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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F 희생농가 이야기(3)] 해오름팜 김창균 대표,"재입식은 내게 생명줄"

빠른 재입식을 기다리며...해오름팜 김창균 대표 인터뷰

지난해 9월 17일 국내 첫 ASF 확진 이후, 정부는 멧돼지를 통해 퍼지는 ASF를 막지 못하고 곧 전국으로 장기화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멧돼지를 관리하지 못하는 환경부의 무능력과 양돈농가만을 옥죄고 있는 농식품부의 비겁함으로 수십 년 양돈업을 해오던 농가들과 직원들은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될 처지입니다.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하라는 명분에 재산권을 박탈당하고 삶의 터전에서 위태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그들은 ASF 희생농가들입니다. 재입식 등의 요구가 풀릴 때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돼지와사람'이 인터뷰한 세 번째 ASF 희생농가는 '해오름팜' 입니다. '해오름팜'은 양주에서 모돈 400두로 일괄농장을 운영해 오다가 2년 전인 2018년 11월 연천에 4,500두 규모의 육성·비육 농장을 신축했습니다. 60억 원이 소요되었습니다.

 

그런데 해오름팜에 첫 입식 후 9개월만인 2019년 9월 18일 정부의 압력으로 돼지 3,890두를 모두 살처분하여 땅에 묻었습니다. 해오름팜은 2차 ASF 발생농장에서 1km 떨어져 있습니다. SOP상 살처분은 기본 반경 500m 안에 있는 농장을 하게 되어 있지만, SOP 살처분 규정이 처음으로 확대 적용된 첫 사례입니다. 

 

해오름팜 김창균 대표는 "ASF 확산 방지를 위해 어쩔수 없이 살처분에 동의했는데 생명줄이 걸려 있는 재입식을 막아놓고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살 수 있는 보상을 해 주던지 재입식을 위한 가이드를 해 주던지 해야 하지 않겠는가"고 말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재입식이 되지 않으면 양주 해오름팜까지 넘어가서 평생 빚쟁이로 살다 죽어야 한다"면서 "재입식은 내게 목숨줄과도 같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다음은 해오름팜 김창균 대표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입니다.

 

 

▶양돈업을 하신지 얼마나 됐나요?

평생 양돈업을 했습니다. 79년도부터 유통을 시작했고 86년도에 돼지를 처음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9년 전에 친구의 권유로 본격적으로 모돈 400두 농장을 시작했고, 현재는 양주에서 모돈 650두를 아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천에 새로 신축한 농장은 딱 9개월 운영하고 ASF로 돼지 3890두를 묻고 비워진 상태로 기약없이 8개월을 지내고 있습니다.

 

▶그럼 연천 해오름팜에 고정비나 이자가 어느정도 나가나요?

2사이트로 농장을 운영하려고 연천에 새로 농장을 신축하는데 46억 정도 빚을 지고 부대비용 또한 만만치 않게 들었습니다.

 

또한 양주 농장은 일괄로 운영해 오다가 모돈에 맞추어 전돈사를 리모델링 해서 양주 농장에 들어간 투자금액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자와 원금을 매달 3,000만 원씩 갚아오다가 현재는 5억을 더 빌리고 매달 이자만 1,000만 원씩 갚고 있습니다.

 

양주 농장에 새끼 돼지를 연천으로 보내야 하는데 보낼 수 없으니 위탁비만 4,000만 원 주고 다른 농장에 새끼 돼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연천 농장은 직원들 3명과 전기세까지 한 달 유지비만 1,000만 원이 들어갑니다.

 

▶연천 해오름팜의 직원들은 어디서 일하고 있나요?

연천 농장에서 할 일이 없으니 양주 농장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양주에 12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데 직원들도 불쌍합니다. 그전에는 사료주고 자돈관리 잘 하면 됐는데 지금은 양주 농장 돼지를 연천으로 보내지 못하니 농장 꼴도 말이 아니고, 일이 더 많아졌습니다.

 

 

▶지난해 당시 ASF 발생 소식은 언제 들었나요?

지난 9월 16일 양주 농장에서 전화로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연천 땅을 밟지 못했습니다. 연천에 왔다가 양주에 무슨 일이 있으면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18일 연천 살처분 동의서만 연천 군청에 가서 써주었습니다.

 

SOP상 500m 안의 농장을 묻게 되어 있는데 우리농장은 1km 떨어져 있는데도 묻으라고 해서 제가 "협조는 한다. 대책을 세워주고 묻어야 하지 않겠나, 양주 농장에서 1주일이면 350여 마리 새끼 돼지가 태어나는데 연천 농장으로 안보내면 새끼 돼지를 어디로 보내야 되느냐? 마당에 풀어놓을 수도 없고 죽일 수도 없고...대책을 세워줘라"라고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답이 없어요. '매뉴얼이 없다'는 답변만 하면서 '아무 것도 도와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날 양주 사무실에 혼자 앉아 있는데 공포감이 밀려오더라구요. 군수에게 찾아가서 '재입식 빨리 못 하면 나는 죽는다. 매뉴얼대로 이동제한 후 40일 끝나면 재입식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달라'고 부탁했는데 지금 8개월이 지났습니다. 

 

농사철에 비워 놓는 밭이 있습니까? 없지요. 빈돈사가 없습니다. 양주 농장에서 돼지 크면 갈 데가 없지 않습니까? 내일모레 들어갈까 기다리면서 어느새 8개월이 지났습니다.

 

 

▶연천에 오지 못 하셨다고 하는데 그럼 살처분 작업은 누가 했습니까?

직원 3명과 아들이 했지요. 제가 아들 딱 하나 있습니다. 원래 건축설계를 해서 연천 농장 지을 때도 하나하나 아들이 열심히 지었습니다. 내 나이 66세인데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양돈장을 더 지었겠습니까? 아들이 돼지에 관심이 많고 하고 싶다고 하니 최고의 시설로 안정적으로 운영을 했으면 해서 연천에 신축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드님이 그런 일을 겪은 후에도 양돈장을 앞으로 하겠다고 하나요?

농장 정상화 시켜놓고 본인이 운영해야지요, 놓을수가 없지요. 여기서 놓는다면 연천 농장이 65억 들였는데 누가 제 값주고 사겠습니까? 빚지고 저세상 가는 상황이 되지 않겠습니까? 

 

돼지를 키우려고 농장을 만들었는데 뭐를 할 수 있겠어요. 소를 키우겠어요. 뭐를 할 수 있는지 말해보세요. 돼지밖에 못 키워요. 다른 말을 섞는 것은 하나마나한 이야기지요.

 

▶농식품부는 ASF 희생농가에게 생계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생계안정자금 지원한다고 뉴스로 보니 350만원이라고 하더라구요. 내용을 알아보니 사육규모에 따라 분류가 되어 있어 67만원 준다고 해서 거부하고 한번도 받지 않았습니다. 대출 원금과 이자만 3,000만 원씩 나가다가 지금은 어찌어찌해 이자만 1,000만 원 나가고 있고, 내지 않아도 될 위탁비가 4,000만원 나갑니다. 

 


▶정부가 최근 법 개정으로 폐업지원금으로 2년 수익을 지원한다는데..

터무니없지요.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나이가 먹어서 방역대책 때문에 운영할 수 없는 농가라면 농식품부에서 이런 상황이 아니라도 도와주어야 합니다.

 

농식품부는 법을 떠나서 농민들이 어떻게 하면 억울한 일을 안 당할까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도와줄 수 없을까? 생각해야지요.

 

▶지난 29일 한돈협회와 대책위에서 농식품부 장관을 만났는데 멧돼지에서 바이러스가 계속 나와서 재입식이 어렵다고 이야기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SF를 막는데 한돈인들이 최대한 협력해야 한다는데는 동의하지만, ASF 확산의 주범인 멧돼지에 포커스를 맞추어야 합니다.

 

지난 8개월 동안 농식품부와 환경부도 공부를 하지 않았습니까? 농가들에게 어떻게 하라는 가이드를 주어야지 생명줄이 걸려 있는 사육입식을 막아놓고 무엇을 하겠다는 것입니까 아니면 살 수 있도록 피해 보상을 해주던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재입식 관련 ASF 멧돼지가 철원 화천 지역에서 많이 나오지만, 집돼지에서는 ASF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좋은 예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렇지요. 학습이라는 것이 그런 것을 말씀드리는 것입나다. 지금 ASF 바이러스가 멧돼지에서 나오지만, 농가에서 발생하지 않는 것은 농가에서 어느정도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공기전염이 되는 구제역과는 달리 ASF는 직접 접촉으로 옮기잖아요. 

 

▶농식품부에서도 ASF는 구제역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을텐데, 알면서도 정책을 변환하지 않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딱 하나입니다. 방역에 있어서 만큼은 바늘만큼도 틈을 주어서는 안된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이것이 학습이 되어있습니다. 어느 부분에선 이해하죠.

 

그런데 우리 ASF 희생농가들은 지금 돼지를 입식해도 수입이 2년동안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세상에 우리나라 어디를 보더라도 개인의 사유재산을 강제로 처분해놓고 거기에 대해서 나몰라라 하는 곳이 어디 있습니까? 그런 전례가 있습니까? 이것이 정답입니까? 솔직히 묻고 싶습니다. 

 

우리는 대를 위해 희생을 했습니다. 강요에 의한 것이지만, 그러면 이걸로 안되니 이제는 목숨까니 내놓으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말이 됩니까?

 

 

▶9월 18일 살처분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예견되어 있다면 목숨을 내놓더라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누가 방역에 협조하겠습니까?

 

ASF 차단의 최대 공로자는 신속한 신고를 한 양돈농가들에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ASF의 확산을 막겠다는 생각에 희생을 받아들인 양돈농가들에 있습니다.

 

정부가 아무런 대책없이 농가에게 희생만을 강요한다면 앞으로 누가 방역에 협조하겠습니까?

 

▶재입식을 기다리는 시간이 계속 길어지는데 ASF 희생농가들 분위기는 요새 어떻습니까?

격앙된 상태이지요. 처음에는 돼지를 묻고 나서 트라우마에 시달렸는데, 지금은 각자의 생각이 정리된 상태고... 분노 폭발 일보직전 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방역에 협조하기 위해서 가지고 있는 재산을 던지면서 대를 위해 소가 희생했는데 결과적으로 지금 마지막 선택까지 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로 몰아가는 것은 절대 안됩니다.

 

제가 드리는 부탁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빠른 재입식입니다. 두 번째는 ASF 희생 농가들에 대한 충분한 보상입니다.  세 번째는 대통령님이 직접 나서서 멧돼지 대책을 세워 달라는 것입니다.

 

누가 나서든 ASF 희생농가들의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입니다. 그냥 지나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는 1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특별기자회견을 발표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끝내 ASF 관련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인상적인 말이 하나 다가왔습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2차 대유행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그때까지 일상 복귀를 마냥 늦출 수 없습니다.

방역이 경제의 출발점이지만, 방역이 먹고사는 문제까지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3주년 특별연설 중

 

문재인 대통령에게 문 대통령의 말을 빌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습니다.

 

"ASF가 완전히 종식되는데는 오랜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2차 ASF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희생농가들에게 마냥 재입식을 미루고, 일상적인 복귀를 마냥 늦출수는 없습니다. 대통령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방역이 경제의 출발점이지만 방역이 그들의 먹고사는 문제까지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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