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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

농식품부가 농장 동물복지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농장동물 동물복지를 논하기 이전 무차별적 예방적 살처분 정책 중단해야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최근 동물학대에 대해서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및 하위법령을 개정하고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이번 개정은 주로 반려동물 관련 내용이지만, 돼지, 닭, 소 등 농장동물의 복지 환경 개선을 위해 처음으로 구체적인 사육·관리 기준을 제시했습니다(관련 기사). 

 

최근 사회 일각 및 소비자의 기대를 반영하고, 동시에 향후 이들 동물에 대한 동물보호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비춘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에 대해 한돈산업을 포함한 축산산업은 다소 아쉬운 감이 없지 않지만, '동물복지'가 시대의 커다란 흐름임을 인정, 수용할 수 밖에 없고 차분히 준비하자는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한 가지 커다란 의문이 제기됩니다. 정작 법을 개정한 '농식품부가 동물복지를 논할 자격이 있는가?' 입니다. 

 

 

10일 개정된 동물보호법 시행 첫 날 한 동물권행동 단체(카라, 대표 임순례)는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근거 없이 살처분만 확대 실시하고 있는 현 정부는 이 폭력과 야만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농식품부의 현행 예방적 살처분 정책을 비판했습니다. 

 

이들은 '기계적 살처분이 아니라 위험도 평가에 입각하여 살처분에만 의존하지 않는 과학적 방역을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동물보호법 개정에서 농식품부는 '동물권을 보호하겠다'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ASF, 고병원성 AI 등 가축전염병 방역 관련 여전히 비발생 농장에 대한 묻지마식 예방적 살처분을 하는 등 시대에 뒤떨어진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살처분은 동물에게는 '죽음'을 가하는 행위입니다. 생명을 빼앗는 것만큼 더 큰 고통은 없습니다. 살처분 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阿鼻叫喚), 지옥 자체입니다. 그런데도 농식품부는 단지 발생농장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했다는 이유로 이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현재(2.9 기준) 사육가금에서의 고병원성 AI 발생은 88건이지만, 살처분 농장은 458호이며, 2천7백만 수 이상이 살처분 완료 및  진행 중입니다. 발생농장 반경 3km에 위치해 있는 농장이라면 방역 수준이나 역학 등과 상관없이 살처분 대상입니다. 

 

앞서 농식품부는 16건의 일반돼지에서의 ASF 발생을 이유로 266호 45만 마리의 돼지를 살처분한 바 있습니다. 

 

예방적 살처분 관련 농식품부는 방역 및 확산 차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주장합니다. 하지만, 발생농장과 역학농장 위주로 예방적 살처분을 최소화하는 다른 나라와의 차이점을 설명하지 못 합니다. 

 

결국 지금 농식품부는 한 손에는 '동물복지'라는 따뜻한 손과 다른 한 손에는 '살처분'이라는 차디찬 손을 가지고 있는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모습을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책에 있어 신뢰받기 어렵습니다. 

 

농식품부가 농장동물의 동물복지 수준을 높이고자 한다면 먼저 현재 무분별하게 자행하고 있는 예방적 살처분에 대한 정책을 바꿔야 할 것입니다. 8대 방역시설과 같이 정부가 인정하는 수준의 방역이 갖추어져 있다면 살처분은 예외로 하는 등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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