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수의사회(회장 허주형)가 현행 살처분·봉쇄 위주의 정부 방역정책을 비판하고, 상생과 소통 중심의 방역 패러다임 전환을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지난 13일 경기도 성남 분당에 위치한 수의과학회관에서 열린 대한수의사회 주최의 축산 전문 기자 간담회에서 나왔습니다. 

이날 간담회에서 대한수의사회는 '현 우리나라 가축방역은 수의사의 역할은 배제한 채 국가가 행정이라는 이름으로 전부 관리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로 인해 '농장을 대상으로 농식품부를 비롯해 지자체, 농림축산검역본부, 가축위생방역본부 등의 방역 관련 조직이 효율성도 없이 비대하게 운영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대한수의사회는 '정부의 방역정책이 과학적이지 않고, 투명하지도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살처분 범위 및 방역대 설정 등과 관련해 중앙가축방역심의회가 정상적인 논의를 하지 않은 채 투표로써 결정하고, 투표 결과도 공개되지 않는 것을 예로 들었습니다. 

또한, 대한수의사회는 '이러한 방역정책들이 일방 지시 형태로 지자체에 수시로 하달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시군 가축방역관의 업무가 더욱 가중되고, 결국 소명의식마저 꺾어 이직을 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기계적인 살처분 지시가 대표적입니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정작) 정부의 방역에 있어 수의사는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하고 있는 수의직 공무원뿐만 아니라 농장동물 진료 수의사 부족 현상과 관련해 "수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관련해 대한수의사회 산하 농장동물진료권특위 최종영 위원장은 "국가가 방역이라는 이름으로 민간수의사의 역할까지 다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가축전염병 발생 시 가축방역관은 녹초가 되지만, 민간수의사는 실직 상태가 되는게 현실이다"며, 이에 "일정 정도 방역에서 진료를 분리해 정부와 수의사의 역할을 나눌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야 국가도 살고, 수의사도 살고, 농장도 산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대한수의사회는 구체적으로 농장전담수의사 제도 육성과 도입 등을 제안했습니다. 이를 통해 체계적인 농장동물 진료와 방역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입니다. 이미 수의사처방제 시행을 통해 농장과 (처방)수의사가 연결되어 있어 이들의 협력 관계를 국가가 제도로써 지원하기만 해도 된다는 것입니다. 

대한수의사회 허주형 회장은 "우리나라는 일선 농장에 중앙부처 및 시군 지자체, 시험소, 검역본부, 방역본부 등의 공무원들이 너무 많이 방문해 시시콜콜한 질문까지 묻고 있는게 현실이다"며, 이를 "정부와 농가, 수의사가 모두 소통하고 상생하는 방식의 방역 패러다임으로 바꾸어야 모두가 발전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대한수의사회는 방역 패러다임 전환을 통한 농장동물 관리 강화를 포함한 제20대 대선공약을 지난달 말 최종 확정하고 이를 각 당 선거캠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