이유~교배 후 21일까지의 기간에 사료 위에 약제를 뿌려주거나 주사를 추가적으로 조치해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정상적인 돼지의 뇨는 pH가 7 이하로 약산성이지만 감염된 돼지의 오줌에서는 혈액과 단백질이 검출되고 pH는 7 이상을 나타낸다. 시판되는 리트머스 시험지를 이용하여 pH를 측정해 보고 수치가 높게 나타나는 모돈은 도태하는 것이 좋다.





참고로 pH 측정용 리트머스 시험지는 옥션이나 G마켓에서 저렴하고 손쉽게 구매가 가능하다(참고: 리트머스 시험지 구매처).

3) 위궤양이나 위출혈에 의한 급성 폐사
돼지는 위궤양에 매우 취약하며 대부분은 크고 작은 위궤양 소견을 보인다. 당분이 많고 입자가 가는 사료 급여 시나 스트레스로 인한 위산 과다 분비가 원인이 되며 해열제의 지속적인 투여도 문제가 된다. 

창백해지며 궤양부에서 출혈이 일어나면 까맣고 찐득한 똥이 배설되고 갑자기 폐사가 일어나는 것으로 진단할 수 있다. 모돈뿐만 아니라 비육돈 구간에서도 창백한 돼지들이 보인다면 위궤양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돼지에서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만성적인 위궤양은 체중 손실이나 사료섭취량 저하를 일으키지만 위에 급성 출혈을 일으키는 경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이 폐사하기도 하는데 이런 위궤양에 의한 갑작스런 폐사는 출혈성회장염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아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이렇게 급사한 돼지는 출혈로 인해 창백한 피부를 보이고 부검을 하면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위 내에 혈액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근본적으로 위궤양은 과도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므로 호흡기 문제가 되는 농장에서 발생율이 높다. 그 외에도 밀사나 고온 스트레스, 사료나 음수 부족 등 일반적인 스트레스 요인들이 위궤양의 원인이 된다.

위궤양의 원인이 되는 입자가 너무 가는 사료는 피하고 비타민 E나 셀레늄 결핍은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위산의 분비를 촉진시켜 위궤양의 발생을 증가시키므로 사료에 추가해 주는 것은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더위 스트레스를 줄이겠다고 하여 해열제를 첨가하는 농장이 간혹 있는데 이것은 더위 스트레스 해소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도 않고 그냥 독일 뿐이다.

대표적인 해열제의 하나인 아세틸살리실산(아스피린)은 위벽을 자극하고 설사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장기간 투여 시 출혈성 위궤양의 위험성이 더 증가하고 아세트아미노펜은 과다 투여 시 간에 치명적인 손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 분만 전,후 유열(저칼슘증, Milk Fever)에 의한 급성 폐사
간혹 어제까지 밥을 잘 먹던 모돈이 갑자기 폐사가 났다며 불안해 하는 농장주의 전화를 받았을 때 시기나 증상을 구체적으로 되짚어 물어 보면 '유열'이 의심되는 경우가 꽤 많았다.

유열(저칼슘혈증, milk fever)은 주로 젖 생산량이 많은 젖소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돼지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분만 전·후 1주일 내의 기간에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주로 산자수가 많은 노산돈에서 다발하고 이는 분만 직전 태아가 빠르게 성장하거나 분만 직후 모유를 급격히 만들어야 하는 시기에 모돈의 혈중 칼슘 농도 조절호르몬의 이상으로 인해 혈중에 칼슘 농도가 부족해지면서 생기는 증상이다.

이러한 유열 증상의 초기엔 과민, 불안, 서성거리며 흥분하여 괴성을 지르기도 하고 증상이 심해지면 입을 크게 벌려서 호흡이 가빠지고 근육이 떨리며 고통을 호소한다. 특징적인 증상으로 침을 흘리거나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 대개 체온이 떨어지며 심하면 심장마비로 폐사에 이른다.



비슷한 시기에 이와 유사한 증상으로 이미 언급한 클로스트리듐에 의한 폐사와 혼동하기 쉬운데 클로스트리듐증은 심한 고열과 폐사 후 빠른 사후 고창증이 동반되어 구별이 가능하다.

만일 유열의 전형적인 증상이 발견될 경우 근육주사용 칼슘제(예: 서칼세, 칼폰포르테 등)를 20ml 주사해 보고 증상이 호전되면 이 질환으로 보고 추가로 20~40ml를 추가로 주사해 준다.

그러나 모돈의 분만 전·후에 유열 증상은 크건 작건 영향을 받게 되는 문제에 해당되므로 분만사에 칼슘제를 상비약품으로 비치하고 미리 예방적인 조치를 취하여 원활한 분만과 회복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5) 돈단독증(Swine Erysipelas)에 의한 급성 폐사
돈단독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고 대부분의 농장에서 돈열과 혼합된 단콜 백신을 정기적으로 접종하고 있어서 근래 자주 나타나지 않는 질병이기도 하다.

그러나 돈단독 원인균은 어느 곳이나 존재 가능하며 임상적으로 건강한 돼지에 의해서도 전파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완전한 근절 대책은 없다.

다이아몬드형 피부 병변을 통해 진단이 가능하나 돼지에 따라 병변이 약해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고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감염돈은 식불 현상을 보이고 단단하고 건조한 배변을 하며 임신 중에는 유산을 일으키기도 하고 피부 병변은 보통 감염 후 2∼3일째에 나타난다.







그러나 급성 패혈증형인 경우 전형적인 다이아몬드 반점이 나타나지 않고 갑자기 폐사하기도 한다. 특히 모돈에서는 전형적인 피부병 형태를 관찰하기 힘들고 부정형으로 나타나거나 간혹 관절형으로 다리를 절뚝거리며 걷는 경우가 있어서 주의를 요한다.

여름철 장마와 더위 스트레스가 겹치거나 특히 면역력이 약한 초산돈에서 발병하기 쉬우므로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신속하게 전 두수에 대해 페니실린과 함께 해열제나 영양제를 조치하여 추가적인 피해를 예방하도록 하자.



여름은 각종 세균의 증식이 활발해지고 폭염에 의한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모돈들이 다양한 질병으로부터 도전을 받는 시기이다. 최대한 시원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적절한 크리닝과 예방적 조치를 통하여 앞서 언급한 모돈의 갑작스런 폐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 예선전에서 대한민국은 비록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피파 랭킹 1위인 독일과 맞서 2:0으로 승리하는 이변을 연출하였다.

기적과도 같았던 승리가 단지 우연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은 모든 선수들이 이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각오로 경기장에서 뛰었던 거리가 그것을 증명해 준다.

행운은 자신의 실력을 믿는 사람보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는 사람을 더 가까이 두고 싶어한다는 걸 알아두자.





[다음 편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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