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고성 농장 발생과 관련한 3회에 걸친 분석 기사입니다. 세 번째입니다. -돼지와사람]
▶고성, 화천·영월과 닮은 꼴.....공통 뿌리는 멧돼지
고성(8일)에 이어 인제(16일) 돼지농장에서 ASF가 발생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들 농장은 '차량진입통제' 시설에 더해 '8대 방역시설'이 설치·완료하였으며, 양성 멧돼지가 농장 주변에서 발생 이전부터 다수 발견되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에 야생멧돼지 사이에서 순환감염 상태로 있던 바이러스가 어떤 알 수 없는 경로를 통해 농장으로 유입되었다는 데 방역당국 및 한돈산업 모두 인식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앞서 발생한 화천과 영월 농장 사례와 비슷한 경우입니다.
그런데 발생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놓고 방역당국과 산업은 전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산업은 '(양성 멧돼지로 인한) 불가항력적인 발생'이라는 입장입니다. 반면, 방역당국은 '(그럼에도) 막을 수 있었다'는 입장입니다. 같은 결과에 다른 해석입니다(관련 기사).
방역당국은 고성 농장 발생 5일 만인 13일자 보도자료에서 "그동안 양돈농가에 대한 방역조치 분석 결과 오염원 차단을 위한 방역 수칙을 잘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손 소독·장화 갈아신기, 손수레·물품 반입 시 소독 미흡과 같은 방역 수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외부 차량과 인력이 농장 내부로 들어오는 등 주요 오염원인 차량·매개체·사람에 대한 차단방역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며, 발생 책임이 농장에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16일 인제 농장 발생 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번에는 'ASF 방역 미흡사례 방지 방역수칙'을 따로 만들어 구체적인 미흡 사례와 개선 조치 사항을 알렸습니다. 아울러 양성 멧돼지 발생 주변 농장 180호에 대해 해당 방역수칙 준수여부에 대해 점검에 들어갔습니다. 정작 멧돼지 대책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방역당국의 이러한 태도에 농가들은 적반하장이라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농장의 방역수칙 미흡에 앞서 방역당국의 멧돼지 통제관리 실패가 1차 원인이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먼저라고 주장했습니다.
한 양돈농가는 "도둑이 들끊는 가운데 버티다 버티다 도둑 맞았는데 경찰이 도둑맞은 집의 방범이 미흡해서 벌어진 일이라며 집주인을 탓하는 격"이라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그러면서 "양성 멧돼지가 없으면, 농장에서 ASF 발생도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다른 양돈농가는 "코로나19 방역에서 감염자를 적극적으로 찾아 격리·치료하지 않은 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만 강화한다면 국민들이 어떻게 나오겠는가?"라며 반문했습니다. 그러면서 "현 ASF 방역은 시간끌기, 보여주기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한 수의전문가는 "농식품부가 멧돼지 책임이 있는 환경부에는 어찌하지 못하니 농가에만 닥달하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농가에 협조를 구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별다른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일단 무조건 따르라라는 식의 방역정책은 너무하다"고 말했습니다.
방역당국과 산업의 입장 차는 어떻게 좁힐 수 있을까요? 강원대학교 박선일 교수의 글(바로가기)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박 교수는 "완벽한 정책이 있을 수 없듯이 완벽한 차단방역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상호 인정해야 정책의 수용도가 높아진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인 분석을 통하여 축산업 생태계(COB)를 보장하면서 실효성이 높은 멧돼지 관리방안을 마련해 줄 것" 등을 방역당국에 주문했습니다.
요약하면 현재의 ASF 정책에 있어 얽힌 실타래는 결국 방역당국이 풀 수 있다는 것입니다.
ASF 멧돼지의 확산세가 조금도 누구러지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 숫자와 범위가 더욱 확대되고 있습니다. 조만간 경기·강원에 이어 타 도로 확산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ASF는 이미 상재화 단계입니다. 전국화 단계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며, 시간의 문제일 뿐입니다.
방역당국의 조속한 정책의 변화를 기대합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