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제2축산회관 회의실에서 '돼지와사람' 주최의 첫 '한돈전략포럼(이하 포럼)'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날 주제는 'ASF'였습니다. 2년 6개월째를 맞은 국내 ASF 상황을 공유하고, 환경부와 농식품부의 관련 정책을 평가하고 앞으로 한돈산업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논의하는 진지한 자리였습니다.
이날 포럼은 이득흔 편집국장(돼지와사람)이 토론 사회를 본 가운데 최영길 회장(대한한돈협회 경기도협의회, 한탄강스마트팜), 강권 회장(한국양돈연구회, 거니양돈), 정현규 박사(도드람양돈연구소), 최종영 원장(도담동물병원) 등이 패널로 참석했으며, 한돈미래연구소 및 한돈협회 임직원, 축산 기자들의 참관 속에 두 시간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포럼에서 패널들은 무엇보다 '국내 ASF는 이미 상재화'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를 인정해야 현재의 상황을 보다 명확히 이해하고, 앞으로의 방역 정책 방향과 산업의 대응책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한돈산업이 상재화에 따른 시나리오를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정부에 제안해야 한다는데도 의견을 모았습니다.
정현규 박사는 ASF가 전국화에 이르는데 짧게는 3~4개월, 길게는 6~7개월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정 박사는 "상재화란 단어는 이미 현실화된 단어"라며, "이제는 공개적으로 '상재화'라는 말을 꺼내고 현실적인 대안을 한돈협회를 중심으로 급하게 준비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한돈협회가 이를 위해 "시스템과 예산,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8대 방역시설 논란과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단언했습니다.
강권 회장은 현행 정부의 ASF 방역정책에 대해 "실효성이 없이 형식적이고 양돈농가에게 피로감만 증대시키고 있다"며, 전실, 거점소독소, 생석회, 폐사축 처리 시설, 돼지출하승인서 등을 대표적인 일례로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농가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면 농가도 자발적으로 따른다"고 말했습니다. ASF 상재화와 관련해서는 한돈산업이 방역 이슈에 매몰되지 말고 기부 등 산업의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최종영 원장은 ASF 전국화를 전제로 한 방역정책의 전환을 주문했습니다. 그는 "현행 국가주도형 방역정책에서 민간이 자발적으로 농장을 지켜내고,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방식의 민간주도형 방역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진료 수의사와 농장이 방역과 생산의 주체자가 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수입육과의 경쟁에서 한돈의 차별화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우리나라가 ASF 상재국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최영길 회장은 "시장의 자율성이 위축되지 않는 방역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주장했습니다. "ASF가 현재의 코로나처럼 발생 빈도가 낮아 방역에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코로나 정책 이면에 여러 자영업자의 희생이 있었듯이 ASF는 생산자의 희생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발생지역 생산자들은 지정도축장, 사료 및 돼지 환적, 이동제한 등으로 인한 피해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제도로서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그러면서 질병 확산 책임 농장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과 이를 보완하는 민간 차원의 방역기금 조성 등을 제안했습니다.
또한, 패널들은 멧돼지 정책과 관련해서는 무분별한 총기 포획 대신 포획틀 등의 방법을 통해 개체수 저감에 나서고, 더 이상 산이 아니라 농장 주변에 울타리를 설치할 것 등을 주문했습니다. 또한, 만성화 바이러스 출현을 대비 기존 발생지역 내 멧돼지(서식밀도, 항체 조사 등)에 대한 연구 조사에 대한 필요성도 주장했습니다.
8대 방역시설과 관련해서는 일률적인 시설 설치 여부가 아니라 농장에 맞는 방역시설 구비와 올바른 운영을 위한 매뉴얼 마련 및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쉽게 말해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근선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