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감(寶鑑)은 귀한 거울이라는 의미이다. 돈심보감(豚心寶鑑), 돼지의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처럼 농가들이 새로운 눈으로 돼지를 살피고 스스로 되돌아보게 해 주는데 작으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최근 국내에는 3년 전 우리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메르스 환자가 다시 나타나고 바다 건너 일본에선 26년만에 돈열이 발생하였다. 특히 전세계 돈육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거대 중국의 ASF(아프리카 돈열)는 세계의 양돈산업에 엄청난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과 무역전쟁 중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의 돈육 선물가격이 치솟고 유럽의 농가들도 역대 최대의 대목을 맞이할 준비에 돌입하고 있다.
반면 중국과 근접한 우리나라는 쪽박의 공포와 대박의 기대가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대박은 커녕 작은 불똥이라도 튀어 한돈산업이 잿더미가 되지 않으려면 깃털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고 몸통 방역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어야 한다.
*참고: 돈심보감(3) 차라리 소독하지 마라 - 밑 빠진 방역 시스템(바로 가기)
유별나게 더웠던 지난 여름은 여느 해보다 모돈의 폐사도 많았고 성장 지연으로 인한 밀사의 피해도 컸다.
우리나라의 여름은 습도가 높은데다가 많은 농가들이 밀사를 하고 있고 환기량도 충분하지 못하다 보니 돈사 내에는 수증기가 차서 끈적거리고 습식 사우나와 비슷한 상태인 경우도 꽤 볼 수 있다.
게다가 밥통과 물통을 선점하기 위한 돼지들의 전쟁도 극심해지고 전사상자가 생기거나 경쟁에 밀려 낙오한 돼지들은 가을철 환절기의 호흡기 폭탄 테러를 통해 관리에 소홀했던 주인에게 복수를 할 지도 모른다.
▶여름 돼지들의 밥통 전쟁 동영상
이제 삶아질 듯한 여름에서 벗어나는 9월에는 숨쉬기가 한결 수월해진 돼지들의 입맛이 돌아오고 사료를 먹는 속도가 제법 붙는다.
그렇게 조금씩 늘어가는 섭취량을 보면서 한숨을 돌려보지만 여름 내내 밀사와 스트레스로 면역이 약해져 버린 돼지들이 자꾸 벌어지는 일교차에 일격을 당하는 순간 더 큰 피해가 올 수 있으니 긴장을 놓기는 여전히 어렵다.
사료 섭취량은 돼지들의 건강을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되고 사료 품질뿐만 아니라 농장 관리자의 환경, 질병, 사양관리에 대한 수준을 알 수 있는 가늠자가 된다.
사료 회사에서 좋은 영양 기술과 우수한 배합비를 적용한 제품을 농가에 공급하더라도 알곡 상태에서 가공이 된 사료는 농장 도착 이후 빠른 속도로 변질이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관리가 되지 않는 경우 사료의 기호성과 돼지의 생산성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번 돈심보감 편에서는 이러한 농장 내에서의 사료 품질을 좌우하는 관리 요소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급이기의 문제를 짚어보고 다양한 급이기의 형태와 특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급이기의 문제점과 올바른 급이기의 선택
요즘에는 과거에 비하여 각종 양돈 기자재들의 성능이 크게 개선되어 왔다. 그러나 돼지의 습성을 잘 반영해 주고 사양관리에 편의성을 높인 혁신적인 기술이 개발되었다 하라도 많은 농가들은 아직도 기존 방식을 고수하거나 단기적이고 비용 위주의 선택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급이기는 농장 급이 단계에서의 사료 품질과 함께 돼지의 출하일령을 결정짓고 사료비(사료효율)에도 5~10%까지 큰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기자재에 해당되지만 의외로 많은 농장들에서 급이기 선택이나 관리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바로 농장주가 급이기 선택을 잘못하였거나 문제가 있는 급이기를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돈인이라면 누구나 과거에 습식 급이기 바닥은 물이 가득 넘쳐 죽이 되어 있거나 반나절만 지나면 쉰 내가 나는 사료통에 파리들이 몰려서 까맣게 들러붙어 있고 매일 사료를 퍼 내느라 정신이 없었던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포유돈의 경우 죽사료를 만들어 주게 되면 섭취량과 유량이 눈에 뜨게 올라가는 것을 알 수 있듯이 돼지는 기본적으로 물과 사료를 따로 다른 장소에 놓는 것보다는 같은 장소에서 먹고 마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섭취량을 높이는데 유리하다.
그러나 조절이 잘 안 되는 습식 급이기나 물과 사료가 뒤섞여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 기호성이 떨어지고 여름철엔 부패 가능성이 높아져서 문제가 되기 쉽다.
그러다 보니 농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줄 적절한 급이기나 관리 방법을 찾기 보다는 이유자돈 구간에서는 주로 건식 급이기를, 나머지 구간에서는 습식 급이기를 선택하는 경향을 주로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돼지의 일령과 체중에 따라 적합한 급이기의 선택과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기존의 급이기에서 흔히 나타나는 문제점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1. 기존 급이기 관리의 문제점들
과거에는 건식 사각형 급이기가 주로 사용되던 시절이 있었지만 현재는 대부분 건식습식 겸용의 급이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일부 농장에서는 아직도 사각형 급이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료의 흐름성, 기호성이나 돼지의 건강 상태에 따라 섭취량과 사료통에서 흘러 내리는 양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관리자의 빈번한 확인과 조절이 동반되지 않으면 일정하게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게으른 관리자에 의해 많은 양이 한꺼번에 급이 되는 경우 오히려 섭취 경쟁이 줄어들어 섭취량이 줄거나 사료가 오래 남아서 맛이나 향이 떨어지고 급이기의 좌, 우측으로 사료를 밀쳐 놓고 먹지 않게 되어 결국 부패가 되고 구더기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사료를 필히 하루 한 번 이상 급이기 바닥이 보이도록 비워주고 좌, 우측에 쌓인 오래된 사료를 청소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건식이다 보니 음수 장치와 분리되어 있어서 물을 동시에 마시는 것이 불가능하며 사료 흐름 조절이 쉽지 않다 보니 사료가 안 내려 오거나 너무 빨리 흘러 내려서 넘치고 사료 허실도 많아진다.
다음으로는 2구나 4구 습식 양면 급이기 또는 니플이 위에 달려 있는 원형 급이기는 관리하기가 매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사료 흐름 조절이 까다롭고 특히 여름철에는 물과 사료가 범벅이 되어 죽이 되고 쉽게 부패가 일어난다.
4구 양면 급이기나 다두 사육용 원형 급이기의 경우에도 물과 사료가 완전히 분리될 수 있도록 만들어지지 않은 경우라면 니플이 바닥에 설치되어 있는 경우라도 동일한 문제를 자주 겪게 된다.
아래의 10구형 다두 사육용 급이기는 보통 50두까지, 경우에 따라서는 80두까지도 키울 만큼 많은 돼지 마릿수를 수용하는 면에서 큰 장점이 있다.
그러나 돼지의 일령에 따라 토출구의 조절에 신경을 써야 하고 물과 사료가 죽이 되어 넘치는 문제를 관리하지 못하면 단점이 커질 수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즉, 힘이 약한 작은 돼지들의 경우에는 토출구 간격을 좁혀 놓으면 사료를 꺼내 먹기가 어렵고 많이 열어 놓게 되면 어린 돼지들은 사료 소비 속도가 느려서 급이기에 쌓이는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니플이나 토출구가 급이기의 바닥에 맞닿아있지 않거나 사료와 물을 먹는 공간이 칸막이 형태로 구분되어 있지 않는 기존의 대다수 습식 급이기를 사용하는 많은 농장들에서는 사료 토출구 조절이 쉽지 않고 쉰 내가 나는 물범벅 사료에 대한 경험으로 인해 급이기의 니플을 아예 잠가 버리거나 수압을 낮추어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 음수 부족과 성장 정체 문제가 생기고 혹을 떼려다 오히려 혹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과거 어떤 농장에서는 급이기 관리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다른 대안 없이 니플의 수압을 낮추어 놓았는데 음수 요구량이 늘어나는 여름철이 되면서 사료 섭취량이 줄고 출하일령이 늘어나 사료 품질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등 문제의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게 되면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2. 우수한 급이기의 선택
위에서 급이기의 문제점들에 대해 확인해 보았듯이 앞으로 어떤 급이기를 선택하고,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할 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으로 니플은 급이기 바닥에 설치되어 있어야 하고 사료 흐름 조절이 정밀하고 수월하며 물과 사료는 서로 완전히 분리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그러한 기존 급이기의 단점을 보완한 우수한 급이기가 다양하게 보급되고 있다. 조절이 비교적 쉽고 돼지의 일령에 따라 원하는 만큼 급이가 될 수 있으며 물과 사료가 뒤섞여서 죽이 되는 문제를 최소화한 개량된 급이기를 사용하면 사료 허실을 줄이고 섭취량도 높여 줄 수 있다.
특히, 사료 토출구가 급이기의 바닥에 닿아 있지 않고 대롱이 달려 있는 스윙 피더(Swing Feeder)라는 급이기는 돼지가 주둥이로 대롱을 건드리면 일정한 양의 사료가 쉽게 떨어지도록 설계된 제품(예: 덴마크 아코펑키)이다.
해당 급이기는 어린 일령의 돼지들도 원하는 양만큼 정밀하게 사료가 공급되어 매우 위생적이면서도 사료의 흐름이 안 좋거나 과도하게 쏟아지는 문제를 크게 줄여준다.
필자는 지난 해 덴마크의 농장에 방문했을 때 그러한 형태의 사료 급이기를 통하여 흐름성이 좋지 않은 갓난돼지 사료도 관리가 매우 수월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서 상당히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다.
어리고 힘이 약한 이유 자돈 구간에서 다양한 영양제를 첨가한 죽사료를 소량씩 자주 급여하는 것은 환돈의 회복에 매우 탁월한 결과를 보여준다.
무더위의 영향이 커지고 산자수가 증가되면서 이유 체중이 작아져 자돈들의 이유 후 성장율이 떨어지고 폐사율이 높아지는 문제에 대해 이유 후 신선한 죽사료를 소량씩 자주 급여함으로써 크게 개선할 수 있으리라 본다.
덴마크의 농장에서 보았던 이유자돈용 액상 급이기는 작은 이유자돈들을 거의 폐사 없이 대부분 살려내고 있었는데 시간대 별로 프로그램에 설정된 사료량이 물과 희석되어 적정량을 공급하고 있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급이기가 개발되고 있고 향후 이유자돈 구간에서 폐사 감소에 큰 역할이 기대된다.
정해진 시간에 일정량의 사료를 자동으로 급이해 주는 시스템은 약간의 경쟁 심리를 유발시키고 돼지의 일령이나 질병 상태(섭취량 저하)에 따라 맞춤형 프로그램을 설정하여 적정량의 신선한 사료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진보된 사료 급이 시스템이다.
지금까지 조절이 잘 안 되는 급이기에서 사료가 많이 흘러 나와 물과 섞여 죽이 되고 오랫동안 소비하지 못하여 부패가 되거나 신선도가 떨어져서 결국 힘들여가며 사료를 퍼내야 하는 손실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개별 돈방용 액상 자동 급이기 동영상
위 동영상에서 보듯이 액상 급이 프로그램에 따라 사료가 자동 토출되고 물이 동시에 희석 급이 되는 시점에 돼지들이 달려들어 섭취 경쟁을 하게 된다.
이러한 급이 시스템의 장점은 신선한 물과 사료를 남기지 않고 동시에 빠르게 소비하여 사료 허실이 없고 성장율도 높이며 급이기의 다양한 관리 문제를 해소해 주는 장점이 있지만 돈방 내의 전체 돼지들을 한꺼번에 수용하지 못하여 섭취 경쟁에서 밀리는 개체들이 많아지면 문제가 되므로 필히 추가적인 급이기를 마련해 주어 처지는 돼지들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근 사료 허실을 없애고 먼지 발생으로 인한 호흡기 문제 해소 등의 장점을 보고 개별 돈방 단위가 아닌 돈사나 돈군 단위의 액상 급이 시설을 설치하는 농가들이 증가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액상 급이가 매우 보편화되어 가고 있는 추세인데 부산물 등을 충분히 활용하여 사료비를 절감하기 위한 목적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부산물을 활용하는 것이 매우 제한되는 조건이어서 효과 대비 과도한 시설비 투자가 아닐까 하는 우려의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밀사가 심한 상황에서 모든 돼지가 동시에 사료를 먹지 못할 경우 관리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고 사료 급이를 할 때마다 지나친 섭취 경쟁과 투쟁을 유발하는 경우도 발생하여 보완이 필요한 경우가 생긴다.
액상 급이 시설을 고려하는 농장주라면 어떤 업체를 선정할 것인지 잘 확인해 보고 해당 시설의 장점을 잘 활용하되 단점을 최소화하여 투자 대비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농가들이 규모화되고 현대화되면서 양돈 기자재도 지속적으로 자동화되어 ICT 융복합 형태로 발전되고 있다. 또한 농가들도 새로 신축하거나 증축할 때 향후 높아지는 생산성을 고려하여 축사를 좀 더 여유 있게 설계하고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부식성이 낮고 화재에 대비한 고급 자재들을 사용하여 장기적인 시각에서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매일 관리가 이루어져야 하는 급이기는 돼지의 섭취량과 사료 허실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높은 중요한 기자재 중 하나에 속한다. 기존의 불합리하고 문제가 많은 급이기를 제거하고 생산성은 높고 생산비와 노동력은 줄이는 우수한 급이기로 대체한다면 농장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크나큰 도전이 되고 있는 중국의 ASF에 대한 몸통 방역뿐만 아니라 지난 여름 극심했던 폭염으로 인하여 이유자돈들의 체중이 낮아지고 밀사로 인한 가을철 환절기의 폐사 증가에 대한 대비책이 중요해지는 시기이다.
많은 스트레스로 인해 약해진 돼지들의 면역력을 높이고 농장의 건강한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선한 사료를 충분히 잘 먹이는 것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
그렇기에 좋은 사료를 잘 관리하고 밥그릇이 얼마나 크느냐에 따라 돼지들이 성장하는 것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낡은 생각이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없고 좁은 생각의 그릇에 좋은 생산성을 담아낼 수는 없다. 어떤 사업이든 그가 가진 그릇만큼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한돈인들 모두 많은 도전이 예상되는 이번 가을에는 가슴을 펴고 통 큰 생각과 함께 지혜롭게 맞이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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