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하 ASF)이 계속 확산세입니다. 러시아나 동유럽뿐만 아니라 우리와 지리적으로나 물류적으로 가까운 중국도 지난달 3일 랴오닝성에서 첫 발병 이후 허난성, 장쑤성, 저장성, 안후이성 등에서 연달아 발생하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바야흐로 한돈산업은 '바람 앞에 촛불' 격입니다. ASF는 백신도 치료제도 없고 100% 폐사를 유발하는데다가 바이러스가 환경저항성이 높아 한번 유입되면 근절하는데 수십 년이 걸립니다.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사실 성공 여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대량 살처분과 이동제한, 출하중지 등의 시련이 있을 뿐입니다.
이러한 한돈산업이 느끼는 위기감에 공감했을까요? 최근들어 주류 신문이나 방송에서 시시각각 ASF 관련 소식을 뉴스로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여기서 잠깐 '동물복지' 이슈를 꺼내고자 합니다.
AI나 구제역 등과 같은 국가재난 질병이 터지면 의례이 나오는 주장과 기사가 있습니다. '공장식 축산이 국가재난형 질병의 원인이다'라는 것입니다. 거의 공식과도 같습니다.
매번 구제역이 발생할 때마다 일반 언론은 '동물보호단체'의 주장을 인용해 구제역이 '이윤만을 추구해 대량사육을 행하는 축산업자의 욕심'에서 비롯되었음을 간접적으로 비춥니다. 거기에 더해 구제역으로 인한 살처분 등의 보상금을 그래프로 그려가면서 축산업자를 파렴치범 수준으로 덧칠해댑니다.
ASF는 구제역보다 더 무서운 국가재난형 질병입니다. 지금은 바야흐로 ASF 광풍이 몰려오기 직전과도 같은 분위기 입니다. 일반 언론은 ASF가 들어오면 끝장이라고 주장면서도 정작 ASF의 원인에 대해서는 말을 아낍니다.
ASF 원인은 AI나 구제역과 마찬가지로 그냥 바이러스일 뿐입니다. 오늘날 집약산업형 축산이 낳은 산물이 아닙니다. 동물복지형 축산이 미흡해 하늘에서 떨어진 형벌이 아닙니다.
동유럽이나 러시아, 중국의 ASF 발생 사례를 보면 소위 뒷마당(backyard)에서 소규모로 키우는 돼지농장이 상당수 입니다. 이 농장들은 누군가 주장하는 동물복지형 축산에 더 가까울 수 있습니다.
지금 동물보호단체나 일반 언론이 ASF를 '공장식 축산'이 원인이라고 주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전의 논리와 주장과 다르게 침묵하는 것은 논리의 모순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입니다. 자가당착(自家撞着, 자기의 언행이 전후 모순되어 일치하지 않음)입니다.
끝으로 독일, 덴마크 등의 유럽 국가들이 꺼낸 ASF 대책은 동물복지형 축산 기준이 아닌 차단방역 수준을 높이고, 아울러 사냥꾼을 이용해 멧돼지를 더 많이 잡거나, 국경에 철책을 높이 세우는 것임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