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경기도 김포(#26)와 파주(#27)에 이어 11월 어제(9일) 강원도 철원(#28) 사육돼지 농가에서 ASF가 발생했습니다. 이로써 국내 사육돼지에서의 ASF 발생건수는 모두 28건으로 늘었습니다. 올해에만 벌써 7건입니다. 지난 '19년 14건 발생 이래 '20년 2건, '21년 5건, '22년 7건 등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번 김포와 파주, 철원 농가 발생의 경우는 이전과는 발생상황이 달라 산업 관계자뿐만 아니라 일선 수의전문가를 당황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감염멧돼지와 연관성이 없거나 매우 낮은 상황에서 발생해 감염원을 단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20년 화천 농가 발생을 시작으로 올해 9월 춘천 농가 발생까지 통상 지역에서 감염멧돼지 발견이 먼저 있은 후 농가에서 발생했습니다. 이 때문에 충분히 농가에서 발생할 개연성이 상당 이해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김포와 파주, 철원 발생 농가의 경우 감염멧돼지와의 연결고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파주와 철원의 경우 감염멧돼지가 기 발견된 바 있었지만, 최근에는 공식적으로 보고된 바 없었습니다. 지난해 4월에 마지막 발견된 바 있습니다. 거의 1년 반 이상 감염멧돼지 발견이 없었던 것입니다. 김포의 경우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감염멧돼지가 발견된 바 없었습니다. 또한, 공식적으로 최근 몇 년간 멧돼지조차 확인된 바도 없습니다.
이 때문에 '19년 9월과 10월처럼 새롭게 바이러스가 북한으로부터 이들 지역으로 유입된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옵니다. 그래야 설명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감염멧돼지를 제대로 발견하지 못한게 아니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인근 다른 감염지역에서 바이러스를 묻혀 농장 내로 유입되었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뚜렷한 정보가 없으니 온갖 억측과 추정이 난무합니다.
이런 가운데 김포와 파주 발생농가에 대해 역학조사를 실시한 방역당국은 현재 침묵하고 있습니다. 다만, 농장 내 방역시설 및 조치 미흡을 강조할 뿐입니다. 이번 철원 발생농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관련해 한 수의전문가는 "솔직히 당황스럽다. 여하튼 감염멧돼지가 없다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일단 농가에 차단방역을 더욱 준수하고 강화하라고 할 예정이지만, 발생을 100% 예방할 수 있다는 확신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발생농가에 대한 역학조사 내용을 상세히 공유해 주었으면 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감염멧돼지 발견건수는 올해 5월부터 현재까지 예년에 비해 크게 감소한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방역당국이 멧돼지 포획과 폐사체 수색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관련해 박선일 교수(강원대학교)는 "(최근 감염멧돼지에 대한) 낮은 수준의 검출 건수는 2023년에 ASF 발생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겨울이 오기 전 멧돼지 포획과 폐사체 수색에 정부가 더욱 매진할 것을 주문했습니다(관련 기사).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