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경북 영천의 한 농가로부터 'ASF 감염멧돼지'가 이미 발견된 지역에서 총기포획이 가능한지 여부를 묻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질문의 배경은 바로 농가가 위치한 영천에서 여전히 수렵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앞서 영천은 지난 12월 22일 야생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된 바 있습니다. 현재까지 12마리에 이르고 있습니다.
수렵은 가장 효과적이고 적극적인 멧돼지 포획 방법입니다. 하지만, 멧돼지를 인위적으로 기존 서식지에서 내몰아 다른 지역으로 확산·이동케 하는 부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환경부는 ASF 감염멧돼지가 발견된 지역에 대해서는 '총기유보지역'으로 지정, 수렵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영천도 12월말 부랴부랴 '확산우려지역'에서 '총기유보지역'으로 변경 지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여전히 총기포획을 하는 수렵인의 모습이 영천 양돈농가에게 목격된 것입니다.
농가의 말은 사실입니다. 실제 지난달 31일 영천에서 추가 발견된 ASF 멧돼지 2마리(#3618, #3619)는 이틀 전인 29일 총기포획되었습니다. 게다가 해당 포획지점은 팔공산 국립공원과 불과 수 km 거리여서 우려를 더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환경부와 영천시에 문의한 결과 '총기유보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주민으로부터 멧돼지 피해 신고 민원이 접수되면 총기포획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얻었습니다. 다만, 영천시 관계자는 '팔공산으로의 ASF 확산 가능성으로 최대한 자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어처구니 없지만, 현재 우리나라 야생멧돼지 관리의 한 단면입니다. 인위적인 ASF 멧돼지 확산을 막기 위해서 빠른 시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참고로 영천서 발견된 감염멧돼지 12마리 가운데 지금까지 총기 포획된 개체는 최소 7마리로 확인됩니다. 조만간 팔공산에서 감염멧돼지가 나온다면 이는 인재에 가깝습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