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감(寶鑑)은 귀한 거울이라는 의미이다. 돈심보감(豚心寶鑑), 돼지의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처럼 농가들이 새로운 눈으로 돼지를 살피고 스스로 되돌아보게 해 주는데 작으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지난 2일 중국 심양에서 아프리카 돈열(ASF)이 발생하여 충격을 주고 있다. 아시아에서의 첫 발병인데다 세계 돼지의 절반을 가지고 있는 중국이라는 점에서 촉각을 세우게 된다.
농장 내 중국인 직원들의 취업이나 중국 방문 후 다시 복귀할 때 철저한 방역 관리가 매우 중요해졌다. ASF 확산으로 중국의 돼지가 절반쯤 없어지면 전 세계적인 양돈 호황이 오지 않을까? 곧 이어 우리나라에도 이 무시무시한 놈이 넘어 오는 건 아닐까? 이런 저런 생각이 스친다.

그나저나 펄펄 끓는 올 여름 폭염으로 상당히 심각한 번식 실패가 예상되고 있고 쌓여가는 체류돈들로 골머리를 앓는 농가들이 많아지고 있다.
더위 스트레스를 받는 돼지는 분당 180회 이상 호흡수가 증가하기도 한다. 분만사에서 새끼를 낳기 전 모돈이 초당 3번 이상 가쁘게 숨을 몰아 쉬는 걸 상상해 보자. 아마도 100m 달리기의 피니시 라인을 밟기 직전 젖 먹던 힘을 다해 전력 질주할 때 숨이 턱에 차오르는 호흡수보다도 빠르고 거칠다고 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모돈은 그렇게 당장 숨이 넘어갈 만큼 극한의 상태에서 분만하고 새끼를 키우느라 이유할 때쯤이면 기력이 몽땅 고갈되어 버린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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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돈들이 기력이 쇠약해진 채 이유가 되면 기다려도 아무런 소식이 없는 상태가 되어 공밥만 축내고 농장주의 속을 태우는 최대 골칫거리가 되어 버린다.
지금쯤이면 여느 해와 다름 없이 불감증 환자가 된 모돈들의 기약 없는 궁둥이를 쳐다보며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 있을 농장들이 제법 많아져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다. 가장 무더운 8월이 지나고 교배사 모돈들의 임신진단을 할 때면 연거푸 장탄식을 하다가 포기하는 경지에 이르기도 한다. 이처럼 배터리가 방전되어 버린 모돈은 아무리 키를 돌려도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이번 돈심보감 편에서는 여름을 지나오며 문제가 되고 있는 후보돈의 무발정을 포함하여 이유 후 발정이 오지 않고 장기적으로 공밥을 먹고 있는 방전된 상태의 모돈들에 대해 어떻게 조치하는 것이 좋을 지 알아보기로 하자.

더위 스트레스를 받은 돼지는 부신에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 때문에 성호르몬의 분비가 억제되어 번식 생리가 붕괴된다.
여름철 관리에 많은 신경을 썼는데도 불구하고 농장에 따라 예상치 않게 발정이 지연되거나 무발정돈이 급격히 증가될 경우에는 일단 더위 스트레스의 피해를 인정하고 신속하게 대응해야만 피해를 눈덩이처럼 키우는 일을 면할 수 있다.
많은 농장들이 발정 이상 문제가 다발하는 경우 호르몬제를 처치하게 되는데 부적절한 사용으로 인해 문제 해결은커녕 오히려 문제를 키우는 경우도 있다.
호르몬제 처치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하겠지만 사용 시에는 반드시 기본적인 호르몬제에 대한 특성과 사용 원칙을 따라야 하며 돼지의 생리적인 호르몬 주기를 이해하고 처치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자, 그럼 우선 아래에서 돼지의 생리적인 호르몬의 기본적인 내용부터 숙지하도록 하자.
기초가 튼튼하면 호르몬제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실패보다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돼지의 생리적인 발정 주기와 호르몬의 사용]
■ 황체가 용해되면서 난포 성장을 억제하던 프로게스테론 농도는 급격히 감소하고 대신 난포를 성장시키는 에스트라디올(Estradiol)이 생산되는데 이 시기를 난포기라고 한다. 에스트라디올 농도가 충분히 올라가면 배란 직전에 FSH와 LH의 써지(Surge)가 일어나면서 배란이 동반된다.


■ PGF2a 호르몬은 황체기에 처치하는 것이 유효하며 발정주기 중 첫 12일 동안은 황체 용해 호르몬에 반응하지 않는다. 따라서 PGF2a도 유효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구간은 황체기 끝부분 4~5일 동안(발정주기 중 13일부터 16일까지)의 짧은 구간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즉, 이유 후 4~5일에 발정이 왔다고 가정할 경우 이유 후 18~19일째에 PGF2a를 투여하는 것이 적절하다.
돼지는 발정이 오면 배란이 되고 황체를 형성하며 다시 퇴행을 반복한다. 그러나 여름이 지난 후보돈에서는 더위 스트레스로 인해 이 기전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영구황체로 남아 있는 경우가 흔히 발생할 수 있고 장기 무발정 상태의 경산돈도 마찬가지다.
그러한 황체기에 있는 돼지에게는 아무리 조명을 강화하고 웅돈을 접촉시키고 PMSG(또는 PG600, 히트600)과 같은 발정 호르몬 주사를 처치해도 반응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낭종 문제를 일으켜 결국 아까운 모돈을 도태시키기도 한다.

즉, PGF2-a 제제는 먹통이 된 컴퓨터를 리셋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영구 황체로 인해 멈춰버린 번식돈의 발정 주기를 다시 정상화시키는 방법이다.
발정주기를 모르는 모돈의 경우 7일 간격으로 PGF2a 제제를 비타민AD3E 제제와 병행 조치하고 나서 발정이 오는 지 확인한다. 발정이 확인되면 교배를 실시하되 HCG(배란 유도) 제제를 병행하면 도움이 된다.
만일 2번 이상 PGF2a 제제를 처치하고 나서 반응이 없으면 마지막으로 추가 조치한 다음 72시간 후 PMSG(또는 PG600, 히트600) 제제를 주사하여 발정을 유도하고 2~3일 후 발정이 오면 종부와 동시에 HCG를 주사한다.

이유 후 동시다발적인 발정지연 현상이 반복될 경우에는 더위 스트레스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 때 대부분 농장주들은 그냥 기다려 보는 경우도 많은데 잘못하면 체류돈이 적체되어 종부 스케줄이 뒤죽박죽 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미리 이유 당일 또는 이유 다음날 아침 비칸톨-E나 비타민AD3E 제제와 함께 PMSG제제(또는 PG600, 히트600 등)를 주사하고 발정이 오면 종부와 동시에 HCG제제 주사해 주면 종부 실패를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또는 위 방법 대신 이유 후 5일 째 까지 정상적인 발정을 기다렸다가 발적 또는 발정 징후가 없으면 곧바로 5일째 저녁에 PG600(또는 히트600)을 주사하게 되면 2~3일 이내에 발정을 유도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위 2가지 방법을 적용하지 않았을 경우 이유 후 10일을 넘겨도 발정이 오지 않는다면 18~19일째 PGF2-a 제제를(루텔라이즈 또는 디노린) 먼저 주사하고 72시간 후 PMSG(또는 PG600, 히트600)를 처치하면 2~3일 후에 발정을 유도할 확률이 높다.

발정 지연 현상이 증가되는 농장에서 선제적으로 이유 당일 처치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도 있고 사후에 문제를 인지하여 처치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도 있는데 필자의 경험으로는 가급적 전자를 택하여 문제를 더 오래 끌고 가지 않는 쪽으로 추천한다.
간혹 농장에서 발정이 오지 않는 모돈에게 에스트라디올(Estradiol) 성분이 포함된 제제를 처치하는 경우가 있는데 발적 증상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웅돈을 무조건적으로 허용함으로써 마치 우수한 발정제인 것처럼 착각을 하게 만든다.
그러나 해당 제제는 단순히 발정 증상만 일으켜 웅돈의 승가를 허용하게 할 뿐 난포 성숙이나 배란과는 무관하여 수태가 되지 않거나 종부 적기를 맞추는데 실패할 확률이 높으므로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간혹 웅돈을 계속 허용하거나 외음부가 발적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지속 발정은 바로 뇌하수체에서 LH 분비가 부족하거나 간혹 FSH의 분비 과잉으로 LH와 FSH의 불균형으로 배란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이상 지나도 수퇘지를 허용하는 경우 교배를 시키고 나서 1시간 후에 바로 HCG(또는 PG600, 히트600)를 주사하게 되면 18시간 이내에 배란을 유기함으로써 수태가 성공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다.
반대로 외음부가 발적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웅돈을 계속 거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혈중 에스트로겐 농도 부족으로 인하여 생기는 문제이다. 그러나 외음부가 발적이 되었다는 것은 이미 난포가 성숙되어 배란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 때는 인공수정을 시킨 다음 HCG 제제를 주사하여 배란을 유도함으로써 성공 확률을 높여줄 수 있다.

지금까지 하절기의 극심한 더위 스트레스로 인해 나타나는 번식돈의 발정 문제에 대해 적절하고 효과적인 호르몬 처치 방법에 대해 알아 보았다.
배터리 방전으로 인해 번식 호르몬 시스템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 모돈에게 호르몬 제제를 처치하는 것은 방전된 자동차의 시동을 걸기 위해 일시적으로 점프선을 통해 부족한 전기를 공급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그것은 일시적으로 차량 시동을 걸기 위한 방편이며 중요한 것은 배터리를 충분히 충전하여 어떤 상황에서도 시원하게 시동이 걸리게 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호르몬 처치에 앞서 이유모돈의 컨디션을 회복시키고 정상화하기 위한 관리 조치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유 모돈의 컨디션 회복을 위한 조치]
또한 초산모돈에서 2산차 문제가 빈번해 지는 경우 분만 후에 1주일 간격으로 비타민AD3E 제제를 5ml 이상 처치해 주면(이유 시까지 2~3회) 사료 섭취량과 포유성적을 높여 주며 문제를 최소화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비타민AD3E 제제는 천연 발정제라 불리울 만큼 돼지의 호르몬을 활성화하여 발정이 더 강하게 오도록 하는데 기여한다.
추가적으로 이유 후 모돈의 심한 젖몸살은 스트레스를 주어 발정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되므로 빠른 건유를 위해 이유 당일 오전 절식과 지속성 항생제와 복합부스코판 제제를 함께 처치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섭취량이 많이 떨어지는 농장에서는 추가적으로 에너지와 아미노산, 광물질 등이 농축된 영양원을 공급하여 모돈의 체손실로부터 빠른 회복을 위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
㈜카길애그리퓨리나에서는 하절기 포유모돈의 섭취량 저하에 따른 부족한 영양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특수 영양 개선제인 뉴트라맥스와 피그초이스탑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오래 전 새벽 이유를 현장에 적용했을 때 뚜렷한 재귀일령 단축과 강한 발정을 보여준다는 것을 확인했었고 여름철에 많은 농가에 추천했던 방법이다. 번식 문제가 다발하는 여름철에 한하여 일주일에 한 번 이유하는 날에 최대한 일찍 이유를 시킨다면 주간에 발정을 강하게 유도하여 수태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또한 유럽에서도 이유 후 모돈의 강한 재귀발정과 함께 산자수를 높이기 위해 도입되고 있는 관리 중 하나이다. 설탕 급여로 혈중 인슐린 농도를 높여 난포의 성숙과 배란을 촉진시키고 이유 후 사료섭취량을 5kg 이상 도달하도록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농가들은 오랫동안의 경험과 지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왔다. 그럼에도 아직 많은 농가들은 여름철 번식 실패 앞에서 해답을 잘 찾지 못하거나 잘못 알고 있는 내용들이 적지 않다.
번식돈의 발정 지연이나 무발정은 폭염이 가져오는 대표적인 후유증에 해당되는 문제로 위에 언급된 몇 가지 팁(Tip)을 참고한다면 문제의 유형별로 빠른 의사 결정을 통해 번식 실패로 인한 고민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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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농가들에게 난이도가 가장 높은 시험 문제를 푸는 것과 같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시험 문제이지만 푸는 방법도, 실력도 다 같지 않다.
시험 문제가 쉽게 출제되면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지만 아주 어려운 시험에서 유일하게 만점을 받는 사람은 모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스타가 되기도 한다.
농가에게 있어 가장 어려운 시험 문제에 해당하는 우리나라의 여름은 바로 농장의 경쟁력이 있느냐, 없느냐를 확인할 수 있는 시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올 여름에도 해마다 주어지는 동일한 시험 문제 앞에서 예전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고 더위가 지나고 나면 좋은 성적표를 받아 들고서 여유 있는 웃음을 지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다음편에 계속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