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이후 일반농가에서 추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이 없습니다. 반면 야생멧돼지에서의 ASF 감염 확인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런 가운데 강화-김포-파주에 이어 연천군에서도 전 양돈농가에 대한 실질적인 예방적 안락사 처분이 취해져 해당지역에 대한 '돼지사육 제로화' 작업이 현재 진행되고 있습니다.
해당지역 농가를 비롯해 한돈협회, 축산관련단체 등이 나서 집회와 1인 시위, 국회 기자회견 등을 하며 이를 반대하고 나섰지만, 관련 법을 내세운 행정력 앞에 무기력했습니다.
연천에서의 이같은 결정은 앞서 지난 11일 내려졌습니다. 그날 농식품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9일 연천에서 두 번째 ASF가 발생함에 따라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해 특단의 조치를 추진키로 했다'며 그러면서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서 전문가 의견은 '중앙가축방역심의회'를 지칭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ASF 긴급행동지침(SOP)에는 발생농장을 중심으로 반경 500m 내(관리지역)에 대해 예방적 안락사 처분을 기본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반경 3km 내외 안락사 범위에 대해서는 검역본부장 및 시도지사와 협의 하에 가능하며, 그 이상의 범위로 확대의 경우 검역본부장이 건의하고, '(중앙)가축방역심의회'의 자문을 받아 결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가축방역심의회는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을 위원장으로 모두 25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돼지와사람'이 입수한 현재 가축방역심의회 구성원을 살펴보면 여기에는 공무원(10명)을 비롯해 대학교수(5), 수의사회(2), 민간전문가(3), 생산자협회(3), 비산업 관련자(2) 등이 위원 등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심의회 구성에서 공무원 비율이 10명으로 4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농식품부(3)를 비롯해 검역본부, 질병관리본부, 방역지원본부, 동물위생시험소, 환경과학원, 농촌경제연구원, 공원연구원 등 각 1명씩 입니다. 심의회에서 정부가 실질적으로 스탠드스틸 혹은 살처분범위 등의 결정에서 과반수의 의견을 얻기 위해서는 3명 정도의 지지 의견을 더하면 되는 구조입니다. 참고로 무기명 비밀 찬반 의사결정 구조도 아닙니다.
'돼지와사람'이 접촉한 일부 일반 위원들은 가축방역심의회 구성상 정부가 원하는 대로 결정되는 것이 거의 100%라고 말합니다.
모 위원은 '사실 투표나 거수로 결정하는 일도 없거니와 투표를 하더라도 그 결과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중요결정은 의견만 물어보고 찬반도 물어보지 않는다. 연천에서의 수매·도태 결정이 그러했다. 말이 심의회지 정부안을 그냥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자리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심의회 결정은 어정대(어차피 정부안 대로)'라고 표현했습니다.
지자체에서 운영되는 '지방가축방역심의회'도 상황은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앙이든 지방이든 다분히 심의회가 형식적으로 그리고 명분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비공무원 위원들이 가축방역심의회 위원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다른 모 위원은 '상당수가 공무원이다보니 현장과 현실을 잘 모른다. 이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산업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해야 그나마 배가 산으로 가지 않는다. 간혹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나와 아연실색하게 만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심의회가 산업의 의견을 좀더 경청하고 수용할 수 있는 운영이 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