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그동안 추진해왔던 ASF 감염 멧돼지의 확산 차단을 위한 광역울타리 설치 정책을 사실상 접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22일 환경부 산하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이하 질병관리원) 주최의 ASF 관련 정책포럼에서 확인되었습니다.
이날 국내 ASF 발생현황을 소개한 질병관리원의 관계자는 "(최근 ASF 감염멧돼지 발생이) 충북, 경북 지역까지 확대됨에 따라 광역울타리 설치를 지양하고 농가 위주의 울타리 정책이나 방역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광역울타리는 말 그대로 광범위한 지역에 동-서 또는 남-북으로 설치해 멧돼지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울타리를 말합니다. 그동안 환경부는 5단계에 걸쳐 경기와 강원, 충북과 경북 등에 광역울타리를 건설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번번히 뚫리면서 수차례 '무용론'이 제기되었습니다(관련 기사). 그럼에도 환경부는 멧돼지 남하 지연 효과가 있다면서 최근까지 정책을 고수해 왔습니다.
하지만, 결국 5단계를 끝으로 사실상 추가 건설 계획을 접은 것이 이번에 확인된 것입니다.
사실 지난 1월 5단계 광역울타리를 뚫고 충북 보은과 경북 상주에서 감염멧돼지가 연달아 나올 때 이미 정책 변화는 예견되었습니다. 당시 대책을 설명하면서 환경부는 추가 광역울타리 건설 계획 가능성조차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전과 비교하면 다소 이례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심지어 지난 3월 경북 김천과 충북 영동에 근접한 경북 상주에서 추가 감염멧돼지가 남하해 발견되었지만, 여전히 환경부는 광역울타리 설치에 대해서는 침묵했습니다(관련 기사).
급기야 이달 10일 환경부 차원의 올해 첫 'ASF 방역 강화대책'에서도 광역울타리 설치 계획은 빠졌습니다. 대신 멧돼지에 대한 관리를 전국 단위로 확대해 실시한다고만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전국 양돈농장에 대한 차단방역을 강화하겠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결국 이번 질병관리원 관계자의 말을 통해 비로서 환경부의 최근의 정책적 입장 변화가 깔끔하게 설명이 되는 셈입니다.
이런 가운데 24일 SBS도 환경부가 울타리 설치를 중단한다는 뉴스(관련 기사)를 전했습니다. 울타리로 인해 산양과 노루 같은 다른 야생동물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게 이유입니다. 나아가 SBS는 '환경부가 기존 울타리를 추가 개방하거나 아예 철거하는 것까지 계획하고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광역울타리 설치 중단과는 또 다른 얘기입니다. 관련해 환경부의 책임있는 설명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 질병관리원 관계자는 멧돼지 포획 및 모니터링 강화에 더해 멧돼지용 ASF 백신에 대해서도 대안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국내 백신 자체 개발뿐만 아니라 해외 백신 도입 등의 두 가지 백신 상용화 계획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백신 상용화 목표는 잠정 오는 '24년입니다. 백신 형태는 기존 돼지열병 및 광견병 미끼 백신과 같은 형태입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