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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F 희생농가 이야기(6)] 미림농장 최광현 대표 "돼지 키우는 사람에겐 돼지 키우게 해줘야"

빠른 재입식을 기다리며...경기도 김포 미림농장 최광현 대표 인터뷰

지난해 9월 17일 국내 첫 ASF 확진 이후, 정부는 멧돼지를 통해 퍼지는 ASF를 막지 못하고 곧 전국으로 장기화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멧돼지를 관리하지 못하는 환경부의 무능력과 양돈농가만을 옥죄고 있는 농식품부의 비겁함으로 수십 년 양돈업을 해오던 농가들과 직원들은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될 처지입니다.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하라는 명분에 재산권을 박탈당하고 삶의 터전에서 위태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그들은 ASF 희생농가들입니다. 재입식 등의 요구가 풀릴 때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진 35년 된 농장이 있습니다. 35년 전 어느 날 아버지가 사 온 돼지가 마냥 좋았다는 5살 아이는 지금은 아이들 셋을 둔 아버지가 됐습니다. 경기도 김포의 미림농장 최광현 대표 이야기입니다.

 

최 대표는 돼지를 제대로 잘 키워봐야지 하는 꿈을 안고 2년 전 농장 옆의 넓은 땅을 매입했습니다. 2018년에는 MSY 26두에 해당하는 WSY(모돈당 년간 출하체중) 3,000kg를 달성하며 그동안 성실히 돼지를 공부하면서 농장을 운영했던 결과물을 성적으로 증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층 꿈에 가까워진 것 같던 2019년 10월 미림농장은 정부의 ASF 방역 정책에 따라 건강한 돼지 2,500두를 스마트 농장을 지으려고 샀던 그 땅에 묻어야 했습니다.

 

 

미림농장은 규모는 작지만 알차게 운영되는 농장이었습니다. 시설면에서는 한계가 있어 전체 농장을 다 바꾸면 좋겠지만, 투자대비 수익을 생각해서 조금씩 바꾸면서 건실하게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미림농장은 후보돈을 밖에서 들이지 않고 폐쇄돈군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자체적으로 후보돈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심지어 정액도 직접 만들어 인공수정을 실시해 왔습니다. 

 


하지만, ASF로 현재 미림농장은 적막감이 감도는 빈 건물이 되었습니다. 1억 5천만 원을 들여 만든 최신식 축분발효장은 가동한지 2개월만에 전원을 끈 채 멈춰 서 있습니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며, 수 억 원을 투자해 지은 신축 돈사는 아직 투자금을 회수도 못 한 채 비워져 있습니다. 

 

 

다음은 미림농장 최광현 대표와의 일문일답입니다.

 

▶양돈업을 하게 된 계기는...

모돈 150개의 작은 농장을 운영해 오시던 아버지께서 병으로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당시 농업전문학교에 들어가면 군 면제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일단 들어갔지요. 양돈장도 팔지 않게 되었구요.

 

▶양돈업은 언제부터 시작하였나요?

99년도에 농업전문학교에 입학 한 후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니 농장은 35년 됐고 저는 18년 동안 양돈일을 했습니다.

 

 

▶MSY 26이면 성적이 좋으시던데요. 비결은 무엇인가요?

성적은 3년에서 5년이상 꾸준히 나와야 진짜 성적인데 전 아직 아닙니다.

 

▶지난해 돼지 묻을 때 당시 상황은 어떠했나요?

10월 4일 외국인 노동자들이 살처분하겠다고 왔는데 싸울 뻔 했습니다. 돈방에 들어가서 엑셀 파이프로 돼지를 밖으로 빼려고 죽일 듯이 때리는데 억장이 무너지더라구요. 너무 화가 나서 때리지 말라고 내가 내보내겠다고 했더니 저를 밀치면서 나가라고 자기 나라 말로 막 화를 내더라구요.

 

그래서 나왔는데 돼지들이 계속 소리지르고...결국 직원들과 들어가서 저희가 돼지를 다 뺐는데. 그 날 처음으로 잠 안자고 24시간 일 했습니다. 다 마치니 새벽이더라구요. 

 

 

▶요즘 평상시에 어떤 생각을 하면서 지내나요?

농장에서 돼지 키우고 싶다는 생각만 합니다. 다른 농장 사장님들은 택배도 하고 식당도 한다고 들었는데 저는 운전도 오래 못하고 여지껏 돼지만 키워서......최근은 남은 직원과 농장 이곳저곳을 수리하면서 지냅니다. 

 

돼지를 묻은 후에는 똑같은 꿈을 꾸는데 제가 몰래 돼지를 가져와서 농장에서 키우는 거예요. 돼지는 점점 커지는데 제재는 안 풀리고 농장은 돼지로 꽉 차고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그러다 잠에서 깹니다.

 

그런 꿈을 자주 꾸다 보니 돼지를 농장으로 데려올 수 없는 법이 있나 그런 생각을 자꾸 하게 되더라구요. 제가 돼지를 데리고 오면 저는 감옥 가나요 그게 제일 궁금해요.

 

 

▶국가 정책에 가장 이상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코로나로 일년동안 장사를 못하게 하면 자영업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은데 북부 접경지 ASF희생 농가들이 휴업한지 이제 일년이 되어 가고 있잖아요.

 

정부에서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그냥 넘어가려고 하는 것 보면서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개인 재산인데 나라에서 보상도 없이 강제로 돼지를 못 키우게 하는 것이 이상한 것이지요.

 

언론도 이상하구요. 농가 힘들다는 이야기는 나오는데 정책이 잘못됐다 이런 이야기는 걸러지는 것 같아서 진짜 극단적인 일을 벌여야 뉴스화가 되나 그런 생각도 들고 뉴스에서는 그걸 원하는 것같기도 하고 그래요.

 

지난 현충일 문재인 대통령 연설을 듣다 보니 희생한 분들 잊지 말자고 하시던데 우리는 희생한 것이 아닌가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족들은 뭐라고 하나요?

막내 딸아이가 가끔 '돼지 보고 싶다'고 했다가 눈치 보면서 '아빠가 더 보고싶지' 할 때면 뭔가 욱하고 치밀어 오르기도 하지요. 집사람은 억울한 것 글로 써서 대신 보내 준다고 해요.

 

정부는 농가를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은 과태료, 벌금 이런 것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누군가 똑똑한 사람이 좀 나서서 양돈산업이 필요한 산업이라는 것을 잘 정리해서 정부나 일반인들에게 알려 주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정리하며

미림농장 최 대표는 돼지가 없는 요즘에도 양돈장에 매일 8시에 출근하고 오후 5시쯤 퇴근하는 일상을 9개월째 이어 오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가치를 가집니다. 사람의 기본권을 담은 헌법 제 15조에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사람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인정한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으며 양돈인들만이 예외일 수 없습니다.

 

최 대표는 말합니다. "정부는 폐업지원을 한다고 하는데 제가 어디 가서 뭘 하겠습니까? 돼지 키우는 사람이 돼지를 키워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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