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ASF 사태로 살처분 피해 양돈농가가 수백에 이르면서 '생계안정자금'에 대한 문의를 하시는 분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생계안정자금, 살처분 농가당 60여만 원? 설마...말이 돼??"
생계안정자금의 정확한 규정상 표현은 '생계안정비용' 입니다. 가축전염병 예방법 제49조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구제역, 돼지열병, ASF 등을 인해 살처분 명령을 이행한 가축의 소유자 또는 가축을 위탁사육한 경우에는 위탁받아 실제 사육한 자에게 생계안정을 위한 비용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살처분 농가에 대해 일정 재기를 돕는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취지의 제도 입니다. 문제는 전혀 현실적이지 않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규모와 범위, 지급기한 등 모두 문제입니다.
대다수 양돈농가 생계안정비용은 67만원 수준
생계안정비용은 통계청이 조사·발표하는 전국축산농가 평균가계비를 기준으로 지급합니다. 올해 상향 조정되어 현재 기준은 337만 원 입니다.
이를 모든 농가에 동일하게 지급하지 않습니다. 규모에 따라 차등지원이 되고 있습니다. 801~1200두 규모의 농가의 경우 337만 원 전체를 받지만, 그 이상 또는 그 이하의 농가는 규모에 따라 80~20%만이 지급됩니다. 1701두 이상의 농가는 상한액의 20%, 67만 원 입니다.
이에 따라 이번 대다수 피해농가의 경우 67만원을 받게 됩니다. 최근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양돈농가당 평균 사육두수는 1909두('19년 9월 기준)입니다(관련 기사). 정부가 공표한 최저생계비와 비교해도 턱없이 적습니다(232만 원, 3인 가족 기준 중위소득 60%).
생계안정비용은 농장주 혹은 위탁사육농만 해당
생계안정비용은 가축의 소유자 또는 가축을 위탁사육한 경우에는 위탁받아 실제 사육한 자에게만 지급됩니다. 간단히 말해 해당 농장의 농장주에게만 지급됩니다. 농장 직원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2세 한돈인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상당수 규모가 있는 농장은 재입식 등의 농장 복구를 위해 현재 관리자들 상당수의 고용 관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인간적인 도리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다시 구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5명의 직원을 보유한 한 피해농가는 본인 농장의 생계안정비용은 사실상 6만 원이라는 말을 합니다. 이 농가는 실제로는 생계안정비용을 청구하지 않았습니다.
생계안정비용, 그나마 6개월만 지원
현재 생계안정비용은 입식준비기간을 포함해 최대 6개월분만 지급합니다. 정부는 최근 지원 연장을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하지만, 농가와 정부 사이의 입장의 차이를 좁히기 쉽지 않을 듯 합니다.
양돈산업 관계자이나 피해농가들은 정부가 생계안정비용 산정에 있어 큰 오해 내지는 선입관이 하나 있다고 지적합니다. 살처분에 따른 보상금을 말 그대로 '공짜' 혹은 '혜택', '로또'처럼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살처분 보상금 규모가 크니, 생계안정비용은 적게 주어도 상관없다는 것입니다. 등가교환이나
일반 기업의 경우 경영악화 및 도산, 고용악화를 막기 위해 정부가 각종 세금과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과는 지극히 대조적입니다. 이런 가운데 국회는 감염멧돼지를 빌미로 살처분 및 도태 명령을 할 수 있는 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