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현재 ASF 사태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첫 확진 77일째 입니다. 초기 일반농장에서 양성이 확인된 것이 현재는 야생멧돼지 위주로 감염이 연달아 확인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아직까지 이번 ASF 사태에 대한 공식적인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지 않습니다.
"ASF는 전염병임에도 불구하고 전염이 잘 되지 않는다." - 박경훈 원장(피그만동물병원)
"대부분 ASF 모니터링 대상 농장은 음성이었다." - 최종영 원장(도담동물병원)
이런 가운데 지난 27일 한국양돈수의사회(회장 김현섭) 주최의 연례세미나에서 이번 ASF 사태 초기 민간역학조사위원으로서 방역당국의 역학조사위원들과 함께 활동한 두 수의사-박경훈 원장(피그만동물병원), 최종영 원장(도담동물병원)의 현장감 있는 보고가 나와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이날 박경훈 원장은 'ASF 발병 농장의 임상예찰 일지'를, 최종영 원장은 'ASF 발생에 따른 민간 역학조사 활동 후 의견'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습니다.
먼저 박 원장은 김포, 강화, 파주 ASF 확진농장에서의 돼지의 임상증상과 부검소견, 전파양상, 위생상태 등을 참석자들과 구체적으로 공유했습니다.
박 원장은 'ASF는 무좀과 같다'며, '확실히 접촉에 의한 감염성 질병'이라고 말했습니다. '출입구를 함께 쓰는 서로 다른 농장에서 뿐만 아니라 스톨, 돈방, 돈사 등 발병이 된 일부 개체에서만 임상증상이 관찰되고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고 전했습니다.
박 원장은 향후 ASF 재발시 초기 발견과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ASF는 말 그대로 열이 나는 질병이기 때문에 돼지의 열에 대한 상시 체크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농장에서의 출하 전 그리고 도축장에서의 발열개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수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때 '눈으로 하는 검사는 의미없고, 반드시 고성능의 '열화상카메라'를 통해 검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박 원장은 일반농장에서 ASF 발병시 방역정책에도 쓴소리를 던졌습니다. "ASF는 접촉성 질병이기 때문에 현재의 지역적 살처분과 같은 과감한 정책보다는 좀더 세련된 정책이 필요하다"며, 사료차, 출하차, 분뇨차 등에 대한 효과적인 소독관리, 야생멧돼지와 같은 중간매개체 차단, 양돈전문가들에 의한 모니터링 체계 구축 등을 주문했습니다.
박 원장은 ASF 관련 농장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ASF 발병농장을 보았을 때 일부는 차량에 따른 역학관계가 인정된다"며, 이들에 대한 농장의 꼼꼼한 차단방역 절차 준수를 강조했습니다. 또한, 돈사 내부와 철저히 차단된 돼지 이동로도 필수라고 지적했습니다. 돼지를 이동시키면서 외부에 있던 바이러스와 접촉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 발언입니다. 끝으로 위생과 방역이 부실한 농장은 전체 양돈산업을 위해 폐업 등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연자로 나온 최종영 원장은 발생농장에서의 안락사 처분 과정과 역학농장에 대한 모니터링, 지역단위 수매·도태, 역학조사 과정 등에서 나타난 문제점 등을 지적하면서, 방역정책에서 무수히 많은 비과학적이면서, 비효율적인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안락사 처분과 혈액검사를 통한 ASF 모니터링 검사를 꼽았습니다. 안락사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너무 많은 인원이 동원되고, 혈액검사의 경우 검출율이 지극히 낮아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번 ASF 사태에서 조기 신고가 이루어진 농장에는 컨설팅 수의사가 있었다"며, "ASF가 발생할 경우에도 농장단위 방역시스템 점검자로서 수의사들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방역체계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