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이하 ASF)의 컨트롤에 있어서 가장 커다란 문제는 바로 현존하는 치료제나 백신이 없다는 것이다. 양돈농가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백신은 왜 못 만드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필수적으로 듣게 된다.
왜 그런 걸까? 안 만드는 걸까? 못 만드는 걸까?
ASF 바이러스는 크기가 크고 구조가 복잡하여 바이러스를 완전히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ASF 바이러스는 유전자의 크기가 170,000~190,000 염기 쌍(bp), 크기는 200 나노미터(nm)로 아주 큰 쌍 가닥의 외막(enveloped)을 가진 DNA 바이러스이다.
전문적인 용어라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우리가 알고 있는 돼지 써코 바이러스 2형과 크기를 비교해보자. ASF 바이러스는 써코 바이러스보다 물리적으로 10배 정도 크고 100배 이상의 복잡한 유전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ASF 바이러스는 크기가 커서 각각의 바이러스 단백질의 기능을 모두 파악하기 어렵다. 게다가 25개의 유전형이 존재하여 각 유전형 사이에는 백신에 의해 교차방어도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ASF 바이러스는 PRRS 바이러스처럼 감염 시 면역 저하 작용을 유발한다.
ASF 바이러스는 감염 시 편도의 대식세포를 이용한다. 대식세포 내로 침투하여 증식하면서 숙주 세포의 신호전달(cell signal pathway)을 저해하여 돼지가 갖고 있는 정상적인 면역반응을 억제한다.
바이러스의 150여 가지 다른 단백질은 다양한 형태의 병원성 인자로 작용한다. 이로 인해 숙주 세포의 면역반응을 회피하여 효율적인 항바이러스 전략을 세우기 어렵게 만든다.
현재까지 진행된 ASF 백신 개발을 살펴보면, 불활화 백신은 질병 방어를 하지 못하며 항체 역시 방어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밝혀져 있지 않다. 다시 말하면 백신 접종 시 생성된 항체는 방어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약독화 백신의 경우 어느 정도의 방어를 제공하지만, 백신 접종된 돼지에서의 안전성 문제가 심각하다. 백신 접종에 의해 폐사가 발생하고 많은 부작용이 나타났다. 또한 유전형 사이에 교차방어를 제공하지 못하는 커다란 한계를 보여주었다.
그 외 DNA 백신과 유전자 재조합, 서브유닛 백신도 개발 중이지만, 바이러스에 대한 이해가 낮아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바이러스를 지속적으로 배양할 수 있는 세포주도 없는 상황이므로 바이러스 연구와 더불어 약독화 백신의 생산도 어렵게 하고 있다.
ASF 바이러스가 현대 양돈산업에 심각한 위협이 된 것이 불과 10년 전의 일이다.
이 말은 그동안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는 물론 백신 개발 등에 대해서 많은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질병이 확산될수록 더 많은 연구와 자금이 투자되기 마련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 사용 가능한 컨트롤 전략과 백신이 개발될 것으로 본다.
▶참고: Adv Virus Res. 2018;100:41-74. doi: 10.1016/bs.aivir.2017.10.002. Epub 2017 Nov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