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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

[기고] ASF로 강하게 의심되는 돼지를 부검하다

요청에 의해 필자를 밝히지 않습니다 - 돼지와사람

이 글은 올해 1월초에 중국에서 필자가 직접 겪었던 양돈장의 질병 상황 및 부검한 결과를 기록한 것이다. 비록 현지의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실험실 진단을 통한 확진을 하지는 못했지만, 증상 및 부검 소견은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임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어 글을 통해 한국의 여러분과 사례를 공유하고자 한다. 

 

이야기의 시작

지난 8일 오전 중국 모지역에 위치한 한 농장에서 질병 진단을 부탁하는 연락과 함께 동영상(아래)을 받았다. 이 농장은 이전에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던 곳이다. 

 

5개월령이 조금 지난 비육돈 중 3두가 급성 회장염이나 돈적리 증상과 유사한 혈액성 설사 증상과 함께 고열(섭씨40도 이상)을 보이고 누워서 잘 일어나려 하지도 않는다는 얘기였다.

 

 

참고로 이 농장은 두 개의 동(栋)으로 구성된 비교적 단촐한(?) 규모의 농장이다. 분변처리는 스크레퍼 형식이고, 환기 및 온도관리를 위해 돈사 입구쪽 벽면에는 Water shell 형식의 여름철 냉방을 위한 설비가 설치되어 있고 반대편 복도끝 벽면엔 대형 배기펜이 양쪽으로 3개씩 설치된, 중국에서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는 형태의 비육돈사이다. 돈사에는 4개월령, 5개월령 육성비육돈들이 각각 300여 두씩 사육되고 있었다.

 

이 농장은 임대해서 돼지를 기르는 곳인데, 주인은 한 달에 한 번 오는 정도이고 평상시에는 3명의 관리자가 농장 관리를 담당하고 있었다. 

 

방역상태를 말하자면, 비록 관리자들이 작업복과 장화 등을 바꿔 착용하고 돈사 출입을 하고 있었지만, 농장 안팎의 구별이 모호하고, 출하가 있을 때면 외부인이 돈사 내부로 들어와 출하작업을 돕는 등 차단방역 의식은 그리 높지 않은 농장이었다.   

 

아울러 농장의 위치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 이유는 이 농장 주변으로 1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이름을 대면 중국인 누구라도 알 수 있는 대형 육가공장(도축장)이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십 대의 출하차량과 가공 처리된 돈육을 실은 차량들이 농장 바로 앞 도로와 인근 지방도를 다니는 곳이므로 애초부터 이 농장의 위치는 양돈장으로서 그리 바람직한 곳이 아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약 2~3일 전에 그 동안에 폐사된 돼지를 보험 처리하느라 해당 보험사 직원이 다녀갔다고 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들은 많은 양돈장을 이런 식으로 다닌다는 점이며, 이들의 주요업무는 보험에 가입된 농장의 돼지가 죽으면 농장을 방문하여 해당 돼지를 직접 확인하며 사진을 찍곤 하는데 이 때 폐사체를 직접 만지는 일이 다반사고, 어설픈 방역복이나 1회용 비닐장화를 착용하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들의 차에서 옷을 갈아입거나, 장화를 갈아 신고 나오는데 문제는 이런 옷가지들의 위생상태를 믿을 수 없다는 점이다.  아무튼 이들이 농장에 다녀간 후 이틀 후에 발병되었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문제의 농장을 방문하다

주변 상황이 상황인지라 다른 농장 방문 등의 일과를 모두 마친 후 현장에 가보기로 하였는데, 오후 늦게 1두가 폐사하였다는 소식이 다시 전해졌다.

 

현장에 도착 후 돈사 및 증상을 보이는 돼지를 살펴보고 외부에 따로 놓아둔 폐사체를 부검해 보았는데, 먼저 증상을 보이는 돼지 두 마리는 웅크리고 잘 움직이려 하지 않는 등의 증상 외에 겉으로는 별다른 특이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물론 발열은 심한 편으로 관리자가 이야기한 대로 직장체온 40℃를 넘고 있었지만, 폐사된 개체 이외에 나머지에겐 아직 혈변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다른 돼지들의 상태 또한 간혹 심한 기침 등을 보이는 것은 간혹 있었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왕성한 먹이활동을 보이고 있었다. 

 

폐사한 돼지를 열어보다

필자는 돈사를 간단히 살펴본 후 바로 외부에서 폐사돈을 부검했는데 이하는 부검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소견들에 대한 소개이다.

 

 

우선 피부를 살펴보았다. 워낙 사체에 분변이 심하게 말라 붙어있었고, 귀 부분은 다른 돼지들이 심하게 뜯어먹어서 제대로 살펴보기 어려웠는데 그나마 이근부 주변에서 약간의 피하출혈을 볼 수 있었다(사진1). 

 

 

편도 부위는 큰 변화는 없었지만, 단 하나의 출혈반을 볼 수 있었다(사진2). 그러나 악하임파절과 서혜부 임파절을 비롯한 사체 대부분의 임파절에 심한 출혈과 충혈소견을 보이고 있었다.

 

 

특히, 서혜부임파절과 복강내부장기 주변 임파절의 출혈이 명료하여 아주 검붉은 색을 보이고 있었다.(사진3,4,5). 

 

 

폐는 우측의 폐엽 일부가 흉강과 유착되어 있었고 충출혈, 경색 소견을 보이고 있었다(사진6).  심장은 관상동맥 주변의 외막에 많은 크고 작은 점상출혈이 보였지만 더욱 심한 건 심내막의 출혈이었다. 너무 심해서 심내막 전체가 검게 보일 지경이었다(사진7,8).

 

 

비장에서 기대(?)했던 크기의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동전 정도의 크기의 약한 경색부위를 볼 수 있었다(사진9: 부검도의 길이가 약 25㎝ 이니 대략 35㎝가 넘는 정도로 보였다). 

 

 

위장 점막의 분문부 쪽에 몇 개의 비교적 큰 출혈반점이 있었고(사진10), 소장 부위는 육안으로는 특이한 변화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결장 부위의 부검소견은 전혀 달랐다.  회맹부를 포함한 결장 점막 전체가 심한 출혈로 검붉은 색을 띠고 있었다(사진11,12). 

 

 

콩팥의 경우, 표면에는 겨우 몇 개의 출혈반이 보였을 뿐이지만(사진13), 콩팥 내부의 상황은 전혀 달랐다. 수질부위 대부분이 심한 출혈로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사진14). 방광에서도 심한 출혈반점이 산재해 있었다(사진15).

 

농장을 나오다

이 농장의 돼지들은 모두 돼지열병 백신을 2회 접종했고 기타 오제스키병과 구제역, PRRS, 써코백신까지 모두 접종된 상태였다. 약 30년 전 한국에 있을 때, 필자는 양돈 현장에서 돼지열병으로 폐사된 사체를 수차례 부검한 바 있었다.

 

당시 대부분의 부검 소견에서는 하나같이 각각의 장기에서 출혈소견을 볼 수 있었는데, 이번의 부검에서는 그 당시에 보았던 것보다 몇 배나 심한 출혈소견을 보이고 있는 점이 가히 충격적이고 인상적이었다. 

 

비록 불가피한 사정으로 가검물에 대한 실험실 진단을 할 수 없었지만,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 정도의 결과만 보더라도 “아프리카 돼지열병”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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