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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F 희생농가 이야기(1)] 에코팜 노창수 대표, '내게 남은 시간은 6개월'

빠른 재입식을 기다리며...영농조합법인 에코팜

지난해 9월 17일 국내 첫 ASF 확진 이후, 정부는 멧돼지를 통해 퍼지는 ASF를 막지 못하고 곧 전국으로 장기화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멧돼지를 관리하지 못하는 환경부의 무능력과 양돈농가만을 옥죄고 있는 농식품부의 비겁함으로 수십 년 양돈업을 해오던 농가들과 직원들은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될 처지입니다.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하라는 명분에 재산권을 박탈당하고 삶의 터전에서 위태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그들은 ASF 희생농가들입니다. 재입식 등의 요구가 풀릴 때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인터뷰가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 연천 미산면 산자락을 돌아 에코팜을 찾았습니다. 에코팜은 40년 남짓 양돈업을 해온 노창수 대표와 직원 12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ASF 발생 농장과는 12km 떨어져 있지만, 정부의 ASF 확산 방지를 위한 예방적 살처분의 압력에 버티지 못하고, 제일 마지막으로 1만 두에 가까운 돼지 대부분을 땅에 묻었습니다. 

 

 

산자락을 돌아 도착한 곳에는 '양돈장'이라기보다는 '공원같은 농장'이 나타났습니다. 홍살문처럼 큰 에코팜의 문을 보고 있자니 말끔한 차림의 노신사가 나와 맞이했습니다. 

 

"많은 자본을 들여 우리나라 식량 산업을 지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에게 환영받지 못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스스로 당당해야겠다는 생각에 문을 높이 만들었습니다. 이웃에게 피해주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운영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노창수 입니다"

 

 

노 대표를 따라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인터뷰가 진행되었습니다. 제일 먼저 노 대표와 에코팜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근황을 물었습니다. 

 

-대표님과 직원들은 하루 일정이 어떻게 되나요?

외국인 직원 4명, 내국인 직원 8명이 돼지를 묻기 전과 똑같이 출근해서 다시 농장 입식을 하기 위해 청소와 내부수리를 하고 있습니다. 

 

 

-월급을 모두 주고 외국인 직원 4명 포함해서 직원들 12명이 모두 남아 있다고 하셨는데, 운영하려면 힘드시지 않나요?

우리 직원들 불쌍해서 자를 수가 없습니다. 이력서에 살처분 당한 ASF 피해농가에서 일했다고 하면 어느 농장도 받아주지 않습니다. 직원들이 축산학과 나와서 지금까지 저하고 같이 농장을 운영해 왔습니다. 직원들도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하고,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농장을 운영하지는 않지만 유지비는 많이 듭니다. 급료만 4000만 원 들고 전기세 등 기본요금과 이자 포함해서 한 달 유지비가 억대 가까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월급 깍아서 뭐 하겠습니까?

 

-농식품부에서는 생계안정자금을 계속 지급하고 있다고 언론에 얘기하고 있는데?

직원들에게 나오는 것은 없고 저에게만 67만원 나왔길래 수령을 거부했습니다. 저는 하루 이자만 100만원 내고 있습니다. 농장 상황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 이런 행정이 정부를 불신하게 만듭니다.

 

 

-죄송하지만 돼지 살처분될 때 당시 상황은 어땠습니까?

총리실에서는 살처분을 완수하라고 완강하게 명령이 내려온 것으로 압니다. 농장주들은 발버둥쳤고 울고....'아비규환'이었습니다. 우리 농장 돼지는 4일동안 묻었습니다.

 

그 날이 11월 14일로 수능 보는 날이었습니다. 어마어마하게 추운 겨울날이었는데, 돼지 사체가 쌓여서 핏물이 냇물로 흐르고 문제가 되니, 김현수 장관이 왔습니다. 새벽에 장관이 온다고 해서 길에서 덜덜 떨면서 기다렸습니다. 우리들이 장관을 에워싸고 재입식은 꼭 약속해 달라고 했더니 김현수 장관이 12월 초에 재입식 로드맵을 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갔습니다. 그 뒤로 농식품부는 수없이 약속을 어기고 있습니다. 지금도 로드맵이 없고 이제는 믿을수가 없습니다.

 

-살처분을 지켜보셨나요?

네, 그래서 트라우마가 많지요. 반려동물은 아니지만, 심장을 가진 동물이지 않습니까 평생 업으로 해왔는데 몇몇 사람들은 울고불고 그날을 잊지 말자고 제사까지는 아니어도 기억해서 묵념이라도 해주자, 집집마다 표석도 있고 그렇지요.

 

-정부의 ASF 정책에 대해 억울한 점이 있다면 어떤 점입니까?

정부는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하는데 진짜 그 사람들이 전문가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포천에서 철원에서 ASF 멧돼지는 발생했지만, 농장에서 ASF 나온 적이 있습니까? ASF 희생농가에서 나온 돼지 중 ASF 바이러스가 나온 돼지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압니다. 

 

이것은 '정치 논리' 입니다. ASF 피해농가들 중에 바이러스가 한 건도 나온 농장이 없다고 한다면 앞으로 방법을 제시해야 합니다. 300여 농가들이 직원을 내보낼수도 없고, 마냥 버티고 있을 수도 없고....넋을 놓고 지금은 임계점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목매 자살하는 사장님들이 몇 분 나올 상황입니다. 나부터라도 죽는 시늉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마는 그냥 이야기해서 그렇지 속이 시커멓습니다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이번 일에서 가장 안타까운 일은 무엇인가요?

가끔 젊은 나이에 양돈하는 청년들이 와서 "사장님 저희 어떻게 해요"하고 묻곤 합니다. 그 때가 가장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습니다. 젊은 청년들은 저보다 빚도 더 많고....혈기왕성해서 정말 걱정될 때가 많습니다.

 

-가족들은 뭐라고 하나요?

아이들이 그래요. 아버지는 다른 사람들보다 몇 배 더 열심히 살았는데 이게 뭐냐고. 우리 아들이 세무사인데 일주일 중 휴일 포함해서 5일은 양돈장에 와서 일하면서 일을 배워 왔습니다. 재입식이 되면 좀 더 농장에서 일하면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대표님은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수 있습니까?

채권단의 압력도 있고 해서, 6개월 버틸수 있을까 제 의지는 그렇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이번 일에 있어 정치 하시는 분들은 '명예'지만, 우리는 '목숨'이 달린 문제입니다. 죽고 사는 문제라 이겁니다. 주식을 하던 분들은 본인들이 투자를 잘못해서 손해를 볼 수 있지만, 우리는 잘 해오고 있었는데 정부 방침에 따랐다는 이유로 평생 모은 재산을 잃게 생겼습니다. 

 

어느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업을 못하게 하면서 사후대책은 전혀 세워주지 않는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잖아요. 한두 푼도 아니고 하루이틀도 아니고...(돼지) 묻는 순간 2년이 지나야 수익이 납니다. 

 

희생을 했으면 정당한 사후 대책이 있어야 하잖아요 이자를 내준다는지...현실은 일방적으로 너희가 죽어라는 식입니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공기접촉이 아니다', '직접 접촉에 의해서 감염된다'고 하는데 양돈농가들은 농장에 감염되지 않게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것이 농가들의 의견입니다. 

 

 

인터뷰를 끝내고 나오는 길에 사무실 뒷편에서 예닐곱 살쯤 돼보이는 아이들 둘이 스케치북을 들고 뛰어나왔습니다. 까르르 웃으며 뛰어가는 아이들을 보며 노대표의 손주들이 아닐까 궁금하여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우리 농장 팀장의 아이들인데 코로나로 학교에 못 가니 농장에서 놀고 있습니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오늘 처음으로 노창수 대표에게서 엷은 미소를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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