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9월부터 11월까지 ASF의 확산 방지와 조기 청정화 달성을 명분으로 정부의 살처분과 수매 등의 행정명령이 집행된 농가는 모두 261호였습니다. 이들 농가의 재입식은 우여곡절 끝에 1년 뒤인 지난해 11월 말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1년이 지났습니다. 

'돼지와사람'의 취재 결과 현재(12.20일 기준)까지 이들 261호 가운데 돼지 입식에 성공한 농가는 114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채 절반도 되지 않는 숫자(43.7%)입니다. 30여 호는 여전히 재입식을 준비 중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약 117호는 사실상 폐업이 진행되었거나 폐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재입식 현황 자료는 주무부처인 농식품부가 별도로 밝히지 않고 있어 일일이 경기도청과 인천 강화군, 강원도 철원시에 직접 확인을 통해 집계되었습니다. 재입식 예정 자료는 대한한돈협회가 10월 파악한 자료입니다. 

경기도의 경우 2019년 살처분·수매 농가는 파주 96호, 김포 22호, 연천 88호, 고양 1호 등 모두 207호였습니다. 당시 파주, 김포, 연천 등은 전체 농가가 집행 대상이었습니다. 이들 농가 가운데 최근까지 재입식 의사를 밝힌 농가는 파주가 45호, 김포가 9호, 연천이 67호, 고양이 1호였습니다. 그리고 실제 재입식이 이루어진 농가는 파주가 33호, 김포가 8호, 연천이 53호, 고양이 1호로 집계되었습니다. 

인천 강화의 경우도 전체 농가가 살처분·수매 대상이었습니다. 규모는 모두 39호였습니다. 이들 중 재입식 계획이 파악된 숫자는 고작 12호입니다. 그리고 실제 재입식을 한 농가는 현재까지 9호로 파악되었습니다. 강화군은 2~3곳의 농가가 재입식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강원 철원은 2019년 당시 15호의 농가에 대해 살처분·수매가 이루어졌습니다. 민통선 내에서 발견된 감염멧돼지가 구실이었습니다. 현재 이들 15호 농가 가운데 재입식을 한 농가는 10호입니다. 한돈협회가 파악한 10호 와 같습니다. 그런데 철원시 관계자에 따르면 추가 한 곳의 농가가 재입식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추가적으로 '돼지와사람'은 지난해 ASF가 발생한 화천 두 농가의 재입식 현황도 알아보았습니다. 화천군청에 따르면 두 곳 모두 재입식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두 곳 중 한 곳은 사실상 재입식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살처분·수매 명령은 정부가 가축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집행하는 행정명령입니다. 아무리 명분이 정당하더라도 이들 명령은 최소화되어야 합니다. 농가의 전부를 앗아가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명령 집행 이후에는 빠른 복구를 도와야합니다. 행정 명령 후 지금처럼 나몰라라 한다면 앞으로 농가의 협조를 얻기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재입식을 준비 중인 농가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합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