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멧돼지 전문가라고 불리울 만한 사람은 없습니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지난달 27일 한국양돈수의사회 연례세미나에 국내 유일 야생멧돼지 전문가인 서울대학교 이성민 박사가 연자로 초빙되었습니다.
이 박사는 정부가 추진한 멧돼지 정책의 예로 '2016 도심프로젝트'를 들었습니다. "서울에 멧돼지 도심출몰이 빈번하여 문제가 되자 환경부는 지자체와 함께 북한산 국립공원 내 살고 있는 120마리 멧돼지 중 50마리를 잡아 도심출현을 줄이겠다는 '2016 도심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면서 "환경부는 2016년에 50마리가 아니라 118마리를 잡았지만, 이듬해 북한산 국립공원에 멧돼지가 280에서 300여 마리가 살고 있다는 발표가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개체수를 추정하지 못하면서 개체수를 가지고 하는 관리는 전혀 먹히지 않는다"고 강하게 지적했습니다.
이 박사에 따르면 야생멧돼지의 특성상 두수 파악에 어려움이 있어 국내 야생멧돼지가 몇 마리인지 추정이 불가능합니다. 또한 적정 서식밀도를 환경부는 1.1두 충북도는 3.3두로 이야기 하는데 여기에 대한 근거도 없다는 것입니다.
멧돼지 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자연사나 포획입니다. 그러나 멧돼지 50%를 포획을 한다고 해도, 먹이경쟁이 없어져 더 많은 멧돼지가 번식하고 자연사도 줄어, 결국 멧돼지 수가 오히려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확실하게 멧돼지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매년 지속적인 강도 높은 포획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박사는 멧돼지 기피제와 포획틀의 문제점과 한계에 대해서도 지적했습니다. 멧돼지 기피제는 멧돼지가 빠른 시간 안에 적응하기 때문에 효과가 없고, 포획틀은 지속적으로 먹이를 놔두며 야생멧돼지를 유인해야 하는데 포획틀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상황에서는 멧돼지를 결코 잡을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처럼 국내 멧돼지에 대한 기초연구도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멧돼지 정책을 추진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멧돼지 정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숲 조성이 잘 되어 있고 먹이가 풍부하여 제주도와 같은 섬조차 야생 멧돼지 근절을 실패했습니다. 외국의 경우 개체수를 추정하고 과감하게 서식 밀도에 맞추어 멧돼지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갑자기 멧돼지 관리를 하겠다고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특히 비무장지대는 앞서 연구되어 본 적도 없는데 현재 몇 마리 솎아내면 된다는 가정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정부가 잡고 싶어도 비전문가가 멧돼지를 잡을 수 없습니다. 엽사의 수는 한정되어 있는 것처럼 잡을 수 있는 멧돼지의 수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이박사는 "멧돼지 수를 줄이려면 2년생 이상을 집중해서 잡고, 전체 멧돼지 개체수에서 75%이상 잡아야 멧돼지 수를 줄일수 있다"며 "고 전했습니다.
세미나에 참석한 한 양돈수의사는 "이번 강의로 야생멧돼지 관리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며, "야생멧돼지로 인해 ASF가 일반 농가에 재발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참고: 이성민 박사 '아프리카 돼지 열병(ASF)과 멧돼지의 상관관계'@선진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