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재 5월 확정·발령을 목표로 'ASF 방역실시요령' 고시 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이는 사실상 ASF 긴급행동지침(SOP)의 개정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번 고시 제정 과정에서 현 SOP와 다른 내용이 방역실시요령에 담아진다면 자연스럽게 SOP도 이를 반영하여 개정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방역실시요령은 결국 법적 효력을 가진 SOP인 셈입니다.
이에 이번 고시 제정 과정에서 몇 가지 비과학적이고 산업에 피해를 유발하는 무리한 조항은 반드시 개정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살처분은 발생농장만 하는 게 과학적
ASF는 접촉성 전염 질병입니다. 전파가 매우 느린 질병입니다. 공기 전파가 되는 구제역이나 AI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질병입니다. 그런데도 발생농장 반경 500미터 안에 있다는 이유로 예방적 살처분을 하는 것은 비과학적입니다. 정부가 최근 발간한 국내 역학조사보고서에서 농장간 전파는 없었다는 점을 말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ASF는 발생농장만 살처분해도 충분합니다.
이동제한 21일은 과도....2주 이하로도 충분해
현행 SOP는 ASF의 잠복기 4~19일을 근거로 역학농장에 대해 이동제한 조치를 3주간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에 해당 농장은 3주 동안 돼지뿐만 아니라 분뇨 등의 이동을 할 수 없습니다. 국내 유행하고 있는 바이러스는 급성형 한 가지입니다. 감염 후 7일 전후에 증상이 발현됩니다. 이같은 사실에 대해 정부는 자체 연구를 통해서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최대 잠복기 19일에 얽매여 역학농장에 3주간 이동제한을 부여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입니다. 과학적인 방역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2주 이하로 조정이 되어야 합니다.
감염 멧돼지 발생지점 반경 10km 방역지역 지정 없애거나 축소되어야
야생멧돼지에서 ASF 항원이 검출될 경우 발견지점을 중심으로 10km 반경 내 농장은 30일간의 이동제한 조치가 취해집니다. 이 역시 비과학적이며 과도한 조치입니다. 시중에는 이를 '까마위 방역지역'이라고 평합니다. 감염멧돼지가 발견되었다면, 발생지역 내 농장에 대해 모니터링만을 좀더 강화하면 될 일입니다.
권역간 이동금지는 없애거나 최소화해야
상시 모니터링과 출하 전 검사를 통해 농장에 바이러스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권역간 돼지나 분뇨의 이동을 막는 것은 또 다른 과도한 조치입니다. 지자체간 이기주의를 부추기는 조항입니다. 이동 과정에서 차량 바퀴에 오염이 될 가능성이 염려된다면 정부가 자랑하는 거점소독시설을 거치면 될 일입니다.
발생농장 재입식, 보다 쉽게 할 수 있어야
ASF는 구제역과 다르게 재입식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지난 '19년과 '20년 발생농장 가운데 아직까지 재입식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재입식이 쉬워야 농장에서의 빠른 의심 신고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현행 ASF 재입식 기준 및 절차는 구제역의 기준과 절차를 그대로 복사해 적용한 것입니다. 구제역은 백신 덕분에 사실상 입식 시험조차 사라졌습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