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 백신 개발 관련 우리 정부의 첫 공식 자료가 나왔습니다. 최종 개발까지는 아직 남은 과제가 많지만, 정부가 직접 백신 연구 성과와 개발 목표 기한을 국민에게 알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환경부 소속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원장 신동인)은 야생멧돼지용 미끼백신 후보주 개발 가능성을 최근 확인했다고 26일 밝혔습니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지난해 8월부터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전북대학교 인수공통감염병연구소, 코미팜 등과 함께 산학 공동연구로 ‘야생멧돼지 ASF 미끼백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에 따르면 해당 백신후보주는 미국 농무성(U.S. Department of Agriculture; USDA)에서 개발한 균주입니다. ASF 바이러스의 병원성 유전자 부위(∆I177L 및 ∆LVR)를 잘라내 만들어 약독화된 상태입니다.
연구팀은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미니피그 5마리씩을 대상으로 근육 및 경구(입)로 백신 균주를 접종하는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실험 결과 접종 후 60~70일간 모든 미니피그가 생존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잠정 안전성이 검증된 것입니다.
또한, 연구팀은 실험 기간 동안 항체 형성도 검사했습니다. 검사 결과 접종 후 일주일부터 항체가 형성되었고, 접종 후 70일까지 바이러스를 방어할 수 있는 수준(80% 이상)으로 높게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백신 후보주로서 일정 효능이 있다고 기대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번 연구는 야생멧돼지용 ASF 경구백신 개발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미끼백신은 미끼에 백신을 삽입, 대상 동물이 섭취하도록 유인해 면역을 유발하는 백신입니다. 이를 통해 감염 또는 병원체의 배설을 억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국내에는 야생너구리를 대상으로 한 광견병 백신과 멧돼지를 대상으로 한 돼지열병(CSF) 백신이 대표적입니다.
앞으로 야생멧돼지용 ASF 미끼백신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요구하는 허가 기준을 통과해야 합니다. 앞서 이에 필요한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하기 위한 추가 연구도 실시해야 합니다. 그런데 ASF 백신 허가 기준이 아직까지 마련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된 예가 없다시피하기 때문입니다. 대규모 공격 접종 실험를 위한 생물안전 3등급(bl3) 시설 확보도 관건입니다. 이래저래 갈길이 험난하다는 얘기입니다.
정원화 야생동물질병관리원 질병대응팀장은 “ASF 종식 및 토착화 방지를 위해 바이러스 확산·차단을 위한 현장 대응을 강화하는 한편 미끼백신 개발을 앞당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야생멧돼지 ASF 백신의 국산화를 위한 연구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5년까지 개발을 목표로 우리나라에서 분리한 ASF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백신후보주를 선발했으며,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환경부는 백신 개발 비용을 포함한 ASF 대응 관련 내년 예산에 312억 원을 배정한 바 있습니다. 올해보다 64.7% 증가한 수준입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