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전국의 눈과 귀가 신종 질병인 코로나19로 쏠린 가운데 한돈산업은 이와 더불어 ASF에도 촉각을 세우는 상황입니다. 이달들어 경기 포천과 인접한 연천에서 ASF 야생멧돼지가 연달아 발견되고 있어 화천에 이어 추가 확산의 우려가 있습니다. 포천에는 약 163호 양돈농가, 돼지 30만여두가 있습니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는 울타리를 추가 설치 및 긴급 점검하는 동시에 일선 양돈농가에는 차단방역 수준을 높일 것을 연일 주문하고 있습니다.
24일 오전 8시 기준 ASF 야생멧돼지의 누적 발견건수는 421건 입니다. 23일 화천과 철원, 연천 등에서 6건이 추가 되었습니다.
야생멧돼지의 관리 부처인 환경부는 "이번에 확진된 폐사체는 모두 광역울타리 안에서 발견되었으며, 기존 감염개체 발견지역 인근이다. 이 지역에서는 감염 폐사체가 더 나올 수 있어 철저히 수색하고 있다"라는 식의 기계적인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단순 정보 이외 설명은 없습니다.
돼지와사람은 지난 10월 3일 첫 ASF 야생멧돼지가 발견된 이후 현재까지 관련 정보에 대해 거의 매일 업데이트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이에 현재까지의 421건에 대해 보다 상세한 설명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1. ASF 야생멧돼지 23일 기준 421건...한때 고립화 대상이었던 철원 가장 적어
23일까지 야생멧돼지 가운데 ASF 바이러스가 검출된 개체는 모두 421두 입니다. 지난해 10월 3일 첫 발견 이후 172일만의 일이며, 일 평균 2.4두가 발견되고 있습니다.
지역적으로 보면 화천이 가장 많은 165건이며, 이어 연천 157, 파주 75, 철원 23 건 순입니다.
한때 정부가 고립화 정책을 통해 상당수의 양돈농가를 대상으로 수매·도태를 추진하려던 철원이 가장 적습니다. 당시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 옳은지 곱씹어 볼 일 입니다.
반면 1월 첫 발견된 화천이 가장 많습니다. 화천에서는 2월 광역울타리 너머에서도 양성개체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이들 개체는 현재까지 3건 입니다. 화천 역시 아직까지 양돈농가에서 ASF가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2. 김포, 강화서 ASF 멧돼지 양성개체 나오지 않아
양돈농가에서 ASF가 발생한 지역은 파주, 연천, 강화, 김포 등 4개 지역입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강화, 김포에서는 ASF 야생멧돼지가 발견된 적이 없습니다. 사실 지난 9월 이후 강화, 김포에서 야생멧돼지조차 포획된 바도 없습니다.
ASF 야생멧돼지는 파주, 연천과 함께 철원, 화천 등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의 면적을 다 합치면 여의도의 1089배에 이릅니다. 현재 정부가 통제 성공 모델로 삼고 있는 체코 발생 지역보다는 35배 입니다.
현재 방역당국은 ASF 야생멧돼지에 대한 박멸에 소요되는 시간 혹은 목표를 구체화한 바 없습니다.
3. DMZ 내에서 발견된 ASF 야생멧돼지는 여전히 1건
지난 10월 3일 연천의 비무장지대(DMZ) 내 야생멧돼지에서 ASF가 확인되었습니다. 국내 야생멧돼지에서는 첫 발견 사례 입니다. 이후 추가로 DMZ에서 ASF 야생멧돼지가 발견된 예는 없습니다. 야생멧돼지가 통상 군집 생활을 하는 것을 볼 때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10월 3일 이후 연천을 비롯해 파주, 철원, 화천 등 DMZ 너머 민통선 내에서도 ASF 야생멧돼지가 발견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어 민통선 밖에서도 발견이 이어졌습니다.
처음으로 민통선 밖에서 ASF 야생멧돼지가 발견된 곳은 연천(10.15)입니다. 이어 12월 철원, 1월 화천에서도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파주에서는 아직까지 민통선 밖에서 발견된 바 없습니다.
4. 3월 15일부로 민통선 밖에서 양성개체가 더 많이 나와
이달 15일을 기해 민통선 밖에서 발견되는 ASF 야생멧돼지 수가 민통선 안보다 더 많아졌습니다. 23일 기준 전체 421두 가운데 과반이 넘는 213두(50.6%)가 민통선 밖에서 발견되었습니다. 확산의 관점에서 볼 때 다소 우려스러운 대목입니다.
민통선 안보다 밖에서 더 많이 발견되는 추세는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5. ASF 야생멧돼지 중 포획개체는 불과 12두....전체의 2.9%
ASF 양성개체, 전체 421건 가운데 포획된 개체는 불과 12두 입니다. 대부분 농경지나 산자락 등에서 발견되고 있는 폐사체 입니다.
포획개체 12건 가운데 수렵개체는 7건 입니다. 포획틀과 포획트랩은 각각 3건, 2건에 불과합니다.
현재 방역당국은 ASF 야생멧돼지가 발견되고 있는 지역에서는 총기포획 등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총기로 인한 포획 과정에서 야생멧돼지가 울타리를 뛰어넘게 만들어 확산을 부추키는 역효과가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총기 대신 대안으로 설치하고 있는 포획틀과 포획트랩은 실제 효과가 미비합니다. 이들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먹이를 정기적으로 교체하는 등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단순 설치만으로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관리 과정에서 관리자의 방역수칙 준수도 필수 입니다.
6. 지금 ASF 상황은 매우 엄중...향후 다양한 시나리오 가능
23일 기준 421건에서 '421'은 당분간 단순한 숫자에 불과합니다. 매일매일 ASF 야생멧돼지 숫자가 늘고 주는 것은 큰 의미는 없습니다. 문제는 광역울타리 너머에서 발견되는 것과 양돈농가에서 신규 발생 여부에 있습니다.
현재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광역울타리 내에서 ASF 야생멧돼지가 발견된다고 한다면 가장 바람직한 상황입니다. 물론 재입식과 관련해 시간의 문제가 있습니다.
다른 좋지 않은 경우의 수가 있습니다.
먼저 철원과 화천 등 광역울타리 내 일반농장에서 ASF가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광역울타리 너머로 ASF 야생멧돼지가 발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 지난 화천과 같이 울타리 인접 지점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예, 이천)에서 발견되는 일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광역울타리 너머 일반농가에서 ASF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기존 바이러스가 전파되었을 수도 있고, 해외로부터 오염된 축산물을 통해 새로운 바이러스가 유입되어 발생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전혀 생뚱맞은 지역에서 ASF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겨울이 끝나 이제 완연한 봄 입니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통해 교류와 이동을 줄였지만, 야생멧돼지는 그렇지 않습니다. 출산으로 개체수도 늘어나고, 먹이를 찾아 활동이 본격화될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방역당국과 별개로 한돈산업은 대비가 되어 있는지 자문해 볼 일입니다. 당장 발생 예방을 위한 준비뿐만 아니라 발생 후 살처분, 수매·도태, 도간 이동제한 등의 조치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 곰곰히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파주, 김포, 강화, 연천, 철원 등 기존 ASF 희생농가들은 여전히 지난해 시간에 머물러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살아남은 경기 북부 및 강원 북부 양돈농가들은 기약없는 이동제한의 틀에 갇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