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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퀸] 에세이로 풀어보는 농장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들

발라드동물병원 박지형 수의사

[본 콘텐츠는 다비육종의 기술정보지 '다비퀸 2025년 7월호'의 일부이며 다비육종의 허락 하에 게재합니다. -돼지와사람]

 

수의사는 과학적 근거와 통계를 기반으로 진단하고 치료해야 한다. 첫 인턴을 하던 시기에 원장님에게 배웠던 말이다. 흔히들 잡지에 기고되는 다른 수의사들이 쓴 글을 보면 과학적이고, 분석적인 글이 많은데, 오늘은 보는 관점을 달리하여, 감성의 영역에서 농장 생산성적을 올릴 방법들을 한번 짚어 보려고 한다. 

 

과학이 아닌 감성의 영역이기에, 짧은 에세이 형태의 모음집으로 작성을 하려고 하니, 편하게 술술 읽히길 바라며 글을 시작하겠다.

 

1. 형님! 형님! 이러면 우리 일 못해! 다 죽어! 네팔가야 돼

과거 정기적으로 컨설팅 하던 농장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농장에 도착하자 네팔 직원이 씩씩대며 다가와 불만을 토로했다. 

“형님만 왔다 가면, 사장님이 막 혼내고 뭐라고 해."

그 농장은 당시 전체적인 성적이 낮았고, 갈 때마다 눈에 보이는 문제점들이 많아서 사장님에게 매번 개선을 제안하던 곳이었다. 알고 보니, 내가 다녀간 직후마다 사장님이 농장 직원들에게 화를 내며 질책 위주의 교육을 하고 있었다. 그의 말을 듣고 생각이 들었다. 

‘성적을 올리는데 채찍만을 들어서 될까? 직원의 사기는 어떻게 챙겨야 할까?’

 

긴 고민 끝에 사장님에게 말을 건넸다 “사장님 농장에서의 일과는 참 할 일이 많습니다. 그들은 대부분 시키는 대로 한 건데, 그동안 디테일한 사항들의 지시가 안되었던 점도 있고, 그런 부분은 화를 내지 않고 말씀하시면 시간은 걸리지만 차차 좋아질 겁니다. 직원들에게 외부 회식도 자주 하시고 그들의 목소리도 들으시고, 뭐가 문제인지, 뭘 바꿔봤으면 좋겠는지도 물어보시고, 단순히 화만 내신다고 해결될 것이 아니라, 잘하는 것에 대한 상도 주면서 하시면 더 열심히 할 거에요” 결국 그 농장은 아주 조금씩 생산성적이 올라갔고, 다음에 방문했을 때 농장장은 날 더 의지하며 내가 말했던 것에 귀를 기울이고 먼저 상황을 이야기해 주는 각별한 사이가 되었다.

 

2. 소통의 온도차

수의사는 동물을 직접 진료하지만, 동물은 말을 할 수 없기에 사람처럼 문진이 어렵다. 대신 현장 직원들을 통해 돼지의 상태를 파악하는 경우가 많다. 어느 농장에서는 외국인 직원이 돼지의 이상 증상을 잘 파악했지만, 상급자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혼날까 봐 말을 못 했던 것이다. 이처럼 하급 관리자들은 중요한 정보를 알고 있어도 조직 분위기 때문에 침묵하는 경우가 있다. 수의사는 현장의 소통 구조까지 이해하고 접근해야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다.

 

 

이와 반대되는 경우도 있었다. 아직 한국어가 서투른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 이해 못 하면 혼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업무 지시를 다 들어도 일단 “네, 알겠어요”를 말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육성돈 70일령에 구제역 백신 접종을 지시했는데, 잘못 이해하여 미접종 하거나 이미 맞은 다른 일령에 주사하는 해프닝도 발생한다.

 

소통은 중요한 문제다. 필자가 아는 일부 농장은 외국인의 한국어 능력시험 성취율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곳도 있고, 팀장, 부농장장 등의 직급과 직급수당을 주기도 한다. 요즘은 번역기능도 발달하여, 휴대폰에서 영문으로 번역, 혹은 해당 언어로 직접 번역하여 업무 지시를 내리는 것도 업무 효율을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3. 사무실 위생도는 농장 성적에 비례

농장 종사자의 경우 타 농장을 방문할 기회가 없는 편이다. 그래서 타 농장이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수의사의 경우 여러 농장을 다니면서 각각의 장단점을 비교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동안 여러 농장을 방문한 경험에 미루어 비춰볼 때, 농장의 성적은 사무실 위생도와 비례하는 경향이 컸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기숙사–사무실–돈사에 이르기까지 직원들이 늘 사무실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농장의 경우, 돈사도 늘 청결하게 유지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청결은 곧 위생도에 비례하여, 농장 내 바이러스나 세균의 양의 감소와 연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돈사나 복도에 유기물이 쌓이지 않도록 깨끗하게 관리하면 세균 및 바이러스의 양이 줄어들고, 질병 발생률도 함께 감소한다. 이는 결국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두 가지 농장의 예를 들자면, 충남의 어느 농장은 샤워 후 진입하는 내부 사무실이 일반 가정집 수준으로 청결했지만, 농장의 PSY는 30~31에서 왜 더 못올리지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였다.

다른 농장은 전남 나주의 한 일괄 농장이었는데, 분만사 내부 청결도가 엄청나서, 살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 여기 분만사에서는 먹고 자고 해도 되겠다” 싶은 아늑함을 느꼈던 적이 있다. 슬프게도 그곳의 분만사의 성적은 매우 좋았지만, 그 이후 구간의 위생도는 조금 다른 편이라 최종 비육출하성적이 낮아지긴 하였다.

 

 

4. 농장 내 인간관계에 대해 들여다보자

충남지역의 한 농장에서 겪었던 사례다. 농장의 생산성적이 안 좋았는데, 어느 농장이 그러듯, 다양한 문제점이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컸던 이유가, 바로 '카스트 제도' 였다.

‘카스트 제도’는 인도와 네팔 등에서 존재하던 신분제도로, 태어날 때부터 사람을 귀족·평민·하층민 등으로 구분하는 제도다. 1963년 네팔에서 공식적으로 폐지되었지만, 아직까지 그 잔재가 남아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 카스트 제도가 왜 한국의 돼지농장에서 문제가 되었을까?

해당 농장은 네팔인 농장장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같이 일하는 직원들 중 일부가 네팔 내에서 농장장보다 상위 카스트 출신이었다.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지만, 그 직원들은 농장장의 지시를 무시했고, 농장장 역시 카스트 제도에 위축되어 제대로 업무지시를 못했고, 이에 생산성적은 떨어졌다.

 

다행히 사장님이 문제점을 파악하고, 신뢰하는 농장장과 일부 직원들만 남기고, 상위 카스트의 직원들을 과감히 퇴사 조치했다. 이후에는 네팔인 직원 채용 시마다 농장장이 직접 동행하여 면접을 보고, 같은 문제가 재발할 소지가 있는지를 미리 확인했다. 이후 이와 같은 문제는 다시 발생하지 않았다.

 

 맺음말

우리가 잊으면 안되는건 그들도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다. 얼마전,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즌 4를 보는데, TV에 구릉일족이 나왔다. 그래서 진천농장에서 친하게 지내는 구릉에게 TV에서 본 내용을 물어보았더니 그는 “일반적으로 산에 살기도 하지만, 우리 구릉일족은 도시에 살아요, 그리고 구릉은 이름이 아니라 성이에요.” 이 얘기를 듣고 ‘나는 아직 그의 이름조차 정확히 몰랐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만나면 이름을 꼭 물어봐야지 생각하였다.

 

농장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은 결국 인간관계와 소통의 부족에서 비롯된다. 그런 점들에 대해서 더 신경 쓰고, 서로 배려한다면, 좀더 일하기 좋은 환경이 되고, 생산성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계속 같은 공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고 그들이 네팔에 돌아간 시기에 우리가 트래킹 하러 네팔에 가게 되면, 한국에서 친했던 친구가 카트만두공항에서 “형님 여기에요” 라고 하며 반갑게 인사해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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