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부산(관련 기사)에 이어 22일 경북 영천(관련 기사)에서 ASF 감염멧돼지가 연달아 확인되어 한돈산업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환경부는 이례적으로 부산 감염멧돼지와 관련해 보도자료를 내었습니다(관련 기사). 하지만, 영천 감염멧돼지에 대해서는 침묵했습니다.
보도자료에서 환경부는 '이번에 ASF 양성이 확인된 부산 금정구 사례는 잠정 야생멧돼지에 의한 전파보다는 차량 등 인위적 요인에 의해 전파되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역학조사와 함께 바이러스 확산 차단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돼지와사람의 취재 결과 이번 부산과 영천 감염멧돼지 확산 사례에는 몇 가지 큰 문제점을 가진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이것 때문에 바이러스가 확산되었는지는 역학조사 결과를 지켜볼 일이지만, 반드시 시정해야 할 사안입니다.
먼저 이번 부산 감염멧돼지는 지난 14일 총기 포획되었고, 시료 채취 이후 렌더링 처리되었는데 렌더링 처리 업체가 위치한 곳이 '영천'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말은 부산 감염멧돼지가 ASF 양성인지도 모른 채 경북 영천으로 이동했다는 얘기입니다.
21일까지 영천은 공식적으로 비발생 지역이었습니다. 부산을 출발한 멧돼지 폐사체 운반차량이 영천으로 이동을 위해서는 최소 양산과 밀양, 청도, 경산 등 주요 비발생 지역을 거쳐갔을 것입니다. 생각할수록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실제 부산 감염멧돼지 확인 다음날인 22일 해당 렌더링 업체의 폐사체 보관창고에서는 ASF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되었습니다. 이에 이날 부리나케 소독과 함께 시설 관리자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우연인지 필연인지 같은 날 영천에서도 ASF 감염멧돼지가 확인되었습니다. 포획지점은 렌더링 업체와 직선거리로 15km 떨어져 있습니다. 해당 감염멧돼지도 영천 렌더링 업체에서 렌더링 처리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발견 및 포획 시점으로부터 최종 검사일까지 수일이 걸렸다는 점입니다. 또 다시 고질적인 늦장 검사라는 지적이 나옵니다(관련 기사). 그 사이 추가 확산을 위한 차단 조치는 없었습니다.
부산과 영천 감염멧돼지 모두 총기 포획되었습니다. 각각 지난 14일과 3일의 일이었습니다. 이후 검사 결과는 각각 21일과 22일 나왔습니다. 포획에서 진단까지 부산은 7일, 영천은 19일이 소요된 것입니다. 때문에 영천에서 부산으로, 부산에서 영천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되었다는 가설도 나올 법합니다.
관련해 경남의 한 수의사는 "현재 경남 농가의 분위기는 (추가 확산 우려로) 안좋다"라며, "이번 부산·영천 건은 (무분별한 폐사체) 렌더링 수거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번 부산 감염멧돼지 반경 10km 내 양돈농가는 1곳(900마리, 기장군)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경북 영천의 경우는 20곳(6만6천770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농장은 모두 이동제한 상태이며, 긴급 정밀검사가 진행 중입니다. 현재까지 부산과 영천 모두 추가 감염멧돼지 소식은 없습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