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6일은 국내에서 ASF가 발생한지 만 5년이 되는 날입니다. 현재 ASF는 야생멧돼지를 중심으로 지역 확산이 되고 있는 가운데 사육돼지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발생 첫 해인 '19년을 제외하고 이후 매년 발생지역만 달라질 뿐 양상은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국내 ASF 상황, 다음 5년은 어떨까요?
이에 대해 몇몇 산업 관계자는 언젠가는 야생멧돼지 통제에 한계가 오면서 전국 곳곳의 사육돼지에서 ASF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중국이나 베트남, 필리핀 같은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하지만, 해당 주장은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입니다. 먼저 우리나라는 백야드(뒷마당) 농장이 거의 사라진 상태입니다. 무엇보다 정부가 ASF 통제 정책을 포기해야 가능한 얘기입니다. 앞으로도 사육돼지 발생은 산발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발생건수는 더욱 증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돼지와사람이 몇몇 전문가와 향후 우리나라 ASF 상황에 대해 인터뷰한 결과 현재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는 다음의 세 가지 형태입니다.
먼저 '전국전인 바이러스 확산'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상황의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ASF 바이러스는 현재 경북을 중심으로 서진과 남하를 계속하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정부 브리핑이 없어 체감하지 못할 뿐입니다. 시간에 비례해 바이러스는 영토를 넓혀나가고 있습니다. 5년 안에 결국은 충남과 전남북, 경남 지역으로까지 바이러스가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도 예외가 아닙니다. 독일 등 유럽의 예를 볼 필요가 없이 최근 부산으로의 확산 사례를 보더라도 충분히 가능한 예상입니다. 수렵인 등 사람에 의한 바이러스 전파 차단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다음은 '변종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입니다. 최근 중국에 이어 베트남에서도 유전형 1형과 2형이 결합된 변종 ASF 바이러스가 확인되었습니다(관련 기사). 이 바이러스는 병원성에 있어 기존 국내 유행하고 있는 유전형 2형과 별다를 것은 없습니다. 다만, 향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효과적인 백신이 개발이 되더라도 불완전한 효과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우려됩니다. 전 세계적으로 개발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 백신은 유전형 2형에 대한 효과를 전제로 하고 있는데 해당 변종 바이러스는 이들 백신에 대해 저항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국경검역은 국내 방역 이상으로 중요합니다.
끝으로 병원성이 낮거나 거의 없는 '만성형 바이러스의 출현'입니다(관련 기사). ASF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입니다. 그래서 RNA 바이러스인 PRRS나 써코 바이러스와 달리 변이가 잘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아예 변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만성형 바이러스는 오랜 순환감염의 과정 속에 돌연변이로 등장할 수 있습니다. 야생멧돼지와 우연히 공존을 선택하는 순간입니다. 해당 바이러스가 사육돼지에 전파되면 농장은 전혀 바이러스 유입을 눈치채지 못합니다. 증상이 나타나지도 않고 폐사도 발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참 후 도축 검사 과정에서 우연히 감염 사실을 확인하게 되는데 PED처럼 이미 다른 농장에 전파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는 바이러스 분석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 정부와 대한한돈협회는 '민·관·학 합동방역대책위원회'를 꾸리고 ASF를 비롯한 주요 가축전염병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안건 대부분이 주로 현재의 불편사항 해소 등 건의사항에 맞추어져 있어 벌써부터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ASF의 경우 이동제한 등 SOP 개정이 주요 관심사입니다. ASF 확산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혹은 향후 청정화를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은 뒷전입니다.
한 전문가는 "이왕 위원회가 만들어진 만큼 보다 산업에 유익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부 관계자를 만나기 전 산업 차원에서 충분한 준비와 고민을 통해 안건을 만들어내고 이를 제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회의 당일 나열식으로 의견을 각자 전달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시간 낭비"라고 덧붙혔습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