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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심보감(24) 즐거운 여름을 준비합시다(1)] 고온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관리

(주)카길애그리퓨리나 이일석 이사 (leeilsuk@hanmail.net)

“보감(寶鑑)은 귀한 거울이라는 의미이다. 돈심보감(豚心寶鑑), 돼지의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처럼 농가들이 새로운 눈으로 돼지를 살피고 스스로 되돌아보게 해 주는데 이 글이 작으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로 이어지는 5월에는 챙겨보아야 할 사람들과 감사해야 할 일이 많다. 따뜻하고 맑은 오월의 하늘처럼 양돈인들의 마음에도 밝은 기운과 정감이 넘치고 감사한 마음도 커지길 바란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올 초부터 아르헨티나의 극심한 가뭄과 미국의 곡물 재배 면적 감소로 인해 국제 곡물 가격은 최근까지 전년 대비 15% 이상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촉발된 국제 원유가격 인상도 사료가격 인상을 부채질 하고 있다.



반면 국제 육류가격은 떨어지고 국내에서 수입육의 시장 점유율과 소비 호응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어서 걱정이 한 짐이다.

필자가 지나 온 20년 가까운 양돈업계의 과거를 돌이켜 보면 몇 번의 애그플레이션이 있을 때마다 돈가는 좋지 않았고 농가수는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결국 당시의 '위기'가 누군가에겐 ‘위대한 기회’로 바뀐다는 사실을 접해 왔고, 그 누군가는 바로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흔들림 없는 생산성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건실한 농가들이었다.

아래 그래프는 지난 17년 간의 돈가를 탕박 지급율을 기준으로 환산해 본 것이며 애그플레이션(곡물가격의 폭등) 이후 어김없이 돈가가 오른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서론이 좀 길었지만 이번 돈심보감에서 이야기 할 주제는 바로 '건강한 땀을 흘리고 농장의 성적도 끌어올리는 즐거운 여름을 준비해 보자'는 것이다.

곧 다가올 여름이 즐거워야 하는 이유는 ‘위대한 기회’의 씨앗을 심는 값진 시간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즐거운 여름 만들기에 대한 주제는 지난 번 음수 관리처럼 몇 회에 걸쳐 시리즈로 이어가고자 한다.



아래 그래프는 모 농장(총 2,300두 규모) 비육사의 지난해 사료 섭취량이다. 이를 살펴보면 5월 이전까지는 대체로 기준 대비 높은 수준의 사료 섭취량을 보여주고 있지만, 5월부터 사료섭취량이 감소하기 시작하여 무더위가 본격화되는 7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약 15~20%에 해당하는 섭취량 감소가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5월부터 돼지들은 더위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성장 지연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6월부터 3개월간의 섭취량이 적정 수준에서 평균 15% 가량 못 미친다. 이것은 돼지의 유지에너지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 계산을 해보더라도 하절기 100일동안 15일 이상의 출하일령 지연이 누적될 수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그렇다면 여름을 편안하게 나기 위해 참고할 만한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살펴보도록 하자. 아마도 이미 모든 것을 잘 갖춘 농장도 있고 미흡한 것들이 많은 농장들도 있을 것이다. 굳이 점수를 매기고 우쭐하거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다만 지난 해 여름보다 좀 더 나아지기 위한 변화를 만드는 일에 의미를 두고 실천해 보는 것이 좋겠다.

1. 축사 시설의 단열과 복사열 차단

단열은 겨울철뿐만 아니라 여름철까지 사계절 모두 축사 환경을 관리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초가 되는 요소이다. 특히 지붕 단열은 더욱 중요하다.

대부분 농가에서 우레탄폼이나 샌드위치 판넬을 이용하여 지붕 단열을 보강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노후되고 쥐가 천정 내부를 모두 갉아 버려서 빈 깡통이 되어 단열 효과가 크게 떨어지므로 시공한 지 오래된 경우 필히 확인 점검이 필요하다.



돈사는 먹을 것이 일년 내내 풍부한 쥐들의 천국이다. 쥐들은 영리해서 낮에는 눈에 잘 띄지 않다가도 밤에는 활발하게 활동을 한다.

만일 축사의 지붕에 구멍이 보인다면 지붕은 거의 속이 다 비어있는 깡통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 

비싼 돈을 들여 천정에 우레탄폼을 시공해 놓고 쥐를 잡지 못하면 금방 깡통이 되어 버리는 문제가 생기므로 천정을 날카로운 철사를 이용하여 군데 군데 찔러 보아서 상태를 확인하고 만일 빈 깡통과 같은 상황이라면 단열 처리를 다시 하고 쥐를 박멸하도록 하자.



요즘은 단열(열 이동 차단) 효과뿐만 아니라 차열(복사열 반사) 효과와 화재 방지를 위한 불연 기능을 지닌 페인트 소재도 출시되어 있어 기왕이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투자를 고려해 볼만 하다.

차열이란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여름철에는 축사 지붕이나 건물 외벽의 복사열 차단만으로도 건물의 실내 온도를 3~4도 가량 낮추어 주는 효과가 있다.



겨울철에는 내부의 온도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단열) 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지만, 여름에는 오히려 ‘열 반사’의 개념을 적용하여 외부의 열기가 내부로 들어오지 않도록(차열) 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필자가 농장 사무실 앞에서 바닥 및 물체의 온도를 측정해 본 아래의 사진을 보면 차열과 단열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즉, 한 날 한 시에 각기 다른 물체의 표면 온도는 17도부터 46도까지 무려 20도 가까이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열 전도율과 빛을 흡수하는 정도에 따라 그 차이가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열 전도율이 높고 빛을 흡수하는 성질이 강한 검은 색 그라인더는 46.1도의 표면 온도를 보이고 두께가 있어 열 전도가 더디고 빛을 반사하는 흰색 콘크리트 바닥은 17.8도로 낮은 표면 온도를 보여준다.

축사도 마찬가지이다. 지붕과 벽체의 두께(열 전도율) 그리고 빛을 반사하고 차단하는 기능이 얼마나 뛰어나느냐에 따라 축사의 온도 관리는 엄청나게 큰 차이를 보일 것이다.



위 사진은 차열 효과를 위해 벌크빈을 도색하고 나서 시공 전후의 빈 내부 온도를 측정한 것인데 뚜껑을 열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시공 전(37.5도)과 시공 후(31.1도)의 온도 차이가 무려 6.4도를 보일 만큼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습이 높고 무더운 여름에 금새 부패하고 뜬 냄새가 나는 등 사료의 기호성을 떨어뜨리는 문제로 인하여 발생하는 손실은 측정하기가 어렵다.

여름철 사료의 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벌크빈의 단열과 차열 조치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돈사 건물뿐만 아니라 주변에도 뜨거운 태양으로부터 복사열이 많이 발생하고 그대로 돈사 내부로 들어가 더위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기 쉽다.

바닥을 어쩔 수 없이 콘크리트로 할 수 밖에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클로버 등 풀을 심어 두면 여름철 돈사 주변의 복사열을 낮추어 줌으로써 더위 스트레스를 극복하는데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다.



사람도 여름에는 땀을 흡수하고 발열 기능이 뛰어난 속옷을 입는 것처럼 돼지들이 살고 있는 축사도 기능성을 강화한 시원한 축사를 만들어 준다면 출하일령 단축과 수태율 개선이라는 좋은 성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다.

2. 쿨링패드와 에어컨의 설치

최근에는 여름을 대비한 시설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돈사에 쿨링패드를 설치하거나 분만사 등 번식사는 물론 심지어 비육사까지도 에어컨 설치를 문의하는 농장이 있을 정도이다.

이처럼 쿨링패드나 에어컨은 많은 농가에서 우수한 효과를 보여주고 있고 여름철 성적 개선을 위해 추가적인 투자를 고려하는 농장들이 보편화되어 가는 추세여서 필자도 적극적으로 추천을 하는 편이다.



물론 어떤 설비든지 원칙대로 제대로 설치가 되고 운영을 잘 해야만 기대하는 효과를 충분히 볼 수가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과거에 설치와 운영을 해보았던 경험과 노하우가 많이 축적되면서 믿을 만한 시공 업체에 맡기고 조언을 구하면 실패없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쿨링패드는 우리나라보다 덥고 습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특히, 태국은  쿨링패드 등 무더위에 대한 대비가 잘 되어 있는 나라에 속한다.

태국은 40도가 넘는 더운 여름을 나는데도 불구하고 전업 규모의 농가들에서는 실산자수가 평균 13두 이상, MSY는 24~25두 전후를 만들 정도로 우리나라보다 월등한 성적을 자랑한다.

우리나라는 유럽보다 환경이 열악해서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고 핑계를 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번 여름에 한번 태국의 농장을 방문해 볼 것을 추천드린다.



쿨링패드 제작 및 설치 업체는 한 여름에 최대 6~7도까지 온도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한다. 필자 역시 실제 약 4~5도 가량 축사 내부의 온도를 낮추고 있는 농가를 경험하였다.

온도감소 효과는 냉각수(지하수)의 온도와 환기량 등 농장의 다양한 상황에 따라 차이가 발생하지만, 사료 섭취량 증가와 함께 한여름에 헐떡거리는 돼지들이 크게 줄어드는 효과는 확인할 수 있다.

아래 표는 온도와 습도에 따른 쿨링패드의 온도감소 효과를 보여주는 것으로 예를 들어 35도의 외기 온도와 50%의 상대 습도를 가진 공기가 쿨링패드를 통과하게 되면 28.2도로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 이라고 하더라도 잘못 알고 사용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것처럼 쿨링패드의 사용에도 주의 사항이 요구되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외기의 상대습도가 80%를 넘게 되면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비가 와서 습도가 높으면 효과가 떨어진다.
▶반드시 배기휀의 풍량을 확보하여 적정한 풍속을 유지해 주어야 한다. 즉, 쿨링패드를 통과하는 공기의 풍속은 약 1.5m/s 이상을 확보해 준다.
▶해가 지고 저녁이 되어 온도가 내려가게 되면 쿨링패드의 가동을 중지한다.
▶쿨링패드에 분사하는 물의 양은 쿨링패드의 윗부분 단면적 x 60L/분으로 계산하여 펌프를 선정한다. 물의 양이 적으면 패드에 광물질이나 석회 등 이물질 등이 침착되어 효율이 떨어진다. 가끔 세척기를 이용하여 청소를 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쿨링패드에 물을 분사하는 파이프의 구멍이 막히지 않도록 잘 관리한다.
▶쿨링패드에서 증발되는 물의 양의 약 10% 정도를 지속적으로 버려주거나 주기적(약2~3주)으로 물통의 물을 버리고 새로 받아 준다.
▶쿨링패드의 분산패드에 도달하기 전 급수라인에서의 필터 용량이 충분히 크고 세척이 쉬운 것으로 설치해 주는 것이 좋다.



에어컨 역시 더위 스트레스를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 이미 설치한 농가들은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고 아직 미설치한 농가들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며 문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에어컨 설치는 그 효과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분만사나 교배사 위주로 많이 설치되고 있고 비육사에도 설치를 고려하는 농장들이 있다.



그러나 에어컨을 설치할 때는 몇 가지 주의할 것들이 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적은 용량의 에어컨을 설치하게 되면 환기량이 많아야 하는 여름철에 기대 효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에 용량이 충분한 것으로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환기량을 낮추게 되면 에어컨의 냉기를 가두어 돈사 내 온도는 낮출 수 있지만, 오히려 돼지들의 소 부족에 의해 역효과를 내게 된다.

▶돈사의 구조에 따라 사각지대가 생기거나 과냉기에 그대로 노출되는 개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분만사에서 어린 자돈에게 직접 찬바람이 가게 되면 설사나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되므로 에어컨의 냉기가 어떻게 공급되는지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바깥에 노출된 에어컨 실외기는 직사광선의 영향으로 인해 에어컨 가동효율이 떨어지고 ‘전기료 폭탄’에 맞을 가능성이 크다. 필히 실외기를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는 그늘에 설치하고 부득이할 경우 가림 시설이라도 설치하는 것이 좋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에어컨에서 쿨링된 공기를 송풍관(주황색)을 통해 개별 모돈에 집중하여 쿨링 효율을 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추가적으로 비닐 봉지(검은색)에 각얼음을 담아서 모돈의 머리맡에 달아두면 응결된 물방울이 목덜미에 떨어지고 시원한 공기의 송풍과 더불어 드립쿨링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가 있다.



이상에서 언급한 단열과 차열, 쿨링패드와 에어컨을 설치했다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어떠한 변화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혹시 생각했던 것과 다른 문제점이 발견되면 빠른 수정을 통해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

카길애그리퓨리나의 영업 및 특약점 조직에서는 열화상 측정 카메라를 통해 원하는 방향대로 환경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점검하여 고객 농가의 성적 향상을 적극적으로 도와 주고 있다.



하절기의 고온 스트레스 극복을 위해 5월은 미리 준비하는 시기로 그 중요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여름을 맞이한다면 돼지 키우기가 짜증나고 괴로운 일이 아닌 시원하고 즐거운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즐거운 여름 만들기는 다음 편에 계속해서 이어질 예정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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