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대학교로 인해 수의계가 난리입니다. 부산대학교가 수의과대학 설립요청서를 교육부에 제출하고 정부와 국회, 언론, 시민사회 등을 상대로 설득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관련해 대한수의사회(회장 허주형, 이하 수의사회)는 지난 15일 분당 수의과학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의계의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습니다.
수의사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수의과대학은 10곳입니다. 국립대 9곳과 사립대 1곳 등에서 매년 580여 명의 졸업자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95~97%)는 국가시험을 통해 수의사 면허를 취득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부산대학교가 한 학년 40명 정원으로 국내 11번째 수의과대학을 개설하고자 나선 것입니다. 교육부가 승인만 하면 개설이 가능합니다. 다만, 교육부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의를 거쳐야 합니다.
부산대학교는 ▶전국 10개 거점 국립대학 가운데 부산대만 유일하게 수의대가 없다는 점 ▶부산지역 가축방역관의 수가 부족하다는 점(60%로 전국 최하위) ▶동남권 의생명·해양바이오산업 활성화 등을 위한 전문인력으로서의 수의인력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들어 수의과대학 설립의 당위성을 알려나가고 있습니다.
간담회에서 수의사회는 부산대학교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터무니 없는 '아전인수'격의 논리라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수의사 숫자는 전체적으로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이미 적정 인원보다 많은 '공급 과잉' 상태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 근거로 지난 2017년 한국수의학교육인증원이 수행한 수의사 수급전망 조사 결과 등을 제시했습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전체 수의사에 대한 공급-수요 형태를 비교해보면 2017년 이미 수의사 3,611명이 공급 초과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매년 공급 초과 수의사 숫자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수의사회는 다만 전체 수의사가 일하는 분야가 반려동물로 편중되어 있어 가축방역관으로 대표되는 수의직 공무원과 농장동물 수의사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상황이 단순히 수의대 숫자를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수의직 공무원의 경우 처우개선과 함께 과도한 업무량을 줄여야 수의사 유입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 주도의 방역을 민간 중심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농장동물 수의사의 경우는 반려동물에서처럼 자가진료 및 불법진료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덧붙여 현재 수의대를 입학하는 학생의 생각이 수의직 공무원이나 농장동물 수의사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한계도 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의대생이 소아과 등 특정 분야 진출을 멀리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입니다.
수의사회 허주형 회장은 “수의사의 수급 문제와 동물의료 서비스의 발전은 수의과대학의 신설이 아니라 기존 수의과대학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하고, "부산대학교의 수의대 신설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수의사회는 19일 허주형 회장을 시작으로 21일까지 사흘 간 국회 앞에서 1인 시위에 돌입했습니다. 오는 22일 오후 1시에는 국회 인근에서 수의계가 결집하는 “부산대 수의대 신설 저지 및 동물진료권 확보” 전국 수의사 결의대회가 예고돼 있습니다. 수의사회 17개 시‧도지부, 11개 산하단체뿐만 아니라 전국 수의과대학 교수, 학생 및 관련 종사자 등 수의계 구성원 모두가 동참할 예정입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