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감(寶鑑)은 귀한 거울이라는 의미이다. 돈심보감(豚心寶鑑), 돼지의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처럼 농가들이 새로운 눈으로 돼지를 살피고 스스로 되돌아보게 해 주는데 작으나마 이 글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여름이 온다는 걸 알리는 신고식을 하는 걸까? 지난 주에는 올 들어 처음으로 30도를 웃도는 기온을 보이더니 장마라도 시작된 것처럼 연일 폭우가 쏟아져 물폭탄을 맞는 곳도 있고 때를 잊어버린 날씨가 한바탕 요란을 떨었다.
벌써부터 공포를 시전하는 날씨를 보며 올 여름 장마에 축사가 물에 잠기고 폭염으로 찜질방이 되어 버리면 어쩌나 은근히 걱정이 든다.
이번 돈심보감에서는 여름의 더위를 미리 대비하는 의미에서 지난 번 즐거운 여름 만들기 주제를 이어가 보도록 하겠다.
3. 충분한 환기량과 유속의 확보
하절기에는 뜨겁고 습한 날씨로 불쾌지수가 쑥쑥 올라간다. 돼지들의 호흡수도 거의 100미터 달리기에서 결승선에 도달하기 직전인 것처럼 가빠진다.
에어컨이나 쿨링패드를 설치한 경우라 하더라도 환기량이 부족하면 오히려 역효과도 날 수 있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여름철의 환기량은 충분히 확보되어 있는 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고 유속에 의해 돼지의 체감 온도를 낮추는 환기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습도가 높기 때문에 열 스트레스 지수도 높아서 미국의 환기량 계산 방식보다 더 많은 여유 환기량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농장들은 입,배기에 대한 설계부터 불합리하고 환기량이 충분하지 못하여 매년 여름을 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선 우리나라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는 환기휀의 최대 환기 용량을 알고 있어야 현재 내 농장에 필요한 여름 환기량을 충족시키고 있는지 계산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래 표를 보고 시판되고 있는 환기휀들의 대략적인 환기량을 참고하되 실제 농장에서는 음압이 걸리면서 저항이 생기므로 업체에서 얘기하는 환기량보다도 약 25% 이상 낮아진다고 보고 계산하는 것이 적합하다.
환기량을 나타내는 단위인 CFM(분당 세제곱 피트)는 CMH(시간당 세제곱 미터)로 환산 시 1.7을 곱하여 계산하면 된다.
위의 표에서 비육돈의 경우 여름철 두당 환기 요구량이 120cfm이므로 만일 300마리가 들어있는 비육사의 여름철 환기 요구량은 CMH로 환산 시 120cfm x 300두 x 1.7 = 61,200cmh가 된다.
아래의 표는 우리나라 농장에서 가장 흔히 사용되고 있는 성일기전의 환기휀 용량이다. 이 역시 25% 정도 환기 용량을 에누리하여 환기량 계산에 반영하면 적당할 것이다.
예를 들어 500파이 휀(8,500CMH)의 경우 75% 수준인 6,500CMH 정도로 보고 적용하면 무난할 것이다. 만일 무창돈사에서 입기구가 충분치 않고 음압이 강하게 걸리는 경우는 실제 환기 용량을 이 보다 더 적게 보아야 할 수도 있다.
이렇게 환기휀마다 용량이 어떠한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입기구의 제한으로 인한 정압의 변화, 먼지나 셔터 등 다양한 조건에 의해 실제 환기량이 달라지는 점을 반드시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같은 세기로 환기휀을 가동하더라도 입기구의 크기나 위치에 따라 돼지가 느끼는 환경은 크게 달라질 수 있고 실제 돈사의 입기구가 작아서 심한 음압이 걸리는 경우 입기구의 크기를 더 크게 넓혀주면 돼지들이 활기도 넘치고 섭취량도 늘어나며 잘 크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환기량은 입기구의 크기나 정압의 차이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지지만 아래 그래프를 보면 배기휀에 셔터를 설치했을 때도 풍량 차이가 많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즉, 셔터가 설치되면 환기휀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배기 성능의 50~70% 밖에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농장에서 환기휀을 가동할 때 발생하는 정압이나 휀 날개에 쌓이는 먼지, 셔터 등의 저항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하게 환기휀 제조업체가 알려주는 휀의 환기량을 기준으로 계산하고 설치하다 보면 실제 환기량이 터무니 없이 부족해지는 경우가 아주 흔하다.
대부분 농장에서 여름철 환기량을 계산해서 제대로 휀을 설치했다고 자랑스럽게 대답을 하지만 실제로는 환기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져서 선무당이 돼지를 잡는 수준인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환기휀을 만드는 업체건 환기 컨설팅을 하는 사람이건 복잡 다단한 환기의 변수들에 대해 깊이 있게 모르고 너무 단순하게 접근하는 경향이 있는데다가 농가들은 비용을 줄이거나 설치 편의 상 원칙에 벗어나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체적인 환기 설계 변경을 하는 경우도 많다 보니 그 무지함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 안게 된다.
이제 환기휀의 성능과 환기량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어느 정도 되었다면 여름철에 필요한 돈사별 환기량을 여유 있게 계산하여 부족한 환기휀을 추가 설치해 주도록 하자.
만일 기존의 휀에 셔터가 부착되어 있다면 더워지는 시점에서 작은 휀부터 점차 셔터를 제거해 주면 휀을 더 많이 설치하지 않고도 추가적인 환기량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셔터를 주기적으로 닦아주고 계절에 따라 휀의 가동 범위가 달라지므로 적절히 부분 탈부착하는 방식으로 관리한다면 좀 더 효율적으로 환기를 할 수 있다.
셔터를 제거하는 대신 외기 바람의 영향을 고려하여 상향식 후드를 설치해 주면 더 좋을 것이다.
이제 환기량에 대해 고려할 것들을 확인하였다면 다음은 유속을 어떻게 만들어주고 관리할 것인지에 따라 여름철 환기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여름 환기량이 불충분한 경우 돼지들의 헐떡거림이 심해질 뿐만 아니라 돈사 안에 파리나 모기가 극성을 부리는데 충분한 환기량을 확보하고 적절한 유속을 만들어 주면 돼지도 편안해 지고 파리 모기도 눈에 띄게 줄어든다.
다시 말해 돈사 내에 파리 모기가 많다면 부적절한 여름 환기를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여름철이라 하더라도 어린 일령의 돼지에게는 직접적이고 과도한 유속이 썩 좋지 않으므로 돼지의 체감 온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유속 측정을 통해 적절한 관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돼지에게 초당 0.2m/sec의 유속은 -4도, 0.5m/sec는 -7도, 1.5m/sec는 -10도의 체감온도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만일 축사 내부 온도가 30도일 때 돼지가 쉬고 있는 바닥 높이에서의 유속이 1.5m/sec가 발생할 경우 돼지가 느끼는 온도는 20도 수준으로 비육돈에게는 양호한 수준이지만 어린 자돈에게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과학 영농을 추구하는 양돈인이라면 휴대용 디지털 풍속계 하나 정도는 구비하여 환경을 조절하거나 변화가 있을 경우 기기를 통해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휴대용 디지털 풍속계는 국내 축산기자재 업체나 인터넷에서 다양한 종류의 기기를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다.
여름철에 찜통과도 같은 돈사에서 육성비육돈이나 모돈들에게 적절한 유속을 제공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유창돈사든 무창돈사든 돼지가 머무르는 공간 전체에 균일한 유속을 만들어 주기 위한 적합한 방법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 특정 돈방이나 일부 공간에 강한 입기가 집중되는 것은 호흡기의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무창돈사에서 천정에 입기창을 설치한 경우가 있는데 결과적으로 여름철에 실패율이 높게 나타났다. 더울 때는 천정의 뜨거운 공기를 끌어내리게 되고 온도가 다소 낮은 야간이나 비가 올 때는 입기구에서 돈방으로 바로 직강하하는 바람이 돼지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여름철에는 배치형 무창돈사의 경우에 실패율이 높은 천정의 입기창 방식보다는 배기휀 반대쪽 또는 좌,우측 벽면의 입기구를 통해 균일한 입기를 확보해 주는 것이 더 유리하다.
무창돈사에서의 입기 방식도 입기구의 크기, 입기 위치(높낮이)나 방향을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해 주면 환경 관리가 한결 수월해 진다. 아래 그림처럼 조절이 가능한 형태의 입기 방식을 참고하여 응용해 볼 것을 추천한다.
유창돈사의 경우 충분한 용량의 환기휀이 확보되었다면 윈치를 조금 열어주는 방식으로 여름철 환기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다만 하향식 윈치(위로부터 아래로 열리는 방식) 하나로만 이루어진 경우에는 돼지에게 유속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축사 바깥쪽에는 상향식으로, 축사 안쪽에는 하향식으로 이중 윈치를 설치해 주면 입기의 높이나 각도를 자유롭게 제어해 줄 수 있어서 환기 관리를 하기에 매우 용이해진다.
즉, 안팎의 윈치를 조절하여 어린 돼지의 경우에는 입기 위치를 높여주고 큰 돼지의 경우에는 반대로 낮추어 주어 유속을 제어해 줄 수 있다.
아래 그림에서 보이는 상향식 윈치의 경우에는 여름철에 유속을 주기에 용이한 방식이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환절기에 샛바람에 의한 피해를 줄이려면 필히 돈사 내부에 하향식 윈치를 추가하여 이중 윈치 형태로 설치해 줄 것을 권장한다.
아래 사진은 약 700두의 돼지들이 사육되고 있는 비육사로 우측 면의 상향식 윈치를 약 10cm 가량만 열어 놓고 대형휀으로 강하게 배기를 시키고 있는 모습니다.
한 여름에 33도를 웃도는 날씨에도 돼지들은 유속에 의해 체감온도가 낮아져 크게 헐떡이지 않고 편안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여름 환기를 할 경우 고려할 점 몇 가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비육돈(60~100kg) 300두당 50인치 대형휀 2개 이상이 필요하다.
▶이중 윈치의 경우 입기구의 높이와 바람의 각도 조절이 용이하여 돼지의 일령이나 날씨 상황에 따라 대처하기에 좋다.
▶더위의 정도와 돼지의 체중에 따라 환기량 뿐만 아니라 입기구의(윈치 틈) 높이와 면적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돈사가 길 경우 릴레이휀으로 대형 휀과 멀리 떨어진 뒤쪽 공간의 공기를 밀어 주어 유속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하며 7~8m 간격으로 설치한다.
▶릴레이휀은 밤에도 가동할 수 있게 가변형휀으로 설치하되 돼지에게 직접 바람이 맞지 않도록 한다.▶윈치를 많이 닫은 상태에서 정전 시 사고를 대비하여 경보장치나 발전기 시설을 필히 설치한다.
아래 그림과 영상은 과거 필자가 하우스 파이프와 윈치용 천막으로 간단하게 후보돈사를 설계하여 만들어 본 것인데 여름철에도 파리 한 마리 없이 후보돈들의 더위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었던 경우이다.
동영상을 보면 돈사 내부가 33도나 되는 높은 온도에도 불구하고 후보돈들은 크게 헐떡거리지 않고 편안하게 쉬거나 사료를 먹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름철 후보돈사의 환기 동영상 바로 가기 >>
아래 사진은 쿨링패드를 한 쪽 면에 설치하고 반대편에 환기휀을 집중 배치하여 마치 바람이 터널을 통과하는 것처럼 한 쪽 방향으로 이동하는 형태로 환기를 하고 있는 비육돈사의 모습이다.
터널식 환기는 여름철에 많이 채택하는 환기 방식인데 그림에서는 특이하게도 천정에 윈치용 천막을 잘라서 군데군데 설치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여름철에 더위를 가중시키는 중천장의 단점은 없애면서 공기의 통과 면적을 축소시켜 돼지 높이에서의 유속은 빠르게 만들어 주는 장점을 활용한 설치물이라고 보면 된다.
일반적으로 한 쪽 면에서 입기를 하고 반대편에서 배기를 하는 여름철 환기 방식을 볼 때 돈사의 중간 중간에 천막을 이용하여 공간을 막아주면 동일한 환기량으로도 더 강한 유속을 만들어 줄 수 있어서 효율적인 여름 환기가 가능하다.
임신사나 분만사에서도 천정이 높아서 돼지 높이에서 유속이 약하다면 이러한 환기 공간 축소용 설치물을 응용하여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대형휀과 공간 축소용 커텐을 이용한 터널환기 동영상 바로가기 >>
우리나라의 여름은 높은 습도와 함께 불쾌지수가 높아 충분한 환기량을 보장하고 적절한 수준의 유속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위에서 언급된 내용들을 참고하여 다양한 농장의 상황에 맞도록 조절이 용이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응용하여 올 여름 돼지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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