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ASF가 발생한 양양 농장과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이하 농식품부)가 돌연 해당 농장이 속한 단지 내 다른 양돈농가(7호)의 돼지 2만여 두 모두를 '예방적 살처분'하기로 결정해 논란입니다. 이에 산업 차원의 반대 행동이 적극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번 양양 농장이 ASF로 확진된 것은 지난 12일 새벽의 일입니다. 발생 농장은 양양의 양돈단지 내 위치해 있어 혹시나 대규모 '예방적 살처분'이 실시되지 않을까 일찌감치 우려되었습니다. 앞서 ASF가 발생한 포천, 철원, 김포 농장 사례에서 연달아 예방적 살처분이 실시되었기 때문입니다.
12일 당일 양양 농장 확진 이후 농식품부는 두 차례에 걸쳐 대응 관련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그런데 보도자료에 '예방적 살처분'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아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게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였습니다.
12일 밤 늦게 농식품부는 '중앙가축방역심의회'를 서면으로 열고, 추가 발생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양돈단지 내 비발생 농장 돼지에 대한 전 두수 예방적 살처분을 전격 결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를 강원도와 양양군에 통보하고 신속하게 집행할 것을 요청였습니다.
소식을 들은 단지 내 농가들은 크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질병이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같은 단지 내 농장이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멀쩡한 돼지를 땅에 묻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하였습니다. 양양군은 이에 공감해 13일 살처분을 철회해 달라고 농식품부에 건의하였습니다. 양양군은 20~30억 원에 달하는 살처분 비용 조달과 매립장소 확보 어려움도 철회 이유로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돼지와사람이 양양군을 통해 확인 결과 13일 오후 6시까지 예방적 살처분은 공식 철회되지 않았습니다. 양양군 담당자는 "(현재) 예방적 살처분과 관련해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답했습니다.
ASF 방역실시요령에 따르면 예방적 살처분의 결정뿐만 아니라 이를 철회할 수 있는 권한은 농식품부 장관이 갖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가 양양군의 건의를 수용해야 최종 철회가 가능한 것입니다. 현재로선 철회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예방적 살처분 결정 소식에 한돈산업 관계자도 크게 동요했습니다. 일부는 양양 단지 내 농가에게 전화해 끝까지 버티라는 격려와 함께 조언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한돈산업 전체가 나서 이를 적극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한 산업관계자는 "이번 예방적 살처분은 양양 단지 농가 만의 문제가 아니다. 예방적 살처분 관련 향후 방역정책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불행히도 정부가 양양 단지 돼지를 결국 땅에 끌어 묻는다면 지난 2019년과 같이 앞으로 광범위한 예방적 살처분이 반복해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한 산업관계자는 "남일이 아니다. 이번에는 양양 농가의 일이지만, 앞으로는 내 일이 될 수도 있다"라며, "산업 차원에서 예방적 살처분을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9년 이래 최근까지 ASF가 발생한 농가수는 32호입니다. 이런 가운데 확산 차단을 이유로 예방적 살처분을 당한 농가수는 236호에 달합니다. 돼지 마릿수로는 36만 마리입니다. 예방적 살처분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멀쩡한 돼지였다는 것입니다.
한편 이번 양양 예방적 살처분 결정과 관련해 대한한돈협회(회장 손세희)는 별다른 대응 계획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13일 오후 협회는 정부에 멧돼지 퇴치 근본대책을 제시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을 뿐입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