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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농장 ASF, 정부·지자체 멧돼지 정책 패착이 낳은 결과

영천, 지난해 12월 총기포획유보지역으로 지정된 이후에도 총기를 이용한 멧돼지 사냥 지속...멧돼지 인위적 이동 유발 및 폐사체 수색 미흡 지적

또 다시 돼지농장에서 ASF가 발생했습니다(관련 기사). 그런데 이번에는 최근 이전 발생농장과 다르게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먼저 발생농장은 경북 영천의 농장으로 역대 최남단에 위치해 있습니다. 올해 1월 발생한 경북 영덕의 농장과남서쪽으로 60여 km 거리입니다. 이제 우리나라 지도상으로 사육돼지 또한 전국화 발생 양상이 되었습니다. 아울러, 사육숫자가 거의 2만5천두로 역대 가장 큰 규모의 농장에서 발생했습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브랜드 계열 농장 소속입니다. 이래저래 해외에서도 주목할 만한 발생 사례입니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발생 원인에 대한 궁금증이 높은 상황입니다. 

 

경북 영천은 우리나라 역대 41번째 ASF 감염멧돼지 발견시군입니다. 지난해 12월 최초로 확인되었습니다. 이후 발견건수도 늘고, 발견지역도 증가했습니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영천 일대에서 발견된 감염멧돼지 숫자는 벌써 46건(마리)입니다.

 

 

이번 발생농장은 감염멧돼지 발견지역 한 가운데에 위치해 있습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발생농장을 중심으로 반경 10km 내에 감염멧돼지가 33건이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달 5일 가장 최근 발견된 감염멧돼지(#4067)는 이번 영천 발생농장과 불과 1.4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쯤되면 농장 주변 감염멧돼지가 바이러스 출처이며, 알 수 없는 경로(차량, 사람, 매개체)를 통해 농장 내로 바이러스가 유입되었고 이후 돼지까지 전달되었다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앞서의 경북 영덕 발생사례와 유사합니다. 

 

그런데 돼지와사람이 정작 주목하는 것은 다른 데 있습니다. 영천에서 여전히 시행되고 있는 '총기 포획(사냥 활동)'입니다. 

 

 

영천은 지난해 12월 감염멧돼지가 발견되면서 환경부에 의해 '총기포획유보지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인접한 의성·청송·포항·경주·청도·경산대구·군위 가운데 의성·청송·포항을 제외하고 나머지 지역의 경우 미발견 지역이어서 영천에서의 멧돼지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영천 서쪽에는 팔공산국립공원도 있습니다. 영천서 총기를 이용한 사냥을 금지한 것은 당연한 조치입니다. 게다가, 영천은 정부의 야생멧돼지 확산 차단 울타리가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천은 이름만 '총기포획유보지역'이었습니다. 현실은 계속 총기를 이용한 멧돼지 사냥이 지속되었습니다. 돼지와사람 취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포획된 멧돼지 개체는 433마리입니다. 대부분 총기로 잡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폐사체 수색은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밀렸습니다. 같은 기간 폐사체 수거 실적은 59마리에 불과했습니다. 대부분 주민 신고에 의존했습니다.  

 

지난 2월 돼지와사람은 영천시 관계자에게 총기 포획에 대한 우려를 전했고 자제를 약속받았습니다. 하지만, 변한 것은 없었습니다(관련 기사). 영천 양돈농가 역시 이 같은 우려를 그간 여러 차례 시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총기포획은 가장 확실한 멧돼지 저감 방법입니다. 하지만, 멧돼지 생태를 교란시키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인위적인 멧돼지의 이동을 유발해 자칫 병의 확산을 더욱 촉발할 수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참조하는 유럽연합 ASF 관련 매뉴얼에서는 "멧돼지 교란을 최소화하면서, 이들의 장거리 이동을 방지하고, 수렵 도구, 차량, 해체실 등의 바이러스 오염을 막기 위해 감염구역(위 그림, 구역 0과 1)에서의 모든 수렵 활동을 철저히 금지한다(멧돼지의 ASF 생태와 차단방역, FAO & EU)"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감염지역의 경우) 야생멧돼지의 이동을 막기 위한 관련 조치(예: 울타리)가 시행된 상황이 아닌 한, 몰이식 사냥을 실시해서는 안된다(유럽연합의 ASF 예방, 통제 및 근절에 관한 지침, EU)"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냥 대신 폐사체에 대한 적극적인 수색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폐사체는 환경 내에 오래 잔류해 지속적인 감염원으로 작용합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와 지자체는 반대로 행한 것입니다. 이달 감염멧돼지 발견숫자는 급감했지만, 총기포획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영천 사육돼지에서 ASF가 발생한 것입니다. 이상을 종합해 볼 때 이번 발생에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이 작지 않다할 수 있겠습니다. 정책 오류의 결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총기포획은 비발생지역인 경주·청도·경산대구·군위에서 시행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영천의 경우 보다 적극적인 폐사체 수색과 빠른 제거가 필요합니다. 다른 오염지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염지역에서의 총기 포획을 잠정 중단해야 합니다. 보다 과학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신중히 실시해야 합니다(관련 기사). 아울러 기피제 살포 같은 보여주기식 행정도 멈춰야 합니다. 감염지역 내 총기포획 역시 어찌보면 보여주기식 행정입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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