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확인된 ASF 양성멧돼지 10 마리 가운데 1마리는 정부의 차단울타리 경계 밖에서 발견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10% 가까운 높은 비율로 양성멧돼지에 울타리가 속절없이 뚫리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확산·남하의 가장 큰 원인입니다. 당장 개선이 시급해 보입니다.
'돼지와사람'은 지금까지 정부가 보고한 양성멧돼지 발견지점을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현재(2.13) 기준 정부의 차단울타리 경계 밖에서 발견된 양성멧돼지 발견건수를 일일이 집계했습니다.
그 결과 모두 209건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이는 전체 양성멧돼지 2,120건 가운데 9.9%에 해당하는 숫자입니다. 양성멧돼지 10마리 가운데 1마리는 정부 통제선을 벗어난 곳에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번번히 뚤린 것입니다. 이러한 반복은 서울과 부산을 3회 왕복할 길이인 2400km에 달하는 울타리로 나타났습니다(관련 기사).
209건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부실한 울타리 정책이 양성멧돼지 확산·남하의 원인이라는 점을 또한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양성멧돼지 발견시군 27곳 가운데 15곳의 울타리가 양성멧돼지에 의해 뚫렸습니다. 절반 이상입니다. 시군별로 정선이 가장 많은 53건입니다. 이어 영월이 47건으로 두 번째입니다. 단양이 37건으로 세 번째로 많습니다. 네 번째는 놀랍게도 최근 확산이 확인된 경북 상주로 15건입니다. 상주 이후 전망이 좋지 않다는 것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이쯤에서 또 하나 놀라운 것이 있습니다. 209건 가운데 31건은 총기로 포획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정부가 울타리 밖 지역서 확산 방지 차원에서 멧돼지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총으로 잡고 보니 뒤늦게 양성멧돼지로 확인되었다는 얘기입니다. 어처구니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최근 보은과 상주에서도 일어난 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는 여전히 멧돼지 개체수 줄이기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간 문제로 지적되어 온 울타리 대책에 있어 근본적인 변화는 없습니다. 일률적인 높이 1.5m 그대로입니다.
국내 ASF의 시작은 천재지변이 원인일지 모르겠으나 확산은 정부의 정책적 실패의 결과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정부가 농가의 방역 미흡을 지적하기에 앞서 스스로의 정책적 미흡을 먼저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발등의 불은 8대 방역시설 설치가 아니라 멧돼지 대책입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