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파주 ASF 발생농장이 농장주가 서로 다른 2곳이라는 소식을 전해드렸니다(관련 기사). 그런데 20일 오늘까지 이 같은 사실을 전하고 있는 언론매체는 오직 본지뿐입니다.

왜 그럴까요? 이는 파주시청, 경기도청 등 지자체뿐만 아니라 농식품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관련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어서입니다. 또한, 지난 16일 처음으로 양성 확진된 A농장과 17일 예방적살처분 사전 검사에서 양성이 확진된 B농장을 같은 발생차수(53차)로 묶었기 때문입니다. 확인 결과 농식품부의 결정이었습니다. 같은 양돈단지라는 논리인데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 공식적으로 지난 '19년 이래 지금까지 사육돼지 ASF 발생건수는 54건이 아니라 53건입니다. 올해의 경우는 5건이 아니라 4건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누적 발생건수 6건보다 2건이나 적습니다.
농식품부의 이 같은 결정에 산업 대부분은 한마디로 "어이없다"라는 반응입니다.
마치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같은 아파트 건물 1호와 2호에서 나왔는데 이 두 명의 환자를 같은 발생건수로 합쳤다는 의미입니다. ASF 감염멧돼지 폐사체가 수십 미터 떨어진 장소에서 2마리가 한꺼번에 발견되었다고 이를 한 발생(발견건수)으로 취급했다는 얘기입니다. 질병관리청이나 환경부가 하지 않는 일을 농식품부가 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이는 방역당국이 적어도 ASF만큼은 발생차수와 발생건수, 발생농장, 사육돼지 발생사례를 지금까지 같은 의미로 쓰고 있는 사실과 배치됩니다.
앞서 지난 '23년 1월 포천과 철원 양돈농장에서 연달아 ASF 발생이 확인되었습니다. 같은 농장주였습니다. 농식품부는 각각 29차, 30차 서로 다른 발생차수로 분류했습니다.
같은 해 3월과 4월 포천에서는 같은 농업법인 소유의 농장 4곳에서 ASF가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역시 농식품부는 33차부터 36차까지 각각의 발생차수로 구분했습니다. 특히, 33차와 35차 발생농장의 경우 불과 거리가 200미터이며, 상당수의 시설을 공유했습니다. 인력의 접촉이 빈번했습니다. 농식품부가 말하는 양돈단지의 전형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돼지수의사는 "하나의 발생차수로 묶으면 정부 입장에서는 별도의 공식적인 발표도 하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발생건수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라며, "혹시 모를 외부의 비판을 줄이면서 실적을 부풀리려는 농식품부의 꼼수"라고 말했습니다.
돼지와사람은 지난 18일 오후 농식품부 ASF 담당자 2명에게 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통화를 하지 못했습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