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이 내용을 규정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난 13일 한돈산업에 이색적인 좌담회가 열렸습니다. 그간 좌담회는 비공개였으며, 좌담 내용 일부가 기록 편집된 기사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이번 좌담회는 유튜브 영상으로 편집되어 주제별로 먼저 1차 공개되었고, 며칠 후 전체 내용이 편집되어 공개되었습니다. ASF 발생 후 2달이 되는 시점에 'ASF 사태를 통해 한돈산업의 미래를 말하다'는 주제 또한 시기적절했지만, 그동안 끊임없이 문제제기 되었던 한돈산업의 여러가지 문제점을 유튜브라는 형식으로 가감없이 나타낸것은 가히 혁신적입니다.
이는 ASF 사태 이후 한돈산업의 무기력한 대처에 변화를 바라는 한돈산업 관계자들의 공통된 문제의식이 발현되었기 때문입니다.
안기홍 소장(안기홍 양돈연구소)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회는 양돈농가(한동윤 대표, 육일농장), 질병전문가(정현규 박사, 한수양돈연구소), 언론인(이득흔 국장, 돼지와사람)으로서 ASF 사태 이후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안기홍 소장은 "축산이 방역을 위한 산업이 되면서 현장의 문제들이 외면받고 있다"며 "양돈산업 관련 제도, 법령, 규정 등에 대해 상시적인 검토를 하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득흔 국장은 "이번 ASF 사태에서 한돈협회의 문제점으로 확장성, 소통, 전문성에 한계를 보였다"면서 "확장성 부족은 ASF를 양돈농가들만의 문제로 축소시킴으로써 정부가 거리낌 없는 살처분을 밀어부치는 빌미를 주었다는 점, 소통의 문제로는 한돈협회 내부에 많은 정보가 존재하지만 취합하고 전달하는 과정은 부족했던 점, 전문성의 한계는 정부 정책에 선제적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한돈산업 연구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정현규 박사는 "현재 행정 단위 방역으로 묶이면서 혼란만 가중되므로, 산업 단위의 방역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하고 재입식 관련해서는 "멧돼지를 단기간에 모두 없앨수 없는 상황에서는 일반농장에서 ASF가 발생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다른 요인을 고려하지 말고 재입식은 순서대로 진행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한동윤 대표는 "ASF 정책이 10년전 구제역 정책과 변화가 없다"며 "ASF 재입식 요건을 보면 결국에는 지자체와 협의하라고 하는데 재입식이 과연 원할하게 가능할지 의문스럽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안기홍 소장은 "ASF 발생이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민감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누면서 한돈산업의 문제점과앞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면서 "앞으로도 이러한 자리를 갖고 논의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영상은 돼지배움터(바로가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