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 사육농장에서 럼피스킨병(LSD; Lumpy Skin Disease)이 처음으로 발생했습니다. 지난 20일 충남 서산 한우농장에서 발생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런데 이후 발생농장 인근뿐만 아니라 충남 당진과 태안, 경기 김포와 평택 등에 있는 소 사육농장에서도 추가로 양성농장이 확인되었습니다. 22일 기준 벌써 10개 농가입니다. 당분간 양성농장이 더 늘어날 태세입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의심축이 나와 현재 검사 중입니다.
럼피스킨병? 럼피스킨병은 소에서만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입니다. 돼지와는 무관합니다. 또한, 사람에게 문제되는 인수공통전염병도 아닙니다. 다만, 구제역이나 ASF처럼 제1종 법정전염병입니다.
최초 아프리카 지역에서 주로 문제가 되었는데 2013년 터키를 시작으로 동유럽과 러시아로 확산되었고, 2019년부터는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대만, 베트남, 라오스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으로 확산 중입니다. 전 세계 확산 양상이 ASF와 상당히 비슷합니다.
모기나 파리, 진드기 등 흡혈 곤충에 의해 주로 전파됩니다. 오염된 사료나 물을 섭취하거나 주사침에 의해서도 전파 가능합니다. 감염된 소는 고열 증상과 함께 전신 피부에 발진과 결절이 생성됩니다. 폐사율은 10% 이하입니다.
럼피스킨병은 다행스럽게도 구제역 백신과 같은 상용화된 백신이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부터 질병 유입 가능성을 높게 보고 해당 백신을 비축해 놓은 바 있습니다. 현재 방역당국은 긴급 백신 접종을 추진 중입니다. 또한, 최근 기온이 뚝뚝 떨어지면서 흡혈곤충을 통한 전파 가능성도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상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럼피스킨병은 구제역과 마찬가지로 백신 등을 통해 통제가 충분히 가능한 질병입니다. 시간 문제입니다. 백신도 없고, 야생멧돼지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ASF에 비하면 어찌보면 별 것 아닌 질병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번 럼피스킨병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우리나라의 국경방역이 뚫렸다는 점입니다. 신종 해외 악성 바이러스가 유입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충남과 경기 등 여러 지역에 이미 확산된 후에야 바이러스 유입을 확인했다는 것입니다. 첫 의심축 신고는 진료수의사를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앞서 올해 5월 청주와 증평에서 발생한 구제역과 비슷한 상황입니다(관련 기사). 명백히 반복입니다. 중국 등으로부터 전혀 다른 새로운 ASF 바이러스 유입 위험에 놓여 있는 한돈산업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 또 일어난 것입니다(관련 기사).
한 산업관계자는 "구제역에 이어 ASF, 이제는 럼피스킨병까지 해외 악성 질병이 연이어 우리나라로 들어왔는데 문제는 또 추가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라는 점이다"라며, "농장 단위의 방역은 민간에 점차 이양하고, 정부는 해외로부터 질병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데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럼피스킨병과 관련해 22일 정부는 지자체와 관계기관에게 “농가의 차단방역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농가의 방역 수칙 준수, 소독 등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미흡한 농가는 신속히 개선하도록 점검·관리해 줄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아울러 “겨울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우려가 큰 상황에서 럼피스킨병까지 발생한 상황이므로, 지자체와 관계기관 모두 경각심을 가지고 가축전염병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 줄 것”을 당부하였습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