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따르면 2023년 돼지고기 수입량은 40만2915톤입니다. 이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이 수입된 전년(44만톤)과 비교하면 8.9% 감소한 양입니다. 다행스러운 결과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역대 4번째로 많은 수입 기록입니다. 그런데 이를 자세하게 살펴보면 몇 가지 주목할 점이 발견됩니다. 이들로 인해 올해뿐만 아니라 앞으로 돼지고기 수입 양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냉동육은 크게 줄었지만, 냉장육은 크게 늘어
지난해 전체 돼지고기 수입량 가운데 냉동육은 36만8501톤, 냉장육은 3만4413톤입니다. 여전히 냉동육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냉동육은 전년보다 4만6108톤이 감소한 양입니다(-11.1%). 냉장육은 6651톤이 증가한 양입니다(24.0%). 냉동육은 줄고 냉장육은 늘어난 결과가 최종 전년대비 -8.6%가 된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전체 수입량 가운데 냉장육이 차지하는 비율은 '22년 6.3%에서 '23년 8.5%로 2.1%포인트 증가했습니다. 더 많은 수의 우리 소비자가 냉장 수입 돼지고기를 경험해 봤다는 얘기입니다. 이같은 결과는 지난해 정부가 추진한 돼지고기 할당관세(무관세) 물량에서 냉장 비중을 늘린 것이 원인으로 추정됩니다(관련 기사).
냉장육 가운데 삼겹살·목심·안심 수입량 큰 폭으로 증가
지난해 돼지고기 수입량을 부위별로 살펴보면 앞서의 추정이 더욱 힘을 얻습니다. 지난해 대부분의 부위별 수입량은 전년보다 감소했습니다. 유일하게 삼겹살만 2.9% 증가했습니다. 이는 냉장 삼겹살 수입량이 31.1%(5346톤) 늘어난 덕분입니다(냉동 삼겹살은 거의 동일, -0.2%). 냉장 목심 역시 지난해 수입이 크게 증가했습니다(+17.0%, 1405톤). 다만, 전체 목심은 다소(-4.0%) 감소했습니다. 등심도 목심과 비슷하나 양은 적었습니다.
할당관세 3개국산 크게 약진, 미국산도 선전
국가별 수입량을 살펴보면 지난해 할당관세 영향을 더욱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캐나다산, 브라질산, 멕시코산의 수입량이 두드러지게 증가했습니다. 각각 전년대비 1만5724톤(+43.2%), 3071톤(+40.9%), 3083톤(+48.5%)이 늘었습니다. 또한, 캐나다산은 미국산과 스페인산에 이어 확실한 3강으로 올라섰습니다. 수입산 돼지고기의 절대 강자인 미국산도 1만8411톤(+14.7%)이나 증가하면서 수입산 돼지고기 시장점유율을 35.7%로 끌어올렸습니다('22년 28.3%). 반면 스페인산(-35.2%)을 비롯해 네덜란드산(-44.7%), 오스트리아산(-20.3%), 프랑스산(-13.7%) 등 유럽산의 수입량은 크게 감소했습니다. 수입재개된 독일산 역시 우려와 달리 미풍에 그쳤습니다. 유럽 내 환경정책에 따른 돼지고기 생산량 감소로 수입단가가 상승한 요인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2024년 돼지고기 수입량, 지난해 수준 전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최근 발표한 '돼지 관측 12월호'에서 '24년도 돼지고기 수입량을 '23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구체적으로 37만~41만톤이 새롭게 수입될 것으로 보았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1월 올해 할당관세 적용 품목을 '23년도 101개보다 25개 적은 76개로 잠정 확정하였는데 돼지고기와 소고기는 제외하였습니다. 다만, 닭고기와 계란가공품의 할당관세는 유지했습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