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인 생각으로 국내 축산 방역정책을 앞으로도 가늠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이하 농식품부)는 '인사혁신처에서 선정한 ’20년 적극행정 유공포상자에 2명이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모든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적극행정 공적을 평가해서 총 10명을 선정하는 훈・포장 수여 대상에 농식품부 직원이 2명이 선정된 것입니다.
선정된 2명 가운데 1명은 구제역방역과 소속 A 사무관입니다. A 사무관은 ASF 확산을 방지한 공로를 인정받았습니다.
농식품부는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ASF 주요 발생국들은 경제적 손실 등 엄청난 피해를 초래했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야생멧돼지에서 1,200건 가까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사육돼지는 2019년 9~10월에 14건이 1차 발생했고 2020년 10월에 2건이 2차로 발생한 후로 지금까지 추가 발생이 없다"라고 국내 ASF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농식품부는 "기존의 방역 SOP를 뛰어넘어 과감하게 발생 시・군 전체의 사육돼지를 예방적 살처분 또는 수매・도축을 추진하고 관계기관과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야생멧돼지 관리, 축산차량 이동관리, 대대적인 방역 작업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 노력의 결과다"라고 포상 이유를 전했습니다.
국내 양돈농가들은 ASF 발생국 중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가장 빠른 신고를 기록했으나, 정부가 야생멧돼지를 컨트롤할 수 있는 결정적 시간을 우와좌왕하면서 보내버린 후 ASF 야생멧돼지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부의 논리대로 살처분으로 공동화되어 ASF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전국적으로 ASF 양성 멧돼지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ASF가 국내 양돈농가에 발생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과감한 살처분을 통한 방역정책의 성공 신화는 양돈산업을 넘어 가금산업에서 전개되고 있습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터지자 농식품부는 과감한(?) 살처분 방역정책으로 벌써 3천만 수(479호) 가량을 땅에 묻었습니다.
농식품부의 방역정책은 이렇습니다. 질병의 특성과 관계없이 과장되게 질병의 위험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과감한 살처분으로 위기를 높이는 방식입니다.
축산농가들의 삶의 터전은 무너지고 일선 축산 공무원들은 과로사하기도 합니다. 축산물의 소비자 가격은 높아지고 정부는 비행기를 이용해서라도 소비자들의 먹거리를 지켜냅니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언론을 통해 이야기 합니다.
'걱정마세요. 정부는 여러분의 삶을 지켜낼 것입니다'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과감한 살처분을 기반으로 한 농식품부의 방역정책에 어느 누구도 딴지를 걸기 어려워지면서 정치방역은 점점 블랙 코메디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ASF 예방적 살처분으로 2년 가까이 실업자로 빚쟁이로 삶의 희망을 놓아버린 양돈농가들에게 이번 구제역방역과 사무관의 훈・포장 수여는 또 한번 가슴에 피멍이 드는 일입니다.
과감한 살처분 정책의 공로를 인정받아 유공포상을 주는 현재 상황에서 공무원들에게 과감한 살처분 정책은 당연한 일이 되었습니다.
2021년 농식품부의 주요 업무 추진 계획에는 '농장이 갖춰야할 방역시설 기준을 법으로 제도화'한다는 계획이 있습니다. 현재 8대 방역 시설은 의무화는 아니지만 앞으로 의무화 될 것입니다. 최소한 8대 방역시설을 설치한 농가에 대해서는 살처분에 대해 어느 정도 예외가 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가축방역예방법에 법제화 되어야 합니다.
관련하여 접경지 한 양돈농가는 "운영자금이 부족하여 은행으로 뛰어다니고 있다"라며 "정부도 정치방역은 그만두고, 북쪽 남쪽 상관없이 양돈 농가들 모두 8대 방역시설을 갖추면 살처분은 하지 않도록 법제화 시키는데 함께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습니다.
이근선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